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하던 가게가 망했다… 아예 캣하우스로 개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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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하던 가게가 망했다… 아예 캣하우스로 개조했다
  • 공생공사닷컴
  • 승인 2019.10.30 10: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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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입법부 노조위원장 밤엔 캣대디로 사는 최치훈 이야기
키우던 강아지 죽고 허한 맘에 데려온 고양이가 벌써 15마리
“아이들 삶이 짧아 이별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최치훈 국회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과 부인 최인홍 여사가 자칭 '캣 아후스'에서 이쿠은 고양이 단추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치훈 국회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과 부인 최인홍 여사가 자칭 '캣 하우스'에서 키우는 고양이 호박이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첫 번째 범인은 아들 녀석이다. 그 녀석이 어디서 강아지 몇 마리를 데려오면서 시작됐다. 그러려니 했는데 눈길이 갔다. 그다음엔 마음이 갔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 복실이와 보람, 땅콩은 2000년대 후반 내 마음속에 별이 됐다.

허한 아내와 나의 마음을 대신 채워준 것이 바로 ‘양이’ 친구들이다. 한두 마리씩 키우던 게 자꾸 늘어나고, 한없이 마음이 갔다.

굳이 또 한 명의 범인을 지목한다면 내 아내다.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부른다. 직장생활을 하던 80년대 후반에 만난 아내는 항상 뭔가를 하고 싶어했다. 매사 적극적인 그녀라서 살림만 하기는 지겨웠을 것이다. 게다가 애들도 어느 정도 키워놓았으니….

2007년 닭갈빗집을 시작했다. 아마 그때쯤 아들 녀석이 복실이랑 세 녀석을 데려왔을 것이다.

아내는 ‘마이너스의 손’…가게는 망했지만 고양이를 얻었다

그럭저럭 유지해오던 닭갈빗집은 7년여 만에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다. 한 2년 쉬더니 좀이 쑤셨는지 뭔가 또 해보려고 했다. 그때가 2017년이다. 그래서 차려준 게 수입맥주 가게다.

처음에는 손님도 제법 있어서 희망에 부풀었었다. 그런데 그것도 1년 만에 말아 먹었다. 수입맥주를 몰랐던 것이다. 바다 건너오는 시간, 통관을 기다리는 시간, 도매상 등을 거치는 데 들어가는 시간 등을 생각하지 못했다.

가게에 들어올 때는 유통기한이 거의 다 돼서 들어왔다. 아차하면 자기도 모르게 유통기한이 지난 맥주를 팔게 된다. 그렇게 벌금을 한두 번 물고 나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

500여만원 상당의 맥주를 주변에 뿌리고, 가게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단골은 계속 찾아왔다. 바로 나비다.

가게 망한줄도 모르고 매일 찾아와 우는 고양이는 식구가 됐다

가게 할 때부터 배고프면 가게 앞에 와 울어서 밥을 주곤 했는데 이 녀석이 폐업한 줄도 모르고 문앞에서 계속 울어댔다. 그래서 녀석을 안에 들였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것 양이 친구들의 놀이터로 만들자.” 우리 부부의 ‘캣하우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최치훈 위원장 부부의 캣하우스에서 놀고 있는 양이들. 왼쪽부터 루이, 단추, 보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최치훈 위원장 부부의 캣하우스에서 놀고 있는 양이들. 왼쪽부터 루이, 단추, 보리.
최치훈 입법부 노조위원장 부부가 수입맥주 가게를 하다가 폐업하고, 만든 캣하우스에 들여놓은 고양이 화장실. 조명도 달려 있는 등 전체 세트 가격이 100만원이라고 한다.
최치훈 입법부 노조위원장 부부가 수입맥주 가게를 하다가 폐업하고, 만든 캣하우스에 들여놓은 고양이 화장실. 조명도 달려 있는 등 전체 세트 가격이 100만원이라고 한다.

낮엔 일하고, 밤과 주말엔 고양이에게 매달려 사는 ‘캣대디 공무원’ 최치훈 국회노동조합위원장의 얘기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10월 하순 주말 오후. 그의 둥지를 찾았다. 헤매다가 동네 주민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주류가 어디 있어요.” “저 밑인데 그 가게는 문 닫았는데요.”

그런데 그 앞에 가니 △△주류가 맞다. 페인트로 덧칠했지만, 가만히 보면 간판이 보인다. 그 안으로 들어오란다. 그렇지 그 가게에서 고양이를 키운다고 했지.

20평이 조금 안 돼 보이는 데 한때 수입맥주집이었으니 그리 작은 편은 아니다.

들어서자마자 개만 한 고양이들이 돌아다닌다. 나는 고양이가 이렇게까지 크는 줄 몰랐다.

사료비 등 월 70만원은 보통… “돈 생각하면 어떻게 아이들과 사나요”

바닥에도 있고, 아직도 일부 주류가 들어 있는 수납장 위에도 고양이가 올라가 나를 내려다본다. “헉” 나는 개도 고양이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행히 아내도 나와 취향이 같아서 반려견이나 반려묘 문제로 다툴 일이 없어서 좋다.

