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도 내고, 정부 향해 목소리 높여도 귀기울지 않아”
“말이 선택제지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는 고정제공무원”
통공노 시간선택제본부 3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
“공무원임용령 개정해 차별 없애고, 선택권 부여” 요구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시간선택제본부가 3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시간선택제본부가 3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왜곡된 근무형태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시선제 공무원)들이 거리로 나섰다.

성명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시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시선제 공무원은 대략 6500여 명쯤 된다. 말이 공무원이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결원자가 없으면 주어진 시간도 못 찾아 먹어 월 200만원도 손에 쥐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청와대 앞에 몰려가 플래카드를 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전국통합공무원노조(통공노) 시간선택제본부는 3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률 개정 등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제안서 1000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노조는 “사람을 한 명이 아닌 0.5명 등 소수점 산정하는 것, 근무시간과 관계없는 각종수당 차별은 인간의 존엄성 침해”라며 “근무시간 선택권 부여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안성은 통공노 위원장은 “최소한의 요구사항인 시간선택권 부여는 정당한 요구다”면서 “정부는 하루빨리 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1명 몫이 아닌 0.5로, 반쪽짜리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칭은 시간 선택제지만, 스스로 근무할 시간은 이들 시선제 공무원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임용권자가 정한다.

이런 이유로 시선제 공무원들은 이건 시간선택제가 아닌 시간고정제 공무원으로 자조한다.

이에 비해 같은 시선제 공무원이지만, 일반 공무원에서 전환한 ‘시간선택제 전환공무원’은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한다. 오전 근무만 한다든가 아니면 오후만 한다든가 선택권이 있다.

통공노 시간선택제본부 정성혜 지부장이 3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 뒤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전국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 정성혜 지부장이 3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물론 입직경로가 다르기는 하지만, 같은 시선제 공무원이라면 같은 대우를 하는 것이 맞다는 게 시선제공무원들의 주장이다. 이른바 차별이다.

그렇다고 시선제전환공무원의 근무형태를 시선제공무원처럼 고정제로 바꿀 게 아니라 시선제공무원의 근무형태를 전환공무원처럼 개선하자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지만, 묵묵부답이다. 제도개선을 해서 20시간+5시간을 20시간+15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늘려줬지만, 여전히 0.875짜리 공무원이다. 하지만, 이는 제도상의 보장일 뿐 현장에서는 결원자가 없으면 주 20시간 근무도 제대로 못 한다.

정성혜 통공노 시간선택제본부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모였다. 우리는 우대해 달라는 게 아니라 차별을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면서 “시간선택권을 부여하도록 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하고, 정원을 소수점이 아닌 한 사람으로 산정하도록 정원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시선제공무원 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 시행됐다. 채용정원의 1%를 시선제로 채우겠다고 표방했지만, 이런 문제가 드러나며 의무채용제도는 2018년 폐지됐다. 그동안 6500여 명이 채용됐고, 이후 숱한 시선제 공무원이 못 버티고 그만두면서 지금은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등 모두 3900여 명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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