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조항 없어서 올해 처음으로 30% 돌파
“본인만 탈탈 털면 뭐하나” 실효성 논란
공직자윤리법상 고지거부 조항 삭제해야

이정민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이 24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변동사항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사처 제공
이정민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이 24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변동사항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사처 제공

해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이뤄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직계존비속의 재산의 누락이다.

지난해에도 언론의 지적이 있었지만, 올해는 거부율이 더 올라갔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유관 기관의 직원까지 파견받아서 심사를 하겠다고 하지만, 제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재산공개 대상 1885명 가운데 644명이 직계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10명 중 3명꼴이다.

문제는 이런 고지거부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의 경우 거부율이 27.4%였으나, 2020년에는 29.9%로 높아지더니 올해는 30%를 훌쩍 넘어서 버렸다.

아마 자체 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해 별도로 공개하는 국회나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고위공직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료: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이들의 고지거부 사유는 이들 직계존비속이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수긍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의 취지를 생각하면 구멍도 큰 구멍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3기 신도시 투기의혹을 계기로 공직자를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가족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업무 중 취득한 개발 정보를 활용해 산업단지 바로 옆에 땅을 사 가족 명의로 등기를 해 땅값이 5배 시세차익을 향유하는 전직 공무원이 최근 적발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제도개선의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거부율이 높아지는 것은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고지 거부를 막으려면 법을 고쳐야 한다. 공직자윤리법상의 ‘고지 거부 조항’을 삭제해야 하는데 이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

입법을 책임진 국회의원들이 해당돼서인지 도통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정하자고 토론회 하면 양론이 맞서고, 이러면 개정은 또 물 건너간다.

24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패수익의 환수와 고지거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부패방지법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고위공직자의 직계존비속 재산고지 거부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모처럼 만의 낭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미지수이다. 상임위와 법사위 등을 거치면서 개정안은 누더기가 되고, 고지 거부조항이 되살아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망국병이라는 부동산 투기를 치유하려면 이번만큼은 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상의 고위공직자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거부 조항 삭제를 통해 국민의 큰 박수를 받았으면 한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