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5급공채 폐지 다시 논의할 때 됐다
공무원노동계 올해 대정부 교섭 의제에 정식 포함
정세균 민주당 예비후보 공직개혁안 발표…불 지펴
2010년 행시서 5급공채로 이름만 변경…개혁 불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안 공무원들. 서울신문DB
20대 대선을 앞두고 5급 공채 폐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정문 안 공무원들. 서울신문DB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5급 공채’ 폐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곳곳에서 5급 공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무원 노동계는 다음 주 시작되는 대정부 단체협약 교섭 의제 139번 항에 5급 공채 폐지를 올려놓았다.

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23일 5급 공채와 경찰대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공직개혁안을 내놨다.

그동안 5급 공채 폐지 주장이 없진 않았지만, 대선을 앞둔 길목에서 이런 공직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정 예비후보가 본선 무대에 오르건 오르지 않건 공직개혁은 이번 20대 대선에서 결코 가볍지 않게 다뤄질 것이다.

MZ세대(새천년세대)로 대표되는 세대교체의 바람은 거세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언택트’를 넘어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메타버스’의 문고리를 잡고 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5급 공채는 구시대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자료:인사혁신처
자료:인사혁신처

개발연대에 관료출신 엘리트들이 우리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이끈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관객은 많아졌고, 무대도 커졌다. 이들 소수 엘리트들이 감내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복잡해지고, 전문화됐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행시(5급 공채) 합격은 1급으로 가는 ‘티켓’이었다. 쉬었다 가든 빠르게 가든 대과가 없으면 1급으로 공직생활을 마칠 수 있는 게 지금까지의 공직사회였다.

7, 9급 출신이나 민간경력채용 공무원 중에서도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있을진대, 그들은 고시들의 틈바구니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

2012년 개혁 이후 제도

관료가 지배하는 나라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일본조차 2012년 우리의 5급 공채에 해당하는 1종 간부 시험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개혁을 단행했다.

이를 고시의 폐지로 볼 수 없다는 논란은 있지만, 대신 총합직과 일반직을 신설, 일 중심으로 구분하고, 일하면서 능력을 보인 공무원들이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우리도 5급 공채를 없애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10년 8월의 ‘공직채용제도 선진화’가 바로 그것이다. 행정고시의 명칭을 지금의 5급 공채로 바꾸고, 정원을 2015년까지 50%로 줄이는 대신 민간전문가 채용비율을 50%로 높인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이 선진화 방안 가운데 살아남은 것은 5급 공채 이름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없었던 일이 됐다. 당시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시준비생들의 불만이 폭발한데다 ‘개천에서 용이 되는 사다리’를 끊는다는 국민의 비판이 가세했다.

요즘 말로 하면 ‘아빠찬스’ 역풍이 불면서 정부·여당은 당정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거둬들인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5급 공채 폐지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중편에서 계속)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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