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황정일 대표. 공생공사닷컵DB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황정일 대표. 공생공사닷컵DB

라틴어 바이러스(Virus)는 독(poison)을 의미한다. 인플루엔자, 메르스, 에볼라 등이 있다. 최근에는 단연 코로나19가 인지도에서 독보적이다. 이놈들은 조건부 생명체다. 다른 살아있는 세포(숙주)를 통해서만 생명 활동을 한다. 숙주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바이러스가 숙주에 기생하면 그날부터 왕성한 자가복제를 시작한다. 복제를 통해 증식하면 숙주를 장악하고 통제한다. 정도가 심하면 숙주를 죽일 수도 있다. 바이러스 지도 죽는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삼아 한다. 거듭되는 변이의 방향은 숙주를 죽이지 않는 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명률이 낮아지는 이유다. 숙주와 같이 살자는 거다.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결과가 그렇다. 슬기로운 기생생활이다. 바이러스의 지혜 아닌가.

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했다. 릴레이 파업이 목하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노조, 화물연대, 서울시교통공사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가 몸을 풀었다. 파급력과 영향력에서 화물연대가 선두를 이룬다. 1주일의 파업으로 1조 원의 손실이 났다고 한다. 앞으로 몇조의 손실이 더 예상되는지 가늠하기 싫다. 소음에, 교통체증에 쌓이는 스트레스는 참을 수 있다. 별 재간이 없으니 참아야 한다. 근데 1조 원의 손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도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16일에 이어 30일에도 파업을 했다. 다양하고 화려한 주장 중 하나는 이렇다.

“빡세게 일해도 한 달 100만원 또는 190만원 받는 현실에, 돌봄노동자의 자존심과 돌봄노동을 제대로 존중받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한 달 100만원’은 시간제(하루 4시간 근로)의 경우다. 친절한 설명이 빠졌다. 진실을 호도하려는 저의가 느껴진다. 유쾌하지 않다. ‘190만원’이 통상 생각되는 근로자(8시간 전일제 근로)의 경우다. 

참인지 거짓인지 작년 통계로 알아보자. 전일제의 60% 정도는 하루 3.83시간 이하의 돌봄서비스를 한 것으로 나온다. 심지어 2.68시간 이하도 15% 정도 된다. 같은 일을 하는 민간 근로자의 경우 전자는 83만원, 후자는 58만원 정도를 받는다. 하루 6.12시간 이상을 서비스한 근로자는 달랑 3명, 1.3%뿐이다. 하루 적정 서비스 시간이 7시간이니 6.12시간도 ‘빡세게’라고 하기엔 민망하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전일제)의 기본임금은 세후(稅後) 202만원이다. 하루 3시간 내지 4시간도 채 안 되게 일하고 가져가는 돈이다. ‘빡세게’가 애먼 곳에서 고생한다. 거짓 주장임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일없이 민간보다 3배 이상 받는 임금체계. 운영비의 76%를 인건비로 지출하는 구조. ‘사회서비스원은 비효율적이다’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내년 예산 중 100억원이 삭감됐다. 168억원에서 100억원이 말이다. 기관의 운영이 어려움에 봉착했다. 문을 닫을 수도 있지 싶다. 

아랑곳없이 공공운수노조는 기본급 36만원 임금인상을 요구해 왔다. 각종 수당도 역시나 빠뜨리지 않았다. 문을 닫든 말든 이다. 어이가 없어 할 말도 없다.

바이러스와 민노총은 닮은 구석이 있다. 둘 다 숙주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노조는 회사가 숙주다. 회사 없이 노조도 없다. 화물연대는 변이종이다. 자생했고 정부를 숙주 삼는다. 27년의 민노총 역사다. 공존의 이치를 터득할 나이다. 이상하다. 지난 5년간 막무가내로 커와서 그런지 지금은 다 같이 죽자고 달려들고 있다. 답답하다.

숙주와 공생하려는 바이러스의 지혜가 아쉬운 2022년 겨울의 민노총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전적으로 기고자가 작성한 것으로 공생공사닷컴의 방침이나 제작 방향과는 무관하며, 이 글에 대한 반박이나 반대 의견도 적극 환영한다는 점도 아울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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