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에 부지사 사과 이어 이재명 직접 나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문책, 재발방지책 지시
공무원 시책으로 재미보다가 이번에 자책골
일반 국민, 공직사회 겨냥한 ‘양수겸장’ 분석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내 공무원 및 산하기관 임직원에 대해 2주간 대인접촉금지 명령을 내렸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개성 잇는 토크콘서트 공무원 동원 논란과 관련, 철저한 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책을 주문했다. 경기도 제공

그동안 공무원 관련 뉴스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경기도가 ‘개성 잇는 토크 콘서트’ 후폭풍에 화들짝 놀랐다.

부지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재명 지사까지 나서서 진상 규명을 지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전날 저녁 열린 ‘개성 잇는 토크콘서트’에 공무원 동원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경기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지사가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대노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해당 부서에 대한 조사 착수, 책임자 엄중 문책,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9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5년을 맞아 공단 재개를 염원하고, 남북 관계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한 온라인으로 ‘개성 잇는 토크 콘서트’를 생중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참여할 경우 통일교육 1시간 30분을 받은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하고, 참여 여부 확인을 위해 사전참여 신청 후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 소속과 성명을 기입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일부 공무원들이 채팅창에 소속과 성명을 남기면서 공무원 동원과 댓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경기도는 즉각 이재강 평화부지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고 “통일교육 지원법에 따른 공무원 통일교육 범위의 하나로 가급적 많은 공무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한 사항”이라며 “참여한 공무원들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으며 사전에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공직사회 내에서도 문제가 되자 이 지사가 직접 나서서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 등을 지시한 것이다.

그동안 경기도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공무원 관련 정책을 많이 내놨다. 이 가운데 공무원 친화적인 것도 있지만, 공무원을 겨냥한 족집게 시책도 적지 않았다.

4급 이상 공무원 부동산 백지신탁제, 4급 이상 다주택지 주택 매각 지시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동산 문제 등을 고위공직자를 본보기로 삼은 정책들이다.

이재명 지사는 당초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도지사 당선 뒤 공무원들은 이 지사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하지만, 실제 당선된 뒤에는 공무원노조와의 관계도 개선되고, 특히 하위직이나 현장 공무원, 소외된 직종 등에는 후한 정책을 시행했다.

이달 119 구급대원과의 간담회에서 “119대원 여러분은 생명 살리는 신의 역할, 자부심 가지세요”라고 격려하는 등 ‘하후상박’ ‘현장 중심’ 정책을 펼쳐왔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 일반 국민과는 달리 강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공무원들의 불만은 표출되지 않았다. 고위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국민의 정서에 먹혔고, 하위직은 해당이 안 돼 큰 불만이 없었다.

아무튼 경기도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공무원 관련 뉴스도 많고, 정책도 많이 펼치는 지자체다.

그런데 이번에 ‘개성 잇는 토크 콘서트’에서 자책골을 넣은 것이다.

물론 이번 이재명 지사의 조치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반 국민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일이 터지자 “이재명 지사조차 공무원 동원이라는 진부한 방식을 택하다니…”하는 반응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지자체장을 지낸 유력 대선주자들은 지자체 공무원들의 평판이 대선 내내 따라다닌다. “재직 때 좁쌀이었다더라.”

“편향된 인사를 했다더라.” 등의 평가가 따라다니면 이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수만명의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돌면 일반인에게 전파되는 것은 순식간이고, 여기에 살도 붙는다.

이재명 지사의 이번 신속한 조치는 대국민용이자 공직사회에 던진 ‘양수겸장’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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