최 위원장 부부가 키우는 고양이는 모두 15마리. 수입맥주 팔던 가게에 8마리, 집에 또 7마리.

가게엔 없는 게 없다. 쇼윈도에는 고양이 화장실이 딸린 집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밤에 화장실을 찾도록 조명도 달려 있다. 한 채에 100만원이 넘는단다. 벽에는 고양이 집들이 복층으로 죽 늘어서 있다. 그 중 3개는 바닥에 냉방과 난방이 된다. 한 채에 30만원.

최 위원장은 고양이 털이 날리고, 얘기하는 중에도 입에 고양이 털이 들어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도 처음엔 신경 썼는데 이젠 신경 안 써요.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고양이 키우니 오히려 면역력이 생겼나 봐요” 곁에 있던 부인 최인홍(57)씨의 얘기이다.

바로 마이너스의 손이다. 그는 가게 문을 닫은 뒤 나비를 안으로 들이면서 본격적인 캣맘이 된다.

인터넷에서 고양이 판다는 말에 광분해 한밤에 달려가 데려왔어요

“콩이는 중고나라에서 1만 5000원에 판다고 올려놔서 ‘동물도 생명인데 이럴 수가’하고 홧김에 삼선교까지 가서 데려왔어요.”

거느린 고양이치고 사연 없는 녀석이 없다. “밀러와 블랑은 남매로 주인이 버린 것을 데려다가 키웠어요. 수입맥주 이름을 따서 지었지요. 도도는 길가에서 거품을 물고 발작을 하는 것을 데려왔는데 이젠 괜찮아졌어요.”

공무원 월급 빠듯한데 혼자 벌어서 이렇게 지출하면 어떻게 살림을 꾸릴까. 아들 둘은 다 성장해 큰돈들 일은 없지만, 고양이에 들어가는 비용은 겨우 충당한다.

버려진 애들 데려다 돌봐서 입양 보내려면 ‘중성화 수술’(TNR·trap-neuter-return)을 해야 하는데 보통 30만원쯤 든다. 이렇게 그의 손을 거쳐간 고양이가 수십마리다. 어떤 땐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들어갈 때도 있다. 사료값 등을 계산하면 보통 땐 월 70만원 넘게 들어간다.

“가게는 자가인가요.” 궁금해서 물었다. “아뇨 월세예요. 그냥 수입맥주하던 가게 그대로예요. 전세로 전환하자고 해도 집주인이 월세를 고집해요.”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연이 많지요. 애니멀 호더로 몰렸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이 친구들이 나보다 생이 짧다 보니 끝없이 수없는 이별을 마주해야 한다는 겁니다. 십여년을 같이한 친구들을 마음에 묻어야 하니까요.”

은퇴 후엔 전원주택에 병들고 버려진 양이들과 살고 싶어요

최 위원장에겐 꿈이 있다. “몇년 남지 않은 직장생활을 마치면 전원주택을 얻어서 병들고 버려진 아픈 아이들을 구조해 묘생이 다할 때까지 곁에 있어 주고 싶어요. 욕심을 부린다면 팻택시를 운행하고 싶고요. 고양이 등 반려동물 탑승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으니 내가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요.”

그는 대한수의사협회로부터 ‘동물보호명예감시원’ 교육도 받았다. 부인 최 여사가 시작해서 시작된 묘연(猫緣)이지만, 지금은 부인 못지않은 열정이다.

물론 최 여사라고 가만히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날도 이웃 반지하에서 단둘이 사는 장애우 부부가 자식처럼 키우던 고양이를 싫어하는 집주인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긴 돈 들여서 월세를 다른 데 얻어줬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때 털어놓아서 면죄부(?)를 받자는 생각이었을까.

사랑하고 아껴주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왜 싸우나

분위기를 바꾸려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달라고 했다.

“요즘 세태를 보면 혐오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저는 사람 좋아하고, 고양이 좋아하고, 제 직업을 사랑합니다. 이것들을 위해 힘쓰다 보니 누군가를 미워할 힘이 없더라고요. 존귀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랑만 하면서 살기도 짧은 인생 아닙니까.”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최치훈 위원장은〉

1961년생으로 올해 58세 소띠다. 2000년 국회 공무원으로 입직했다. 2008년 국회(입법부)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해 2017년 입법부노조 부위원장을 거쳐서 올해부터는 노조위원장을 맡아 입법부 노조를 이끌고 있다. 공무원노조 집행부 중에서는 맹렬 위원장으로 꼽힌다. 산에 가서도 조합원 가입원서를 돌릴 사람이라는 게 최 위원장에 대한 주변의 평가다. ‘캣대디’ 생활이력은 21년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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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1 2019-11-08 12:08:00
최치훈님과 그의 짝꿍 인홍 여사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재미있어요 감사해요!

sunny 2019-11-06 00:48:56
정말 정말 멋지고 마음 따뜻하신 분들이세요 :-) 이런 분들만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어요 ~!!

이웃사람 2019-11-05 17:27:13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