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문화재청공무원노조 위원장
김대현 문화재청공무원노조 위원장

2021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삼백예순날마다 어김없이 되풀이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착잡한 마음인 건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근무지를 옮긴 분, 이사를 하신 분, 승진을 하신 분, 상을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근무지를 못 옮긴 분, 이사를 못 하신 분, 승진을 못 하신 분, 상을 못 받으신 분들이 (어쩌면 훨씬 더 많이) 있으시겠죠. 어떤 분에게는 소중한 인연을 만든 해일 수도 있고, 어떤 분에게는 소중한 분을 떠나보낸 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또 한 살 더 먹었네” 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고요. 모든 분들에게, 기쁜 일을 겪으신 분들에게는 축하의 말씀을, 슬픈 일을 겪으신 분들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이도 저도 아닌 분들에겐, 음, 그냥 같이 씩 웃죠, 뭐.

내년이면 반백년을 더 살게 됩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었다구요. 10년의 시골생활을 접고 도시로 나왔더니 (특히 서울) 세상은 천지가 개벽했더군요. 천지가 개벽하는 동안 제 머리는 더 빠지고, 뱃살은 중력의 힘을 견디지 못해 계속 아래로 처지고, 눈썹은 아내가 자꾸만 문신을 하자고 재촉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내게 독서는 12시간 동안의 비행과 같은 지루한 시간을 이겨내는 좋은 취미생활이지만, 때로는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 있는 게 아닐까? 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 이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언젠가, 아마도, 컬처그라피, 75쪽)

 

지난 한 해도 하릴없이 책을 들었습니다. 《리더의 마음》을 읽는다고 리더의 자질이 생길 리 만무하고,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외운다 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더군요. 이제 이 나이에 책을 읽는다고 인생이 바뀔 리 또한 만무하지만 저는 그래도 부지런히 밑줄을 그어가며 책장을 넘겨갈 것입니다. 비록 돌아서면 잊고, 읽은 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우리 삶이란, 죽음에 이르러 보았을 땐 모든 게 허망하고 무용한 노력의 반복이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우리 모두가 같이 되새겼으면 하는 문구 하나 뽑아봤습니다. 내년에도 빛나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기왕이면, 책과 함께.

“잘된 일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고, 무언가 불만스럽다면 그 사실 또한 그들에게 알려주어라. 대립을 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해야 할 말을 일주일이나 미루다가 혈압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다음 폭발시켜서는 안 된다. 이 점을 간과했다가는 단순히 그 직원 한 사람뿐만 아니라 당신 밑에서 일하는 모두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말 것이다. 부하 직원과 게임을 하지 마라.” (《대화의 신》, 위즈덤하우스, 129쪽)

 

*이 글은 2019년 문화재청 ‘소통의 장’에 ‘책 권하는 사회, 지극히 주관적인 책읽기(2019)’로 올린 글을 필자가 수정·업데이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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