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법 테두리 넘나들던 ‘모럴헤저드’ 적잖아
보상 전문지식 활용 지분쪼개기 등 투기꾼 답습
관련부처·공기업의 투자는 법 이전 직업윤리 문제
“국회든 공무원이든 모두 까 경종 울리자” 의견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토지 보상을 더 받기 위해 최근에 묘목을 심은 것으로 보여진다.정연호 기자 tptod@seoul.co.kr· 서울신문 제공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촘촘히 심은 묘목들이 토지 보상금을 더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정연호 기자 tptod@seoul.co.kr· 서울신문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신도시 투기조사가 일파만파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총리실 직속 합동조사단이 4일 꾸려졌다. 국무1차장을 단장으로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광역시가 참여한다.

대상 지역도 광명시흥은 물론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계약, 고양창릉, 부천대장 등 3기 신도시 6곳과 100만㎡ 이상 택지인 과천과천, 안산장상 등 모두 8곳으로 확대됐다.

조사 대상은 국토교통부 본부 및 지방청 직원, 공기업 전 직원, 신도시 관할 지자체의 신도시 담당부서 공무원 등이다.

공익제보도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국민권익위)는 광명시흥 신도시 관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토지 투기 의혹에 대해 이번 달 4일부터 6월 30일까지 ‘공직자 직무관련 투기행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신고대상은 공직자가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행위, 타인에게 내부정보를 제공하거나 누설하는 행위, 그밖에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등이다.

가히 전방위 공세다. 국토부와 LH 등 개발관련 부처 및 공기업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들이 개발정보를 빼내서 투기를 했는지는 추후 합동조사반의 조사로 드러나겠지만, 그동안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투자와 투기를 넘나드는 위험한 행태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13명의 LH 직원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투기꾼 방식을 답습했다. 땅을 매입해 대토보상을 받을 면적으로 지분쪼개기를 하고, 나무심기도 했다.

“이들이 대부분 차·과장급인 3, 4급 직원인데다가 대부분 보상부서 직원들이어서 고급 개발정보에 접근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신도시 지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투기꾼이나 하는 행태를 했다는 점에서 유구무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 같은 토지매입행위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투자바람이 불어서 부서원들이 주저 없이 차명도 아니고, 실명이나 가족 명의로 토지를 샀을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법을 위반한 것은 없으니 거리낄 게 없다는 생각을 했고, 알게 모르게 이런 의식이 관련 부처는 물론 LH에 퍼져 있었다면 이는 분명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다.

개발정보를 접하지 않는 보상부서라고 하지만, 보상절차를 상세히 알고 있고, 또 이를 활용했다. LH 직원들 중 일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중에서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관리하는 것은 언젠가 개발된다는 것이고,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변명하지만, 이런 사실을 실제로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인 투자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법 이전에 직업윤리의 문제다.

개발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개발예상지역에서 땅을 사고, 투기꾼들이 하는 방법을 그대로 흉내 낸다면 직업윤리를 저버린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뒷전으로 미뤄뒀다가 이제서야 금지 법안 운운하는 정부와 국회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설령 이런 법을 만든다고 해도 이들에게 소급해서 환수할 수도 없다. 사후약방문이다.

또 조사를 해서 신도시에 땅을 가진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들을 찾아내더라도 불법으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돈다. 법을 알고 이를 피해서 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기회에 신도시 등에 대한 땅 매입 실태와 여기에 연루된 공공의 영역에 있는 종사자들을 샅샅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관련 부처와 공기업, 지자체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투기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한 군데 빠진 곳이 있다. 바로 국회다. 신도시 지정 등 개발정보는 일반 공무원이나 공기업 못지않게 국회에서 더 빨리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에 꾸려진 합동조사반으로는 국회의원이나 그 소속 직원들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하고, 그 대상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국회 자체에서 조사단을 꾸려서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기대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말 그대로 전수조사를 통해서 관련부처뿐 아니라 공기업은 물론 국회까지 조사를 하고,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좋습니다. 한번 까봅시다. 그런데 국회는 누가 조사하나요” 한 공기업 직원의 말이다.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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