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 ‘신동근 경남도청노조위원장’

사상 초유 1급 출신 중앙관료와 6급 지방공무원 대결 구도 관심
“행정공제회 이사장 자리 행안부 고위관료 전유물 아냐”
“가입자 98% 지방공무원…경영에 현장의 목소리 반영해야”
청와대 인사검증 부동산 문제 있다 배제… “난 떳떳하다”

그는 지방직 6급 공무원이다. 주변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다. 6급 지방공무원이 이사장 자리에 도전하다니… 하지만,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자리가 고위공무원 출신들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깨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년까지 13년 남은 공직생활을 정리할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주변의 우려대로였다. 행안부로부터 인사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음이 아프고, 허탈하지만, 그보다 그를 더욱 견디기 어렵게 한 것은 부동산 투기라는 오명이 덧씌워졌다는 것이었다. 울화 때문에 밤잠을 설친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 울화는 장문의 글로 카카오톡을 통해 필자에게 전해져오곤 했다. 30여 년의 기자생활 끝에 큰 언론사 사장직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필자로서는 그의 아픔과 울화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의 도전이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지난 19일 열린 지방행정공제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인사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그를 최종 후보로 올릴지 여부를 오는 30일 열리는 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하라고 의결했다. 만약 대의원회의에서 후보로 받아들여지면 그는 말 그대로 기사회생하게 된다. 1급 출신 쟁쟁한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그는 다름 아닌 신동근(47) 경상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다. 6급 공무원으로 사상 최초로 한국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자리에 도전한 그를 최근 전화로 만났다.

한국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신동근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공생공사닷컴DB
한국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신동근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공생공사닷컴DB

→지방공무원 6급의 한국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도전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대한지방행정공제회(행정공제회)는 회원이 30만명에 이른다. 전국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이 대부분 가입되어 있으며, 중앙부처에서는 유일하게 행안부 직원 3800명 정도가 가입돼 있다. 지방공무원이 98.7%, 행안부가 1.3% 정도 되는 것이다.

행정공제회는 국민연금공단이나 공무원연금공단처럼 정부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 모든 재원은 회원이 낸 회비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순수 민간 투자회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기한 점은 행정공제회 이사장은 늘 행안부 고위공무원 출신이 도맡는다는 것이다. 행안부 퇴직을 1, 2년 앞둔 공무원이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행안부에서 행정공제회를 좌지우지해온 것이다. 그래서 지방공무원 중에 똑똑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이 한 번쯤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그동안 대의원이나 운영위원도 했었다. 현장성을 경영에 보태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그동안 행정공제회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인가.

행정공제회의 각종 의결이나 임원선출 등 중요한 결정에 대한 승인권은 행안부 장관이 가지고 있다. 주인은 전국에 있는 지방공무원들인데, 왜 운영에 대한 권한은 행안부 장관이 가져야 하고, 이사장도 행안부 출신 공무원이 계속 해야 하는가.

국가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행정공제회의 주인은 지방공무원이며, 권한도 그들에게서 나오는 게 맞지 않다.

7, 8년 전쯤에 행정공제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지급준비율은 84%에 그쳤고, 임원들은 반목하고, 갈등했다. 대의원회에서는 공제회 운영에 대한 개선 요구가 쏟아지고, 공제회 직원들은 위축돼 불만에 차 있었다.

이후 대의원회의 비판이 공제회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었고, 합심과 소통으로 투자 수익이 서서히 올라오면서 행정공제회는 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운영의 민주성, 미래지향적 가치관 등은 과제라고 생각했다. 투자 실적이 내려가면 이구동성으로 공제회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지만, 과연 그들에게 충분하게 사기를 북돋아주고 일할 여건을 만들어줬는가 하는 생각을 해왔다.

여기에다가 이사장 자리는 행안부 낙하산 자리로 전락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성품을 갖추었다손 치더라도 행안부로부터 내려온 이사장이 공제회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관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재삼 강조하지만, 현장 공무원에게 체감되지 않는 공제회의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현장성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검증에서 문제가 됐다는데 맞는 얘기인가.

맞다. 행안부 담당과장으로부터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문제가 드러나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황당했다. 그래서 “이유가 뭐냐”고 따지니 “부동산 투기문제”라고 했다. 순간 전화기를 놓칠 뻔 했다. 허탈했다.

→부동산 투기라면 요즘 인사검증에서 금기시되는 단어인데… 진짜 떳떳한가.

02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직감적으로 청와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개인신상과 가족사항, 공직생활의 이동경로, 30년 전의 군병역 관련 등을 물었다.

제출한 서류에는 기재돼 있지 않은 것이지만, 나와 배우자의 과거 부동산 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구입 자금, 20년 동안 몇 건의 집 또는 토지 거래 내역에 대해 그 구입 경위와 가격, 자금 출처 등을 물었다.

정성스레 답을 마련했다. 사실 5년 이상 20년 전 내역까지 정확히 정확히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은행에 가서 오래전 대출내역까지 부리나케 준비했다.

하지만, 청와대로부터 특별한 연락이 없는 상태가 열흘 이상 지속됐다. 특별한 질문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지난번 질문과 자료요구가 마지막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안도감은 내 착각이었다. 행안부 과장의 입을 통해 부동산 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이랑 땅 하나밖에 없다. 무엇이 투기인지 궁금했다. 나는 떳떳하다. 조사를 했던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다.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모양인데, 청와대 인사검증은 알고 시작한 것 아닌가.

물론 알고 있었다. 절차상 받아야 한다니까 응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청와대 인사검증을 왜 받아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행정공제회 임원이 되기 위해 청와대 인사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법도 없었으며, 이사장 공개모집 공고에 선임절차가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거기에도 청와대 인사검증이라는 절차는 기재돼 있지 않았다.

행안부에 따져 물으니 “지방행정공제회가 2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고, 지방공무원들이 가입자이다 보니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행안부에 검증시스템이 없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부동산 투기자가 되어버렸고, 공직에 들어온 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단 한 번의 징계도 받은 적이 없던 내가, 국가로부터의 검증에 부적합이라는 커다란 낙인이 찍혀져 버린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모르는데 여기서 한 번에 막혀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모절차를 개선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청와대 인사검증은 제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행정공제회 이사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성범죄, 금융사범 등의 이력 정도는 조회해 객관적인 검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의원회에서 선출된 당선된 임원을 행안부 장관이 승인하는 절차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만약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도 공제회 대의원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에 내부구성원으로서 이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나는 공무원 노동운동을 해온 만큼 앞으로도 맡고 있는 경남도청노조위원장, 한국노총 공무원본부 조직실장으로서 노동운동은 지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오는 30일 이사장 선출을 위해 소집되는 대의원회에 끝까지 후보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