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꼬이면서 보험공단·정부 모두 뒷짐
사내노조는 다른 입장… 노노갈등 소지도
직고용 시 ‘제2인국공사태’ 우려도 난제
“국민이 불편… 정부든 공단이든 나서야

지난 2월 1일 강원도 원주에서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파업 출정식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지난 2월 1일 강원도 원주에서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파업 출정식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객센터지부의 파업이 3일로 사흘째가 됐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의 우려가 커지고 고있다.

상담센터 직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으나,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이고, 정부나 건강보험공단도 나서기를 꺼려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지난 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는 11개 위탁업체 가운데 10개 업체에서 940명이 참가했다.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1623명의 60% 가까이가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이미 임금협상 과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조정기간까지 거쳤으니 이번 파업은 합법적이다.

이들의 주장은 건강보험공단의 직고용이다. 콜센터로서 국민의 건강보험 관련 상담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담사들을 위탁업체 소속으로 둘 게 아니라 직고용해 열악한 노동여건도 개선하고, 대국민서비스도 높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직영화 문제라면 뾰족한 답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묵묵부답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상황이 꼬인 것일까.

우선 건강보험공단은 1600여 명에 달하는 콜센터 직원을 모두 직영화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인원은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사내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사내노조는 공공운수노조 소속이 아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콜센터 직영화에 대해 70%가 넘은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공단 측은 먼저 노조 간의 갈등소지부터 없어야 한다고 공을 던진다. 입장이 다른

두 노동단체에게 ‘노노갈등’의 소지부터 없애라고 하면 해결은 난망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해온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건강보험고객센터 파업과 관련, 언론의 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냈다.

노동부는 “이미 2019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3단계로 ‘민간위탁 정책추진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며 “민간위탁 사무는 법령 근거, 자치분권, 사무의 다양성 등으로 인해 일률적 기준을 설정, 구속력 있는 지침 시달은 한계가 있어 개별기관이 자율적으로 적정 수행 방식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만약 타당성이 있을 경우 노동자를 직접고용, 자회사, 제3섹터 등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하도록 했다며 손을 털었다.

특히 1·2단계 정규직 전환과 달리 3단계 민간위탁사무에 대해서는 연속성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위탁업체가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건강보험센터 문제는 건강보험공단이 알아서 하라는 것인 셈이다.
정부가 이런 내용을 들먹이며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문제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것은 자칫

제2의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빚어진 ‘인국공 사태’에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깔렸다.

만약 직고용을 받아들이면 공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소속회사 내 정규직 직원의 공단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상황이 꼬이고 누구도 주도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으면서 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사 파업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민의 불편이다. 파업 전에도 각종 상담이나 보험료 결정내역 등을 받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이번 파업으로 그 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문제는 같은 처지의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콜센터 직원 직고용 때 해결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이 늦어 곪아 버렸다”면서 “국민 불편을 생각해서 정부든 건강보험공단이든 주도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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