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와 서울 생활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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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와 서울 생활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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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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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달 호원대학교 교수(전 행안부 이북5도위원회 사무국장)
노경달 행안부 이북5도위원회 사무국장
노경달 행안부 이북5도위원회 사무국장

간첩 주인공을 소재로 다루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화는 스토리 흐름이 1999년 개봉했던 영화 ‘간첩 리철진’을 연상시키거나 ‘실미도’ 영화와 플롯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

실전과 같은 훈련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되어 임무를 받고 갖은 고생 끝에 남한에 도착한 원류환(주인공)에게 바보 행세 임무를 맡긴다. 원류환은 ‘달동네’ 생활을 하면서 주민들의 일상을 첩보로 보내는 것이 임무이지만, 평생 누려본 적 없는 평화로운 일상의 ‘달동네’에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열과 성을 다해 임무에 매진한다.

그 ‘달동네’의 대명사, 서울 생활이 어느덧 30년 되었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부지런하게 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두려움과 끝을 모를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서울의 삶을 새록새록 더듬어 볼 수 있는 그 가을이 또다시 찾아왔다.

올해 가을은 추풍령을 넘어 청운의 꿈을 안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입성했던 추억부터 먼저 떠오른다. 30년 전 그 가을에는 내무부 공무원증을 가슴에 달고 새벽에 출근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별 보며 내일의 희망을 걸었던 시기였다. 

흔히들 서울을 2000년 고도(古都)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대다수 사람에게 서울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모여드는 곳이다.

올라가고 있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트조차 뛰어 앞지르며 초를 다투는 서울의 발걸음은 연어가 폭포를 오르는 것처럼 누구나 급하게 움직이며 출근길에 오른다.

더 나은 기회를 위해서 폭포를 힘차게 수면 밖으로 튀어 올라 건너는 연어들의 대단한 근성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연어는 폭포에서 점프로 오르다가 기다리던 곰들에게 먹이로 잡히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고향인 강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건너가 후손을 남긴 후에 기력이 다해 죽는다. 

그러나 서울의 삶은 그렇지 않다. 청춘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이별하고, 일자리도 찾고, 젊음과 사랑이 넘치는 기회의 땅이다. 서로의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고 비로소 삶의 터전으로 삼아 뿌리를 내리는 곳이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나 역동적이어서 서울의 삶은 연어와 같은 깊은 인상을 줄 뿐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도 주인공에게 묘사되는 삶은 임무를 마치고 살아서 돌아간다고 해도 ‘연어’의 삶처럼 죽임을 당한다는 불안감을 남기지만, ‘달동네’ 서울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의 서울은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며 성장한 서울 곳곳을 누비며, 행복한 삶을 창조해내는 용광로일 뿐이다.

서울은 한국전쟁 이후 폭증에 폭증을 거듭하여 1000만명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여 년이다. 서울 시민 대다수는 고향을 따로 둔 사람이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을 모아 서울 사람으로 재탄생시키고, 전국의 문화를 합쳐 서울 문화를 창조해내고, 세계 유수의 대도시로 만들었다.

서울에 입성했을 당시 무선호출기(속칭 삐삐)를 차고 다녔지만, 30년이 지난 요즘은 디지털 휴대전화와 결합한 스마트폰 시대로 고도화되었다. 그 중심에 서울이 있고, 오늘의 서울은 그 가을의 느낌을 또 맞이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섰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달동네’ 서울의 연탄 얘기가 추억이 되고, 전설이 되어 가고 있다.

필자는 서울 생활에서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보람이 더욱 크게 솟아오르고 있다. 서울 생활 30년을 맞이하고 보니, 시골촌놈이 드디어 서울의 터줏대감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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