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지방선거 앞두고 곳곳 경고등
윗선은 빠져나가고, 공무원만 다치기 일쑤
가혹한 공직선거법… “잘못 걸리면 치명상”
부당한 지원 요구에는 ‘NO’ 하는 게 정답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사회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선거에 휘말리면 공직생활에는 치명상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기간 특정 후보나 그의 기사 등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리트윗을 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하물며 후보나 그 진영에서 공약을 만드는 데 자료 등을 지원하거나 만들어 줄 경우 공직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지시한 단체장은 멀쩡한데 도와준 직원들은 해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선과 지방선거 등 양대선거를 앞두고 연말이 되면서 서서히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 공무원 가운데 구설수에 오르거나 문제가 드러나 조사를 받는 사례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과거 선거법 위반 사례 및 최근 이슈 등을 소개한다.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정책개발 vs 공약지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대선공약 개발’ 의혹을 받는 여성가족부 소속 공무원 A, B씨 등 2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자료를 낸 게 12일이니 아주 최근의 일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특정 정당 정책연구위원으로부터 대선 공약에 활용할 자료를 요구받고 소속 기관 내 각 실·국에 정책 공약 초안 작성을 요청해 이를 정리해 모 정당 정책연구위원에게 전했다고 한다.

B씨는 취합된 정책 공약에 대해 회의를 열어 논의하는 등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실제로 이렇게 드러내놓고 공약개발에 간여했다면 간이 부은 공직자라고 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선거에서 이렇게 공약 개발에 간여했다가 옷을 벗은 공무원이 한둘이 아니다는 점에서 이게 사실이라면 ‘무개념 공직자’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여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선거 중립 관련 문제가 된 회의는 중장기 정책과제 개발을 위한 회의로 선거법 위반 사실이 없었음을 선관위 조사에서 충실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정말로 공약개발을 알고 참여했는지, 아니면 순수하게 정책과제 개발을 했는데 고위직에서 이를 정당에 넘겨줬는지는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도 고위공직자는 빠져나가고 실무 직원만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는 아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듯하다.

구청장은 벌금 90만원 vs 도와준 과장은 250만원+해임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의 모 구청 구청장이 비서를 통해 홍보물을 제작하라고 했고, 이에 따라 담당 공무원은 관련 자료를 건네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것이다.

자료:행정안전부
자료:행정안전부

그런데 대법원까지 가서 난 판결은 구청장은 증거가 없다며 벌금 90만원으로 직을 유지했고, 이를 도와준 과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5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해임됐다.

구청장이 비서에게 홍보물 제작을 지시했지만, 이를 구청 공무원에게 시키라고 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비서의 요청을 받고, 관련 자료를 건넨 기획예산과장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일로 과장은 물론 밑에 직원들까지 줄줄이 처벌을 받았다.

관련 기사에는 “ㅇㅇ은 90만원 졸개는 200만원” 등 판결을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댓글 등이 달리기도 했다. 물론 구청장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담당 과장이 구청장 비서의 요청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적극성을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좀 난처해도 부당하다싶으면 ‘NO’하는 게 공무원 생활 오래하는 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동료 따라갔다가 갈비탕 한 그릇 먹고 36만원 과태료내기도

4·15천안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당시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보궐선거와 관련해 선거구민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현직 공무원 A씨와 또 식사 참석자들에게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후보자 B씨를 지난 6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더불어 참석했던 전·현직 공무원에게는 각각 36만원씩 모두 25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선관위의 고발 직후 천안시는 A씨를 즉각 직위해제했다.

얘긴즉슨 A씨는 B씨의 선거운동을 위해 ‘전·현직 공무원 등 9명’을 식사모임에 참석하도록 한 후 13만 4000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하고,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53통을 선거구민에게 발송했다는 것이다.

동료가 불러서 나갔다가 갈비탕 한 그릇 얻어먹고 36만원의 과태료는 물론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게 된 것이다.

너무 엄격한 공직선거법… 몸조심이 최고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2월 광주지역 전국공무원노조 교육수련회에서 노조 간부 2명은 공무원 정치기본권 관련, 소개 영상과 책자를 돌렸다. 이후 이들 2명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 자리에서 특정정당 지지를 호소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공직선거법은 엄격하다. 공무원의 선거중립에 위배된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처벌하도록 돼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거운동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게시물에 댓글이나 ‘좋아요’ 등을 누르는 것도 위반사항이다.

정부부처가 선거기간에 부득이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홍보하더라도 특정 정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면 이를 광고 등으로 내보내서도 안 된다.

정책 홍보를 하면서 기호가 1번이나 2번인 정당을 위해 이를 연상할 수 있는 1이나 2 도안을 쓰는 것도 역시 ‘불가’다.

공무원노동계가 공직선거법이 너무 가혹하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다만, 공직선거법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에 ‘좋아요’나 경미한 댓글 등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요행수를 바라면 안 된다. 잘못 걸리면 처벌받기 때문이다. 매사 불여튼튼이다. 선거를 앞두고 공직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몸조심해야 할 때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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