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도 좋지만… 모든 공무원 확대에는 불만 고조
110만 공무원 어떻게 매년 심사하나” 실효성 논란도
공무원 노동 3단체 협의체 구성 대응방안 모색 예정
“법·제도 정비할 때 실효성 있는 방안 찾아야” 의견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홈화면 갈무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홈화면 갈무리

정부와 여당이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하위직을 중심으로 공직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어차피 그동안 재산등록을 하던 고위직과 특정직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번에 대상에 포함된 하위직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극히 일부의 행동을 빌미로 전체 공무원을 싸잡아서 매도한다는 것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비난의 화살을 전체 공무원에게 떠넘긴다는 불만도 쏟아진다.

공무원 노동계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6급 이하 조합원이 주축인 공무원 노동계로서는 하위직들의 반발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모든 공직자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까. 법·제도 정비과정에서 차분하게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공무원 재산등록 확대 속전속결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9일 오후 열린 긴급 반부패정책협의회는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를 포함한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공직자 땅 투기 근절대책을 논의하면서 내놓은 재산등록 범위를 9급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한다는 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일반직 공무원은 국가·지방직 4급 이상, 경찰공무원은 총경 이상, 소방공무원은 소방정 이상 공무원 등을 재산등록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환경이나 토목 등 기업에 대한 조사·시정조치 등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의 경우는 지난해 5∼7급 공무원까지로 그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재산신고 대상을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면서 9급을 포함해 110만 공무원이 대상이 된 것이다. 여기에 공공기관 직원을 포함하면 그 수는 14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범죄는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전체로 공개 확대한 것은 보궐선거용”

충남 기초지자체에 근무하는 한 6급 공무원은 “LH 신도시 투기의혹 사건으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해한다”면서도 “모든 공무원으로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것은 지나치고, 보궐선거용이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여도 야도 모두 공무원을 예비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수도권 지자체의 한 9급 공무원은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한다는 데 그러면 청소하는 공무원도 재산등록을 해야 하느냐”면서 “기관마다 1~2명 때문에 수백 수천 명이 재산등록을 해야 할판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 나가서 근무하는 현장 공무원들은 바쁠 뿐 아니라 재산을 입력하고, 인증받고 하는 것 자체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재산 공개 확대에 공무원 노동계 연대 움직임

28일 당정협의에 이어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을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키로 하면서 공무원 노동계도 비상이 걸렸다.

알다시피 공무원노동계의 조합원은 6급 이하가 주축이다. 올해 공무원노조법의 개정으로 사무관까지 가능해졌지만, 아직 사무관 가입자는 없다시피 하다. 공무원 노동계로서는 이번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전국교원노동조합(전교조) 등 3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공노총의 한 임원은 29일 “공직자 재산등록 확대와 관련, 긴급하게 내부 논의를 한 결과 다른 노조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공무원노조나 전교조 등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빠른 시간 안에 만나서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무원노조는 지난 23일 “전 공무원 재산등록제는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 규정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공개 확대 실효성 논란도

정부가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100만명이 넘는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심사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관보에 게재한 행정부와 지자체,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의 고위공무원들의 재산공개도 심사에 3개월이 걸린다. 1만명도 안 되는 공무원 재산내역 심사에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마당에 140여 만명의 재산을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부동산거래분석원 등 전담기구 설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들 기구가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공직자의 재산등록 사항을 심사하는 것은 행정낭비가 될 수 있다.

범위 확대나 개발 쪽 공무원 거래 때 신고하는 방법 등 대안 필요

중앙부처의 한 사무관은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최고 무기징역 등 강화와 환수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 “보조수단으로 도시계획이나 개발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부동산 거래 때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처의 주무관은 “모든 공직자로 재산공개를 확대하는 것은 공직자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 부분이다”면서 “범법자는 일벌백계하되 앞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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