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인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13)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올해로 퇴직 3년 차에 접어든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바람에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냈고 그런 상황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어려운 시절에 다행히도 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절감한 한 해이기도 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경제적으로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다. 첫 번째는 여전히 부동산 가격 폭등이고 두 번째는 주식 시장의 호황이었다. 3년 전에 본의 아니게 나도 ‘주린이’(주식+어린이)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퇴직연금 때문이었다.
 
퇴직연금 들고 계신가요

퇴직연금 제도는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보장과 생활 안정을 위해 근로자 재직기간 중 사용자가 퇴직급여 지급 재원을 금융회사에 적립하고, 이 재원을 사용자(기업) 또는 근로자가 운용하여 근로자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퇴직 후 4대 연금을 받는 공무원, 군인, 교직원 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연금이었지만 2017년 들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생기면서 공무원도 가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내가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된 이유는 바로 연말 정산 시 세금 공제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때문이었다. 매년 연말정산을 해보면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었다. 가장 혜택이 큰 부모님의 인적공제는 남동생이 가져가고 그나마 우리 집은 자녀 공제도 하나뿐인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제외가 되었다.

주택청약 저축 공제는 아파트를 구매할 때 탈탈 털어서 보탰으니 해당되지 않았고 카드는 쓰는 만큼 혜택이 있지만 그걸 공제받으려면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라 연말정산 때마다 더 토해내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매년 700만원을 납부하면 11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세금 공제를 해준다니 대단한 혜택이 아니던가? 망설일 필요없이 연말에 일 년치 연금액을 몽땅 넣었다. 그리고 다음해 연말정산을 받아보니 내 생애 처음으로 100여 만원이 넘는 금액을 환불받게 되었다. 13월의 월급이라더니 마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주린이 대열에 동참하다   

요즈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확인하는 것이 있다. 첫째는 펀드 수익률이고 둘째는 주식 관련 뉴스다. 하루의 컨디션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펀드 수익률이 올라갔을 때는 아주 상쾌한 하루가 시작되는데 반해 수익률이 떨어졌을 때는 왠지 모르게 어깨도 무겁고 머리도 좀 아픈 것 같다.

주식이 불법은 아니지만 현역 군인일 때는 물론 부이사관으로 재취업하여 근무할 때도 공직자로서 주식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이제는 퇴직한 터라 마음 편히 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사실 퇴직연금을 든 첫해에는 연말 정산 시 세금 혜택을 받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매월 60만원을 불입하는데 비해 한 해 이자가 1%도 안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결과 퇴직연금으로 본인이 자금을 운용할 수가 있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펀드로 투자를 할 수 있고 그 중 30%는 안정적인 자금으로 운영되고 나머지 70%를 투자성향에 따라 펀드 종목을 개인이 사고팔 수가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명암 

처음으로 펀드를 하는 만큼 은행 담당자의 조언에 따라 몇 종목을 사서 기다렸으나 2019년도는 주식투자자들의 암흑기였다. 나 또한 해외펀드를 든 것이 마이너스로 몇 달을 곤두박질 하다 보니 이러다가 원금까지 다 까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동생들과 함께 창고 건축을 하느라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처음으로 연말정산이 아닌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는데 퇴직연금이 그대로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드디어 2020년 반전을 맞이하였다. 동학 개미라고 표현되는 소액투자자들의 힘을 얻은 덕분인지 그야말로 주식시장이 호황이었다.

은행에 가서 문의도 하고 몇 번 갈아타기도 했던 내 펀드도 글로벌 종목과 4차 산업 관련 종목이 날개를 달고 상승하더니 연 환산 수익률 약 15%로 결산 되었다.

가만히 있었다면 또다시 1% 수익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 내 지론은 ‘돈은 굴려야 내 돈이 되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된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을 수령하려면 가입 후 5년, 만 55세가 경과해야 한다. 내 경우 연금 수령을 하려면 아직 2년이나 남았다. 뒤늦게 퇴직연금에 가입 하다 보니 지금까지도 계속 연금을 불입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 전 매달 60만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퇴직 후 받는 연금에서 다시 지출되어야 하는 목돈은 생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혹여 퇴직연금을 계획하고 있다면 퇴직 5년 전에 미리미리 챙겼다가 퇴직과 동시에 수령한다면 노후 생활이 보다 여유로워질 것이다.

올해 나의 소망은 아주 소박하다. 첫째는 퇴직연금을 잘 운영하여 경제적인 대비를 하는 것이다. 수입은 제한적인데 비해 세금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둘째는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되어 그동안 미루어왔던 시집을 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다. 설날 연휴 동안 증시도 열리지 않아서 모처럼 편안한 아침을 맞이했는데 내일부터 주린이는 다시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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