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동자를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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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동자를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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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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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조 국가공무원노동조합정책연구소장

지난 5일 행정안전부(행안부)는 개정된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인사지침)을 발표했다. 이 인사지침대로라면 일부 공무원들은 근속승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상당수 7급 11년차 이상 재직자와 희소직렬 공무원들은 근속승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공무원의 직급체계와 승진제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근속승진의 어려움까지 가중된다면 공직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행안부가 발표한 인사지침에 공무원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12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인사지침 철회를 요구하면서 세종시 행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공무원노조들은 인사지침이 가진 문제를 넘어 행안부가 공직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데에 분노하고 있다.

행안부가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공무원 인사제도를 도입할 수 있고, 기존 제도를 고칠 수도 있다. 빠르게 변하는 행정수요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의 조직·인사제도를 고민하는 건 당연한 행안부의 역할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도입하고, 수정할 때 현장에서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공무원들과 소통하고, 협의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시민참여,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제도, 정책의 수용성을 높여 기대하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정이다.

행안부는 왜 그럴까.

행안부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에 무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행안부가 이와 같은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몰랐다면 관련 사항을 검토하고, 이해하길 바란다.

여기서는 행안부가 일부러 외면했다는 전제를 놓고, 왜 행안부가 이런 행동양식을 취했는지 살펴보자.

먼저 국가주의 사고방식이다. 정부 기관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행안부의 의사결정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국민은 수동적으로 따르고, 수혜를 입던 암울한 시대의 사고에 갇혀 있다.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노동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결정할 때도 같은 의식작용이 동원되는 것이다. 권한이 주어졌으니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결정의 대상이 되는 집단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빈약한 노동의식이다. 행안부는 여러 정부기관 중의 하나이지만, 대정부교섭에서 사용자로서 정부를 대표하여 공무원노동자와 교섭을 진행하는 당사자다.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공무원노조와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최영조 국공노 정책연구소장
최영조 국공노 정책연구소장

원활한 소통과 협력, 상대방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핵심인 교섭을 앞둔 행안부가 이번에 인사지침을 결정하고, 발표한 과정은 공무원노동자를 무시한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교섭의 문턱에 가기도 전에 신뢰를 스스로 깨버린 무책임한 행동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신뢰를 다시 회복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교섭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행안부가 공무원노동자를 생각하는 그 모습 그대로가 현실로 나타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공무원노동자가 가진 약한 권한이다. 공무원은 헌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한 노동3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은 법률로 제한하고 있다. 공무원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 수단으로서 쟁의행위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의 불합리한 처우,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에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렇게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정부가 항상 의사결정의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제도적 환경이 자연스럽게 정부에 힘을 실어줬고, 이 힘을 사용하는 정책결정자들의 행동양식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행안부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면서 굳이 공무원노조와 소통하고, 협의할 유인이 없다고 여기게 된다. 공무원 노사관계의 명백한 한계다.

공무원노조들은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사안으로 정부와 대립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하고, 이를 결정하고, 행동할 때 큰 내적 갈등을 겪는다. 행안부의 인사지침 개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행안부 앞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을 하기까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행안부에 말하고 싶다.

무거운 마음으로 갈등을 견디며 농성하는 공무원노동자의 심리를 악용하지 말라. 그들도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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