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문화재청공무원노조 위원장
김대현 문화재청공무원노조 위원장

“네, 경산시 보건솝니다. 선생님, 코로나 확진되셨어요. 오늘부터 일주일간 집밖으로 나가시면 안 돼요.”

아침 8시 반에 출근하니까 벌써 헤드셋을 끼고 전화하는 소리가 들린다(여기는 콜센터처럼 모두 헤드셋을 쓴다. 수화기를 들고 전화하는 단계는 하마 예전에 넘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만 하고 바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면 “선생님, 어제 넘어온 확진자 명단 보냈어요. 201번부터 300번까지 해주시면 됩니다.” 탕비실에 가서 내려진 커피를 한 잔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한 모금씩 홀짝이며 곧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주민번호, 전화번호, 주소가 제대로 제자리에 입력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가까운 대구 수성구나 동구가 주소지일 경우에는 고민 없이 이관하면 되지만, 멀리 경남, 강원, 서울 등의 주소지라면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닌 자가격리를 하는 실거주지로 입력되어야 해당 지자체 보건소에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4일 저녁, 인사혁신처에서 42개 중앙행정기관으로 다음날까지 모두 3000명의 인원을 한 달간 파견해 달라는 문서를 시행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지금까지 해오던 지자체 인력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지원 형식으로 추진되었으나 워낙 짧은 기간에 한 달이라는 기간으로 인한 업무 공백의 우려, 비연고지 파견에 따른 문제점 등으로 부처마다 예외 없이 지원자를 찾는 데 곤욕을 치렀다. 결국, 국별·기관별로 할당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노조 집행부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겠다면 노조에서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논의가 있었고, 위원장이 대표로 지원하기로 해서 경북 경산시보건소로 파견을 나오게 되었다.

“할머니 밥은 혼자 해드세요. 아니면 주간보호센터에서 와서 도와주시나요.”

“병원에 가실 짐 챙기세요. 환자복 없으니까 거기서 입을 옷 따로 준비하시고요. 가실 때는 저희가 차를 보내드리지만 오실 때는 직접 오셔야 돼요.”

“아이고, 어떡해요. 아기가 열이 계속 난다고요?”

“아니요. 병원 가시고 싶다고 다 가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증상이 있어야 해요. 열이 몇 도에요. 네 모른다고요? 어르신댁에 체온계 없으세요?”

곳곳에서 전화벨 소리가 낮게 울리지만 받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기 직원들은 전화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전화받을 틈이 없다. 전화 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나마 소장님이 이 사무실 저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현장을 체크하는 틈틈이 이 자리 저 자리에 걸려 오는 전화를 받고 있다. 

확진자 한 사람에게 해야 할 일이 몇 가지나 되는지는 일부 작업만 맡아본 나로서는 알 수 없는데 하루 1000명이 넘어가니 더욱 헤아릴 길이 없다. 119명이 들어 있는 ‘사례조사팀’과 97명이 들어 있는 ‘코로나 수정(자료 오류를 실시간 고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작업하고 돌아서면 읽지 않은 글이 100건씩 쌓인다. 오늘(3월 4일), 금요일 밤 마지막 대화는 22시 00분.

12시가 넘어서면 한두 사람씩 일어나 배달된 도시락을 가지고 자기 자리에 앉아서 각자 조용히 밥을 먹는다.

오후부터는 확진자 조사서. 자기기입식 확진자 조사서가 제대로 적혀 있는지 확인하고,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전화로 물어보고 입력해야 한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매뉴얼이 계속 바뀐다. 할당된 숫자를 채우고 나면 다른 지역 보건소, 일반 병의원에서 넘어온 (이관된) 확진자 등록을 한다. 이름이 한글로 기록된 외국인에게는 전화해 외국인등록증이나 여권사진을 찍어 공용 휴대전화로 보내달라고 안내해야 한다(영어로 고쳐줘야 한다).

정말이지 하루가 어떻게 갔나 싶고, 일주일이 이렇게 후다닥 지나갈 줄은 몰랐다. 잠깐 둘러서서 커피 들고 삼삼오오 환담 나눌 시간이 없다. 메신저로 수다 떠는 것도 불가능하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이런 건가 싶다. 하루종일 컴퓨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더 피곤했던 걸까, 뒷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노동부 파견 직원은 어제부터 안약을 챙겨왔단다.

신문과 TV 뉴스에서 숫자로만 봤던 현장이 이곳에 있다(물론 방호복을 입고 땀 흘리는 분들은 또 따로 저 바깥에서 오늘도 열일이다). 2년 동안 매일 야근이고, 휴일도 없이 일해 온 현장이 이곳에 있다. 아마 몰지각한 일부 민원인의 폭언 등 때문일 텐데 우는 직원들도 많다고. 경산보건소 바로 뒤에 남매지라는 큰 연못이 있는데 그곳을 직원들 눈물로 채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한편, 업무를 하면서 어렴풋이 들어왔던 디지털 격차를 실감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문자 URL로 보내는 자기기입식 역학조사를 가뿐히, 완벽하게 해서 되보내주지만, 노인들은 그게 안 된다. 노인들과 통화는 이쪽에서 목청을 한껏 올려야 한다.

오늘, 33년생, 만 88세 할머니와 통화했다. 별다른 증상이 없단다. 집에 혼자 사시고 자식들은 멀리 따로 산단다. “이거 어떡하지.”라는 말을 들은 팀장님의 코치를 듣고 다시 전화한다.

“할머니, 자녀분한테 꼭 전화해서 확진됐다는 말씀 하세요. 아니요 아니요. 꼭 하셔야 해요. 자식들 걱정한다고 안 하시면 안 돼요. 정 걱정되시면 아프지 않으니 염려 말라고 말씀하셔요. 네? 꼭 하셔야 돼요. 아셨죠, 할머니?”

그 할머니께, 자녀분 전화번호를 받아서 내가 직접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파견 간 직원들 고생이 많습니다. 응원해주세요.

*혹시 확진되었다면 모르는 전화가 와도 잘 받아주세요. 보건소에서 전화하는 거랍니다.

*보건소는 주말, 휴일이 없습니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낸 지자체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의 노고는 특히 오래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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