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이창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이창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화살이 시위에서 튕겨 과녁으로 향할 때 궤적이 남는다. 우리네 일상의 감각으로는 시위와 과녁에 눈길이 가지만 지금은 화살이 지나간 궤적을 그려보고 싶다.

10년의 궤적… 공무원의 노동운동, 우리 사회에선 군대에서 축구 얘기만큼이나 금기시되는 단어가 아닐까. 어느 날 갑자기 나는 금기된 그 길을 스스로 걷기 시작했다.

2008년 늦가을 광장, ‘사회 공공성 수호’라는 깃발 아래 수많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주말에 자리하고 있었다.

많은 민주화 열사가 피 흘려 이룩한 사회 민주화의 수준이 퇴보하는 여러 현상에 대해 당시 나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사회적 목마름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 눈에 띈 메일 속 사진 한 장. 그것은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홍보물이었다. 홀린 듯 혼자서 찾아간 곳 여의도. 엄청난 확성기 소리, 손에 쥔 피켓… 모든 것이 낯선 장면이었다.

그때까진 동화되지 않겠다는 경계심으로 마음의 팔짱을 굳게 채우고 멀리서 관람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나를 감춰주는 시간 바로 그때 누군가의 손에서 전해 받은 소박한 A4 용지를 반 접어 ‘스테이플러’로 찍은 자료집 3권. 아주 얇은 자료였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차분히 읽어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

민영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비정규직… 충격이랄까, 흥분이랄까. 어린 시절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하고 10월 유신 100억 수출을 학교 곳곳에서 보며 형성된 사회적 가치관이 한순간 혼란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서적을 찾았고 인터넷을 뒤지면서 기득권, 특권층 등, 소수가 누리는 부의 독점, 편중. 그로 인한 소득불균형, 사회적 양극화, 마치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의 고려 말기 사회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게 되었고,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 누리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자유는 누군가의 피와 눈물의 산물임을 깨닫게 되면서 사회적 부채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된 소심한 사회적 관심이 직장에서 노동조합을 창립, 지부장이 되었고 여러 감투를 거처 이제 10년이라는 궤적을 그리게 되었다.

10년간의 새로운 삶에서 마음에 자리하는 것은 ‘인간의 불완전성’이었다. 지적 수준이 뛰어나든 사회적 경험이 출중하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불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또 인정하고 논쟁, 논의, 경청, 배려의 성숙한 소통과 숙의 과정을 통해 깨우치고 공감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비타민이 되어 건강한 사회조직의 진보에 필수요건이 아닌가 하는 교훈을 현장 활동을 통해 거둔 가장 큰 성과로 간직한다.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글처럼 시간을 거스르지 않으며 나는 지금 아름다운 퇴장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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