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덕진소방서 야간 감찰에 소방노조 격렬히 반발
공노총 소방노조 ‘과잉·함정감찰’… 담당자 문책 촉구
재발방지 위한 제도개선과 개선과정 노조 참여 요구
전공노 소속 소방노조는 소방청 앞에서 기자회견
노조 경험 없는 소방청 당혹…노사관계 정립 계기될듯

지난 22일 소방청을 방문한 공노총 소방노조 정은애(왼쪽 첫 번째) 위원장과 고진영(두 번째) 사무총창이 소방청 백승두(네 번째) 과장, 라수찬(세 번째) 감찰관을 만나 과잉감찰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다. 공노총 제공
지난 22일 소방청을 방문한 공노총 소방노조 정은애(왼쪽 첫 번째) 위원장과 고진영(두 번째) 사무총창이 소방청 백승두(네 번째) 과장, 라수찬(세 번째) 감찰관을 만나 과잉감찰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다. 공노총 제공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상명하복에 젖어 있는 소방문화에 ‘컬쳐쇼크’가 닥쳤다.

지난 7월 6일 개정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소방노조가 설립되면서 노조의 실체를 절감하고 있다.

그동안 직장협의회나 소방발전협의회 등을 통해 소방행정이나 소방 내부의 문제에 대해 공개 비판이 가끔 나오긴 했지만, 조직적인 반발 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노조가 설립된 이후 사건이 터지자 노조의 즉각적인 항의방문과 기자회견 등 다양한 리액션이 잇따르고 있다. 그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노사경험이 없고, 노조의 행동방식에 익숙지 않은 소방청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크게 문제가 될 사안도 아닌데 노조가 격렬히 반발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 내부에서는 앞으로 노조와 함께 하는 시대에 노사관계 등을 고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아울러 관련부서의 확충이나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일 저녁 소방청 감찰반의 전북 전주덕진소방서에 대한 감찰이다.

감찰반은 덕진소방서에 펌프차에서 경비가 없는 것을 보고 말벌보호복을 가져온 뒤 다음날 오전 9시 교대점검 때 말벌보호복을 내놓으며, 청사경비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해당 소방서 소방행정과장에게 확인서를 받았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소방노조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과잉감찰에다가 함정 감찰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야간주거침입절도죄를 덮어씌우기도 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소방노조는 다음날 즉시 소방청에 항의공문을 보내고 22일에는 직접 소방청을 항의방문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에 감찰담당 과장과 만나 “목적의 정당성을 떠나 이번 감찰은 소방감찰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함정감찰이자,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적절하지 않은 과잉감찰이다”고 따졌다.

이어 △재발방지와 △제도개선 △제도개선 시 소방노조의 참여 △해당 감찰담당자의 문책, 일선 소방서의 감찰은 해당 시도 소방본부에 일임 등을 요구했다.

소방청은 “이번 감찰은 누구를 징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도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감찰 제도개선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해당 직원은 이미 문제가 불거진 만큼 적절한 절차에 따라 문책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질세라 이날 오후 3시에는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노조가 소방청 앞에서 ‘야간주거침입절도 소방청 고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소방청의 감찰을 야간주거침입이자 절도죄라며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역을 치른 소방청은 이번 일로 새삼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예견은 했지만, 노조가 생긴 이후 처음 겪은 노조와의 접촉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소방청 한 간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를 심화할 필요성을 느껐다”면서 “그동안 관행화됐던 각종 지시나 감찰 등을 노사문화의 관점에서 점검해볼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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