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전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전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금리가 오르고 경기둔화 공포가 확산하면서 부동산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KB국민은행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13일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변동폭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거래량도 급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1000건 이하로 떨어졌고 경기도도 상반기 부동산 거래량이 14만 751건으로, 2006년부터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아파트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락론이 대두하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여 매각 대신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기의 시대, 부동산투자법에 대해 정리한다.

무주택자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무주택자들은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들이 부담할 수 있는 가격보다 시세가 훨씬 더 높은 수준이라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경우 당장은 기존 주택 매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지역별로 20% 넘게 하락한 거래 사례가 보도되면서 폭락론이 대두하고 있으나 용산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의 재정비사업 대상 지역 내 연립, 다세대 등은 호가가 오르는 상황이라 지역별 온도차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단언하기 어려울수록 무주택자들이 안정적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청약이다. 

청약가점이 55점을 넘을 경우라면 대체로 4인 가정에서 무주택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가구이다. 가점이 높은 상황에서 여전히 비싼 기존 주택을 매입하기 보다는 향후 공급이 늘어날 저렴한 새 아파트를 청약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다만, 서울은 입지가 좋은 곳은 65점이 넘어야 안전하게 당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입지가 우수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나 신도시 등 청약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점이 40점대 가구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조건에 해당한다면 일반 청약가점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 유리한 쪽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인기 지역은 신혼부부 특공 경쟁률도 치열하기 때문에 사전에 해당 점수를 계산해보고 가능성을 타진한 뒤 유리한 쪽으로 가닥을 잡는 전략을 세우자.

청약가점이 40점 이하라면 청약을 통해 입지가 좋은 곳에 내집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입지가 좋아도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으므로 옥석 가리기를 통해 미분양에 도전해보자. 다만, 계약이 안 된 ‘줍줍’의 경우에도 재당첨금지 등이 적용된다. 계약 시 5~10년 새 아파트 청약에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가점이 낮은 가구 중 목돈이 준비된 경우라면 급매나 경매에 관심을 가져보자. 향후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 지속성에 따라 주택가격 하락폭이나 약세 기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이 반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일반적으로 하락세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시세 대비 - 30% 수준 급매는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 만한다.

1주택자

1주택자 중에서 평형을 키우거나 교육이나 교통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전하려는 경우 변동성이 있는 시장 상황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같은 지역에서 평형을 늘려가는 수요자들은 침체기나 가격 하락기에 좀 더 유리한 케이스다.

주택시장이 위축되거나 하락기에는 대체로 평형을 줄이는 수요가 많아 큰 평형이 비교적 크게 하락하고 중소형 평형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다. 따라서 본인이 소유한 주택을 팔아 낙폭이 큰 평형을 싸게 매입할 경우 평소보다 자금을 적게 보태고도 큰 평형 갈아타기에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아파트는 2007년 전고점 때 전용 60㎡가 4억 2000만원, 전용 85㎡가 6억 5000만원, 전용 115㎡ 8억 5000만원으로 소형과 중형 간 가격 차이가 2억 3000만원, 소형과 대형 간 차이는 4억 3000만원이었으나 가격이 하락한 2012년은 전용 60㎡이 4억원, 전용 85㎡가 5억 5000만원, 전용 115㎡ 6억 5000만원으로 평형 간 차이가 소형과 중형 1억 5000만원, 소형과 대형 간 2억 5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일반적으로 하락기에는 외곽이 먼저 하락하고 입지가 좋은 곳은 나중에 하락하게 되고 가격이 상승할 때는 반대로 입지가 좋은 곳 먼저 상승한다. 다만, 하락기에는 매매가 급감하므로 이사 갈 주택을 먼저 계약할 경우 본인이 거주한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자금줄이 막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므로 팔아야 할 집이 계약되면 이사 갈 집을 찾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

1주택자 가운데 주택으로 노후를 준비한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가격이 하락할 때는 주택연금 가입이 크게 증가한다. 주택연금은 한국감정원 등 시세를 기준으로 기준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5억원 주택의 경우 65살 기준 월 127만원을 받을 수 있으나 4억원으로 하락하면 월 102만원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지금 가격으로 연금을 확정하기 위해 가입을 서두르는 게 좋다

다주택자

다주택자는 의사결정의 중요한 핵심은 세금이다.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유예돼 오래 보유해서 양도차익이 클수록 양도소득세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거래가 급감하면서 시세보다 크게 낮추지 않으면 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어서라도 팔 것인지, 아니면 다시 보유하거나 부담부 증여를 할 것인지 세금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다주택자들에게 부담이 되었던 보유세 부담을 주택수가 아닌 가액 기준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 새 법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나 월세 등 임대료가 상승할 경우 매도 보다 보유 쪽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향후 전·월세 가격 추이가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원주택이나 세컨하우스 등의 목적으로 지방의 공시지가 3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도 종부세나 양도소득세 계산 시 주택수에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세컨하우스 목적의 지방주택 취득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거주와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부동산으로 마련하는 방법으로 수도권에 다가구(다세대는 세대별로 별도의 주택 수로 산정하나 다가구는 1주택으로 봄)를 매입하는 방법이 다시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본인이 한 채 거주하면서 나머지를 임대해도 1가구 1주택이 되므로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부담이 적다.

특히 현 정부가 민감 임대사업자 제도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어 예전과 같이 향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양도소득세나 보유세 등의 부담을 경감해주는 방향으로 선회한다면 다가구는 물론 다세대, 상가주택 매입을 통해 월세를 받아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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