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인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15)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요즈음 군 급식 실태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군내 소식을 SNS로 알리는 ‘육군훈련소 대신 알려드립니다’에 의하면 각급 부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병사의 부실한 식판 사진이 올라와 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과거 내가 위관장교 시절이었을 때니 40년 전부터도 병력 관리의 기본적인 모토는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자’였다.

그 중 가장 으뜸이 ‘잘 먹이자’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에서 부실 급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님의 화를 돋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만원으로 충분한가

최근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논란이 된 장병 급식의 질을 대폭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7월부터 장병 1인당 1일 급식단가가 879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된다고 한다.

이전보다 13.8% 인상되는 것으로 장병들이 선호하는 돼지고기·닭고기 등 육류와 치킨텐더·소양념 갈비찜 등 가공식품을 증량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배달음식을 연 4회에서 월 2회로, 브런치를 월 1회에서 2회로 확대해 장병 만족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조리병들이 최소한 1주일에 한 끼 정도는 힘든 조리업무에서 벗어나 쉴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하루에 급식단가 1만원은 과연 장병들에게 행복한 먹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간식으로 가끔 즐기는 치킨 값으로 따져볼 때 00순살 치킨에 배달료를 포함하면 2만원으로 두 사람이 먹는다면 1인당 1만원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00한우 불고기 버거세트는 1만원, 00로스트 비프 치즈크러스트 피자는 2만 8900원으로 3명이 먹으면 1인당 9633원이다. 이 모두가 하루가 아닌 한 끼 음식값이다.

그럼 부식은 어떨까. 오늘 찬거리를 사러 00쿡에 가보니 계란말이 5개에 5000원, 두부조림 6개에 5000원, 깻잎 복음은 3000원이었다.

7월부터 인상되는 1만원으로 하루 세끼, ‘1식 4찬’의 먹거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우리 장병들이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조리병이 있으니 인건비는 안 들어간다고 해도 말이다.

급양 감독에 예민했던 지휘관

영관 장교 시절 내가 근무했던 부대 지휘관은 군수 전문가였다. 각 부대에는 당직사관과 부관이 있어서 매일 급양 감독을 하지만 점심시간에 사단 참모 중의 한 명은 반드시 병 식당의 급양 실태를 감독하라는 지휘관의 지시가 있었다.

나도 2주에 한번 병 식당에 가서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아 같이 식사를 하곤 했는데 그 당시에도 요즘처럼 군 급식이 비판 받을 만큼 부실한 식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PX에 다양한 먹을거리가 제공되어서인지 결식하는 병사들이 많아져서 잔반이 많이 남아도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식수 인원을 반드시 확인해서 우선 식사를 한 후에 PX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급양 감독관의 주요한 임무이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단 참모들이 매일 와서 급양 감독을 하는데 어느 누가 부실한 급식을 하겠는가. 당시에는 내 임무도 아닌데 급양 감독을 하는 일이 번거롭기도 했지만, 군 급식이 비판받는 요즈음 새삼 지혜롭고 훌륭한 지휘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배식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2021년 국방비 총액이 52조 8401억원이다. 돈이 없어 병사에게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는 건 아닐 것이다. 부실한 급식에 대한 원인으로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의 의견에 동감한다.

그는 해군 소령으로 근무하던 중 2011년 군수 비리에 대해 상급 기관에 고발한 결과 부당하게 전역을 당했던 인물이다.

“군 급식체계는 크게 예산편성→메뉴편성→주부식 조달 및 배급→취사(조리)→배식→식사→잔반처리 단계로 이뤄진다. 많은 분이 이번 사건이 ‘주부식 조달’ 또는 ‘배급’ 과정의 비리 때문에 발생했을 거라고 여기는데 나는 그보다는 ‘배식’이 문제였을 거라고 본다.”

배식의 실패 원인으로 “요즘 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초급 간부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이 가장 집중해야 할 임무는 작전이다. 여기에 병사 교육·훈련·신상관리 등도 담당한다.

최근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더해졌다. 휴가자 자가격리 같은 전례 없는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과부하가 생긴다”며 부대 운영에 필요한 업무는 과감하게 민간군사전문업체 도입을 역설했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 수뇌부의 고민이 깊어지겠지만, 지휘관과 간부, 그리고 배식을 담당하는 병사에게만 부실 급식의 책임을 물을 시대는 지나갔다. 매년 군 병력을 감축하는 추세에서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충분한 급식단가 책정과 전문가에 의한 조리가 이루어져 장병들에게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 군대가 부실한 급식으로 인해 ‘당나라 군대’ 얘기를 더이상 듣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7월이면 초복이 시작된다. 몇 년 전 육군본부에 있을 때 복날을 맞아 일반 국민도 먹기 힘든 전복 삼계탕을 군에서 병 급식으로 제공하는 내용을 방송에 공개하며 어깨 으쓱했던 날들이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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