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혜 통공노 시간선택제본부장 인터뷰
“헌법 인간존엄 규정 위배”… 소귀경읽기
“말만 선택제… 우린 ‘시간고정제’ 공무원”
“자연소멸이 해법인가?…정부 적극성 필요”

‘처음 시간선택제’(시선제)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유연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한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했다. 2013년 그 개념이 처음 도입되고, 그 이듬해 실제 채용될 때 기자의 느낌은 그랬다. 그러나 지금 시선제는 공직사회의 천덕꾸러기다. 도입 초기 그럴듯한 겉모습과 달리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되고, 박근혜 정부 때 채용을 시작했지만, 문제가 많아 이제는 뽑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뽑아놓은 3800여 명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시피 하다. 정부나 공직사회 모두 문제를 알지만,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시간이 흘러서 자연소멸하기만 바란다는 게 시선제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는 지난 16일 제3대 본부장으로 현 정성혜 본부장을 선출했다. 통공노 제공
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는 지난 16일 제3대 본부장으로 현 정성혜 본부장을 선출했다. 통공노 제공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시간선택제본부가 3대 집행부를 선출했다. 2대에 이어 정성혜 본부장이 연임했다. 임기는 2년. 출마자가 없어서 단독 출마해 찬반투표에서 99.7%가 찬성했다.

국회 토론회 준비 등으로 바쁜 정성혜 본부장을 21일 전화로 만났다.

“(시선제 채용공무원들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그리고 제가 조금 더 빨리 임용돼 더 많이 당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정 본부장은 2015년 법제처 시선제 공무원으로 채용)

힘든 노조지부장을 또 맡은 이유 등을 묻는 기자에게 한 정 본부장의 ‘우문현답’이다.

그동안 시선제 공무원들은 처우와 제도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주 35시간으로 늘었지만, 근본 문제 해결 안 돼

그 결과 근무시간이 기존 최대 주 20시간에서 35시간으로 확대되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시선제 채용공무원이 도입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을 소수점으로 표기하고 있어요. 정원표 분류로는 전일제 공무원은 ‘0.875짜리일 뿐입니다.”

정 본부장은 “소수점 분류는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인간 존엄과 배치되는, 차별을 넘어 인권의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시선제 공무원이 있지만, 다른 표기를 한다”며 “이것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방독면이나 책상, PC를 시선제 공무원 두 명에 한 대씩만 배정해요. PC를 공유하니 인증서가 같고, 인감을 발급해도 누가 발급을 해줬는지 책임소재를 따지기 쉽지 않아요.”

그는 특히 시간선택제는 말뿐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C도 방독면도 두 명에 한 대씩 배정

“일반공무원이 전환한 전환형 시선제 공무원과 달리 우리 시선제 공무원은 근무시간 선택권이 없어요. 정부의 초기 발표와 달리 시선제 공무원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악질 일자리예요.”

정 본부장은 “주 근무시간이 최대 35시간으로 바뀌었지만, 시간 선택권이 없으니 안 하고 싶은데 35시간 하라고 하거나 정작 일하고 싶은 사람은 20시간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가 아닌 시간고정제 공무원이라는 주장이다.

“1년에 한 두 번씩 인사혁신처나 행정안전부 담당자와 만나기는 하는데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대로인데 담당자가 바뀌니까 새로 얘기해야 하니….”

그는 해법으로 “시선제 채용 공무원도 전일제 공무원 정원으로 통합해 전환형 시선제 공무원처럼 시간선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처 담당자는 매번 바뀌고 도돌이표

통공노 시선제본부에서는 오는 8월 국회와 함께 시선제 공무원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준비를 잘해 제대로 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시선제 공무원의 소멸이 아니라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성에 해법이 있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문제는 적극성입니다. 가만히 있으면서 자연감소만 기다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나요. 뽑아놓았으면 활용을 해야합니다. 유연근무나 재택근무 많이 하면 부서장에게 성과보수 주듯이 시선제 활용에 대해서도 인센티브를 검토하는 등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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