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안 채우면 50분은 시간외 수당 ‘0’ 이게 공짜노동”
현업공무원 시간외수당 월 7만원 이하… 일한만큼 못 받아
17일부터 ‘공짜노동 조장하는 우정사업본부 규탄’ 시위
장관 직권으로 제도개선 가능한데 인사처와 핑퐁에 분노
“현업공무원 일반대상자로 전환때까지 투쟁 계속할 것”

이철수 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지난 17일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현업공무원 시간외수당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우본공무원노조 제공
이철수 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지난 17일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현업공무원 시간외수당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우본공무원노조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철수·우본공무원노조)이 기록적인 폭염 속에 지난 17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우본공무원노조가 뙤약볕을 맞으며 우정사업본부(우본)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것은 우본의 불합리한 노동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우본공무원노조는 이 관행을 ‘공짜노동’으로 규정했다. 그래서 1인 시위 캐치프레이즈도 ‘공짜노동 조장하는 우정사업본부 규탄’이다.

그런데 이 개명천지에 무엇이 공짜노동일까. 정부부처에서 공무원에게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게 가능할까.

사연을 알아본즉 복잡한 내용이 숨어 있다.

과거 우체국 창구 직원 등 현업공무원을 배려해서 적용했던 제도가 시대가 변하면서 오히려 독소조항이 된 것이다.

배려한다는 게 시대 변해 독소조항으로 바뀌어

이를 알아보려면 먼저 현업공무원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하면 동사무소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등은 일반공무원으로 분류된다.

이에 비해 현업공무원은 우체국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지칭한다. 부처의 장이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우체국이나 해경 등에 소수가 존재한다. 민원창구라는 점은 같지만, 업무강도 등은 다소 차이가 난다.

우본공무원노조에 따르면 공무원 시간외수당의 경우 일반공무원은 기본 10시간을 인정하고, 추가로 근무를 하는 경우 1시간을 공제한 뒤 나머지를 인정해주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가령 어떤 날 1시간 40분을 일했다면 이 중 1시간을 공제하고, 40분만 시간외 수당으로 인정해 이런 식으로 한 달치를 모으고, 여기에 기본 10시간을 인정해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반공무원보다 현업공무원 시간외수당 줄어

반면, 현업공무원은 현장에서 고생하는 점을 감안해 일하는 만큼 모두 주도록 했다. 현업공무원의 시간외근무시간 산정을 ‘1일 시간외근무시간은 분(分) 단위까지 더해 월별 시간외근무시간을 산정한다’고 규정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5조가 바로 그것이다.

다만, 여기에 단서조항이 있다. ‘2021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 409쪽은 1일 1시간 이상 시간외근무를 한 경우로 한정한다고 돼 있다.

하루 1시간 초과근무를 하면 수당을 받지만, 하루 50분 시간외근무를 하면 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전하고, 우편물이 줄면서 초과근무가 줄자 현업공무원들의 수당이 오히려 일반공무원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우본공무원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6급 이하 현업공무원이 받는 시간외 근무수당은 7만원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우편물 줄고, 독소조항 겹쳐 일하고도 수당 못 받아

우본공무원노조의 주장은 아무리 우체국 업무가 줄었지만, 최소한 한 달에 10시간은 넘게 초과근무를 하는 만큼 현업공무원도 일반공무원처럼 수당체계를 바꾸자는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우본공무원노조는 이에 따라 지난 3월 16일 우본과의 제13차 노사공동협의회에서 주요 쟁점 의제로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에 있어서 현업기관 창구 및 지원분야 근무자를 현업공무원이 아닌 일반대상자로 변경해 대다수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초과근무수당을 최소 월 10시간은 지급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 내근 직원과 외근 직원의 근무형태가 다른 만큼 내근자는 일반공무원 방식을 적용하고, 외근 직원은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우본에서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내놓고 않은 상태다.

“우정사업본부 말로만 ‘긍정적’”

우정사업본부는 인사혁신처에 문의를 하고, 인사처에서는 우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회신을 하면서 핑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우본이 말로는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해결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인 시위에 돌입한 배경이다. 규정상 과기정통부장관이 현업공무원에 대한 지정이나 해제 권한이 있는데 자꾸 인사처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철수 우본공무원노조위원장은 “공짜노동 반대, 우체국 행정·기술직 일반대상자 전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공짜노동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겠다”고 ‘밝혔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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