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5급공채 폐지 다시 논의할때 됐다
7, 9급 합격자 일정 기간 뒤 간부 후보군 선발도 대안
전문가는 필요한 자리에 꼭 필요한 인력 채용해야
기존 공무원 교육으로 전문성·행정서비스 제고 필요
호봉제 대신 성과급제 확대 같이 논의해야 국민 공감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 국무위원 워크숍을 열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과 고통분담 차원에서 급여의 30%를 4개월간 반납하기로 했다. 정부서울청사 모습. 공생공사닷컴DB
정부서울청사 모습. 공생공사닷컴DB

5급 공채 폐지는 공무원 채용제도의 개편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부터 시작해야 다른 것들도 병행할 수 있다. 몸통은 놔두고 곁가지만 손본다면 이는 개편이라고 할 수 없다.

먼저 5급 공채를 건드리면 손댈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또 다른 시험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많은 변수가 있다.

눈여겨볼 것은 2010년 ‘공직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이 실패한 것은 개천에서 용 나는 사다리가 끊어진다는 역풍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 공무원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고려할 수 있는 안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다.

당시 공직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의 골자는 행정고시 명칭을 5급 공채로 바꾸고, 정원을 2015년까지 50%로 줄이는 대신 민간전문가 채용비율을 50%로 높인다는 것이었다.

역풍을 맞은 것은 다름 아닌 민간전문가 50% 외부수혈이다. 공시생들의 반발과 이때 터진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른바 ‘부모찬스’를 논란이 돼 좌초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외부전문가의 수혈은 불가피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시험으로 뽑은 공무원만으로 다양한 행정수요를 감내할 수는 없다.

다만,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뿐 아니라 그 폭도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5급 공채 폐지가 공무원 채용제도에서 시험을 없애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7, 9급 시험이든 뭐든 시험제도는 존치하는 게 맞다. 다만, 입직루트를 다양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니 개천에서 용 나는 신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거에 사무관이 되는 방식이 없어질 뿐이다. 5급 공채 폐지 후 간부 후보군은 공무원 시험 합격자 가운데 현장 경험을 쌓고 올라온 공무원 가운데 능력이 있는 공무원을 쓰면 된다. 평가기법은 이미 잘 구비돼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외부전문가는 단계별로 필요한 분야에 꼭 필요한 인력만 수혈하면 된다.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에는 매년 수많은 인재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으니 채용절차를 거쳐서 뽑아 쓰면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기존 공무원이다. 시험을 볼 때는 민간기업을 능가하는 엘리트인데 합격해서 근무하다 보면 일반인들과 대비되는 그야말로 ‘공무원’이 되어 버린다.

경쟁이 필요한 이유다. 내부에서도 경쟁해야 하고, 일정 수의 외부수혈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경쟁을 통해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공무원의 교육이다. 우수한 인재가 교원을 제외하고도 50만명이나 되는데 외부전문가에만 의존한다면 이는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승진 교육이 아닌 직무교육과 4차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을 통해 공무원의 경쟁력을 높이고, 행정서비스의 질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호봉제의 폐지이다. 이미 국가공무원 사무관급 이상은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지만, 6급 이하는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손보려 하지만, 공무원노조 등은 결사반대다.

민간 영역은 이미 성과연봉제가 자리를 잡은 지 오래인데 공공영역에서만 호봉제가 존치한다는 것은 민간이 수긍하지 못한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군불만 때고 실제 시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이제는 5급 공채 폐지 못지않게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도 논의의 테이블에 올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왕 공무원노조는 물론 일부 대선 예비후보들이 5급 공채의 폐지를 공론화한 만큼 2022년 대선 길목에서 채용제도는 물론 공직개혁의 과제들을 테이블에 올려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모든 논의는 때가 있다. 대선 전후가 공직개혁을 논의할 적기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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