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망막색소변성증 앓는 중도 시각장애인
청각에만 의존해 공부… 2년 만에 시험 합격
“장애가 있는 사람‧후배들 희망 되고 싶어요”

문경대학교는 졸업생인 이승진 씨가 서울시 지방직 공무원에 최종합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승진씨. 문경대 제공.
중도시각장애인으로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최종합격한 이승진씨 문경대학교 제공.

“저와 같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시각장애를 딛고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이승진(24)씨의 소감이다.

문경대학교는 재활상담복지과를 졸업한 이승진씨가 지난 6월에 실시된 2021년 제1회 서울특별시 지방직 공무원에 최종합격했다고 5일 밝혔다.

이승진씨는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중도시각장애인이다.

중도시각장애인은 사는 도중에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을 말한다.

이씨는 대학 졸업 후에는 명암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시각장애를 딛고 청각에만 의존한 채 공부해 2년 만에 서울시 공무원에 합격했다.

이씨는 “중도 시각장애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어 기쁘다”며 “저와 같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이씨의 공무원 시험 합격이 순조로왔던 것은 아니다. 점차 흐려지는 시력과 쉽지 않은 공시과정을 거치면서 좌절하고, 포기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때 도움이 된 게 지도교수와 주변의 도움이었다. 조성욱 문경대 재활상담복지과 교수는 “이승진씨가 대학에 들어올 때부터 눈이 좋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읽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며 “스스로 이 과정을 극복하면서 졸업할 때쯤 ‘공부가 재밌다’며 공무원시험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 후에도 수시로 연락해서 많은 조언을 했는데, 좋은 소식을 듣게 되어 가르친 사람으로서 너무 감사하고 승진씨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승진씨의 밝은 성격도 한몫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후천적 장애에 굴하지 않는 의지와 긍정적인 사고는 슬럼프를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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