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확인에 불만 잠실세무서 직원들 전화통
세무당국 함구령에 확인 안 된 소문들 유포돼
“가해자가 조선족” “당시 국세청장 있었다” 등
허점 없었는지 원인부터 대처까지 점검 필요

지난 4일 발생한 잠실세무서 칼부림 사건으로 세무당국의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공생공사닷컴DB
지난 4일 발생한 잠실세무서 칼부림 사건으로 세무당국의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공생공사닷컴DB

“니네 세무서에서 칼부림 사건 났다면서 어떻게 된 거야.”(지방청에 근무하는 세무공무원)

“뉴스에 나온 이상의 얘기는 나도 잘 몰라. 그리고 알아도 얘기 못 하고….”(잠실세무서 직원)

지난 4일 오후 5시쯤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잠실세무서에서 칼부림이 발생해 직원 3명이 다치고, 가해자가 자해해 사망한 사건이 난 뒤 잠실세무서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송파세무서 직원들 전화통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는 불이 났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것이었다. 전국 2만여 국세공무원은 물론 일반국민도 궁금한 사안이었다. 대낮에 공공기관에서 칼부림 사건이 났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 민원인이 가해자자 소문 퍼져

하지만, 잠실세무서에는 이미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처음에는 주워들은 대로 얘기를 전하던 직원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입을 꾹 다물었다.

경찰에서도 잠실세무서 3층에서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다치고, 가해자가 자해 끝에 사망했다는 정도만 확인해줄 뿐 더 이상의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해당 세무서 직원과 경찰이 입을 닫으니 소문만 무성했다.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 SNS 등을 통해서 퍼져 나갔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고령자나 장애인이 아니면 사업자 현황신고를 대신 해주지 않는데 다주택자 임대사업자가 찾아와 이를 해달라고 조르다가 안 해주니까 칼을 휘둘렀다”는 소문도 돌았다.

인터넷상에서는 애먼 조선족 가해설 유포

상황이 구체적이고, 지금 시점이 사업자 현황신고를 하는 시점이어서 정설인 것처럼 포장돼 퍼지기도 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조선족이 가해자다”라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까지 나돌았다.

또 하나는 “당시 현장에 국세청장이 직원들 격려차 방문했는데 가해자가 국세청장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하자 수행비서가 이를 막다가 칼에 찔렸다”는 얘기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그러니 입단속을 하겠지”라는 그럴듯한 추측도 곁들여졌다.

뒤늦게 확인된 “현직 세무공무원 가해자”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사실 관계는 경찰을 통해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가해자는 민원이나 조선족이 아닌 현직 세무공무원 남모(50)씨이고, 피해자는 남성이 2명이며, 여성은 1명이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휘두른 뒤 몸에 지니고 있던 극약을 먹고 병원으로 옮기는 중 사망했고, 피해자들은 목과 배 등 여러 군데를 자상을 입었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 가해자는 피해 여성(30대)과 한 때 종로세무서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으며, 당시부터 둘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국세청에서도 이 문제를 알고, 인사조치를 준비 중이었고, 피해여성은 경찰에 신변보호요청과 함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에서 이번 사건이 난 것이다.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시스템에 등록까지 했지만, 사고가 난 날은 피해자가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장 아닌 서울청장이 잠실세무서 격려차 방문

그렇다면, 그날 과연 김대지 국세청장은 잠실세무서에 왔던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날 잠실세무서에 국세청 고위 공무원이 방문하긴 했지만, 김 청장은 아니었다.

실제 방문자는 임광현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다고 한다. 부가가치세 신고와 사업자 현황 신고 등으로 바쁜 일선 세무서를 격려차 방문했다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공무원 중 한 명은 서울청 소속으로 임 지청장의 현장 방문에 배석했다가 가해자로부터 임 지청장을 보호하려다가 다쳤다는 게 국세청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이다.

이번 사건 계기 공직사회 안전과 대처 문제 되짚어봐야

다행히 피해를 입은 공무원들도 크게 다치지는 않고, 임 지청장도 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공무원의 일터의 안정과 관련,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국세청은 이번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는지, 가해자와 피해 여직원의 문제를 인지한 이후 대처까지 허점은 없었는지 세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국세청 뿐만의 일이 아니다. 사람 사는 사회는 어느 곳이고, 개인 사이의 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대처하는 것은 시스템과 철저한 준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건 발생 이후 입단속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이번 기회에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확한 브리핑만 신속히 했더라도 애먼 사람이 욕먹거나 헛소문이 유포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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