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한도·대상 확대 등 보험 실효성 높여야
적극행정 필요한 것은 공무원보다 국가·지자체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내년 1월부터 공무원이 공무 중 소송을 당하게 되면 소송비용이나 손해배상액을 ‘공무원 책임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44개 부처 26만 4000명의 공무원이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공무원이 공무 중 소송을 당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 개인이 스스로 소송에 대응해야 했다.

인사처는 그동안 내년 1월 공무원 책임보험을 도입하기 위해 관계부처 및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함께 공무원 책임보험 약관을 사전에 마련하는 등 준비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이 각 부처의 보험계약 등의 업무를 대행함으로써 부처별 보험 가입률을 높일 수 있었고 부연했다.

인사처뿐 아니라 행정안전부도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2020년 1월부터 공무원 책임보험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 대상은 29개 지자체와 10개 시·도 교육청 소속 7만 5000여명(지방공무원 7만 1000명, 무기계약직 등 4000명)이다. 이 역시 지자체를 대신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계약 체결을 할 것이라고 한다.

구조는 국가가 직접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연금공단을 통해서 각 보험사에 책임보험을 들고, 보험료는 국가나 지자체가 내는 방식이다.

지방공무원은 33만명쯤 된다. 이번에 행안부가 책임보험에 가입시키려는 지방공무원이 모두 7만 1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지방공무원의 21%가 조금 넘는데 그친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왜 빠졌을까. 이들은 책임보험에서 제외된 것일까.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하다가 부주의나 과실로 인해 발생한 법률적 손해배상금 지급을 위한 배상공제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중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각종 민원서류 발급업무 수행 중 부주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제3자에 대한 법률적 손해배상금 지급을 담당하는 ‘업무배상공제’는 2003년에 도입됐다.

또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공무 수행 중 부주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제3자에 대한 법률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행정종합배상공제’는 2013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들 지방재정공제회에서 운영 중이다.

이외에 일부 지자체는 지방재정공제회를 통하지 않고, 별도로 가입대상이나 보장범위 등 세부사항을 결정해 보험사와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대행해서 보험사와 계약을 맺는 방식과, 지방재정공제회, 개별보험사 직접 계약 등 세 가지 방식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중앙부처 책임보험 도입은 너무 늦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홍보하고, 황서종 인사처장이 “공무원 책임보험 도입으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소송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며 공치사를 할 게 아니라 “늦어져서 죄송하다. 이제라도 잘하겠다”고 해야 할 판인 것이다.

공무원 책임보험제도를 확대한 것을 백번 잘한 일이다. 다만,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각 보험 간 수혜 폭을 균등화하고, 또 지원 대상 공무나 금액 한도도 확대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각 부처·기관마다 적극행정추진위원회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적극쟁정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과감한 면책 조치와 함께 명실상부한 책임보험이 필요하다.

공무원에게만 적극행정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먼저 적극행정의 모범을 보여야 적극행정이 성공한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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