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시보떡’이 유지되겠어요. 근데 이게 의원이 묻고 장관이 답할 사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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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시보떡’이 유지되겠어요. 근데 이게 의원이 묻고 장관이 답할 사안인가요”
  • 김성곤 선임기자
  • 승인 2021.02.19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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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공직사회 시보떡 문화
지방공직사회에선 관행으로 굳어진지 오래
국가공무원·중앙부처에서는 거의 볼수 없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불편하면 없애야”
“미풍양속 금액제한 등으로 이어가야” 주장도
시보떡 인터넷커뮤니티.서울신문 제공
다양한 '시보떡' 인터넷커뮤니티.서울신문 DB

#사례A. “‘시보떡’이요? 대부분 해요. 다른 시·군에 배치된 동기들도 다 했다네요. 저는 동기 4명이 3만원씩 모아서 떡을 돌려서 그런지 큰 부담은 없었어요. 근데 홀로 배치된 경우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긴 해요.”(2020년 시보를 끝내고 지방의 군에 배치된 9급 여성 공무원)

#사례B. “공무원생활 30년 넘게 했지만, 시보떡이라는 것은 돌려본 적도 없고, 받아본 적도 없어요.”(행안부의 비고시 부이사관)

#사례C. “시보떡이요. 우리는 볼 수 없는 현상인데요. 뭐 승진하면 동료끼리 밥 먹는 정도지요. 시보떡은 국세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요.”(국세청 사무관)

#사례D. “시보떡을 돌렸는데 그를 쓰레기통에서 발견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지요. 집에 가져가든지 아니면 안 보이는 곳에 버리든지 해야지 배려심이 없는 것 같네요.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부담이라면 이런 관행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없애야지요.”

#사례E. “시보떡은 공직사회의 미풍양속으로 시작된 것인데 요즘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닌데… 근데 이게 국회의원이 질의하고, 장관이 답변해야 할 정도의 사안인가요.”(수도권 광역시의 한 고참 서기관)

공직사회가 시보떡으로 시끄럽다.

며칠 전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시보생활을 끝낸 공무원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백설기 하나씩 돌렸더니 옆 팀장이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글이 게시돼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시보떡 관행에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라며 조사해서 없어져야 한다면 없애고, 보완해야 한다면 미풍으로 변화시켜달라”고 주문했다.

전 장관은 “잘못된 시보떡 부분에 대해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공직사회의 시보떡 실태는 어떨까.

취재 결과, 국가직과 지방직이 달랐고, 직렬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중앙부처나 국가공무원은 시보떡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시보떡이 문제가 되자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변에 전화를 돌린 중앙부처 공무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교사들은 첫 부임 때 떡을 돌리는 관행은 없다고 했다. 다만, 교감 승진을 해서 다른 학교로 가면 전에 몸담았던 학교에서 상조회비 등으로 옮긴 학교에 떡을 돌리는 경우는 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소방공무원과 경찰도 일부 떡이나 기념품을 돌리는 경우는 있지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지방공무원은 달랐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 떡을 돌리고 있었다. 예전처럼 반드시 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안 하면 뭔가 빠뜨린 것 같아서 대부분 돌린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 떡도 돌리지만, 피자가 많다고 한다. 때론 통닭이나 보관이 쉽고, 나눠 먹기도 좋은 비스킷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동기들끼리 돈을 걷어서 시보떡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는 크게 부담이 없어서 무리가 없지만, 문제는 나 홀로 배치된 경우다. 입은 많고, 200만원 남짓한 월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시보떡이 문제가 되면서 이 시보떡 존폐에 대한 여론도 갈린다. “미풍양속인데 못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금액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 고참 지방공무원은 “나눠 먹을 수 있는 피자처럼 떡도 1인 포장이 아닌 같이 먹을 수 있게 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서울의 한 구청의 주무관은 “정부가 금액 상한선을 정한다면 이는 오히려 장려하는 꼴이 된다”면서 “시보떡 안 돌려도 잘 돌아가는 중앙부처를 보면 굳이 이것을 존속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물론 이번 파동에 시큰둥한 사람들도 있다. “내가 합격하면 그깟 떡 못 돌리겠어요. 한 달치 월급이라도 아낌없이 쓰겠네요.” 공무원이 아닌 어느 일반인의 얘기이다. 안은 안대로 밖은 밖대로 반응은 이처럼 다양하다.

의견은 갈렸지만, 대체로 시보떡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공직사회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속속 진입하면서 시보떡은 앞으로 공직사회의 유물로 전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번 일로 행정안전부나 인사혁신처, 지자체 등도 시보떡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보떡을 돌리는 공무원도 이를 받는 공무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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