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기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황성기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황성기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일본 정부가 도쿄도 등에 선포한 긴급사태선언이 발효된 것이 지난 8일. 2월 17일까지 한달간의 긴급사태 기간 중에 특별히 강조된 것이 민간, 공무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출근자의 70% 감소’ 지침이다. 직원의 30%만 직장에 나와서 일을 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라는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18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정기국회 때문에 과연 중앙부처 공무원의 70% 재택근무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니혼케이자이신문은 15일자 조간에서 “코로나19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벽으로 작용하는 게 관료의 ‘국회의원 질문 따기’”라는 기사를 냈다.

국회의원 질문 따기는 국회에서 질문이 예정된 의원들로부터 관료들이 그 취지와 내용을 미리 듣는 관례를 말한다. 각 부처의 국회 담당 공무원은 질문자가 정해지면 의원회관을 방문해 질문 내용을 확인한다.

1999년 법 개정으로 관료가 정부 위원으로 답변하는 제도는 폐지됐다. 원칙적으로 장관들이 답변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국무위원 답변은 정부 방침으로 취급돼 의사록에도 남는다. 질문은 관료들이 정확한 답변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절차다.

문제는 정부가 재택근무 70%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대면 방식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의원들과의 면담을 기다리며 사무실 밖에까지 각 부처 직원이 줄을 서는 풍경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두기도 쉽지 않다.

컨설팅 회사인 ‘워크 라이프 밸런스’가 지난해 6~7월 국가공무원 3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0%가 의원을 직접 대면해 설명했다고 대답했다.

경제 관청에 근무하는 과장 보좌는 “지난번 긴급사태 때에도 의원과의 대화를 온라인으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추진하는 정책을 실현하려면 의원이 이해해줘야 하는데 부탁하는 처지에서 의원에게 온라인으로 하자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중이라도 의원의 호출이 있으면 집과 의원회관을 오갔다”라는 공무원도 있다.

“유급 휴가를 내고 출근하는 일이 없도록 각 부처에 지시를 내리고 싶다” 고노 다로 규제개혁상은 12일의 기자회견에서 재택근무나 휴가라고 속여 출근하는 직원이 발견되면 본인과 상사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의 재택근무가 보급되지 않는 데 대한 위기감이 크다. 내각부가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공무원의 재택근무 실시율은 14·5%로, 다른 업종도 포함한 전체 평균의 21·5%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장시간 노동의 온상인 셈이다.

여야는 국회 질의 이틀 전 정오까지 질문 내용을 관련 부처에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상당수 관료들은 질문 내용을 파악할 때까지 대기하다 질의 전날 밤 늦게나 당일 새벽까지 답변 작성을 하기도 한다.

젊은 직원의 부담은 크다. 내각 인사국의 조사에 의하면 임시국회가 열린 지난해 10~11월에 국가공무원의 정규 근무시간 외의 재청 시간은 20대 종합직(고시 출신)으로 30%, 30대에서도 15% 정도가 과로사 라인의 기준이 되는 월 80시간을 넘었다.

내각 인사국은 20대의 국가공무원 종합직의 퇴직자수가 2019년 87명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6년  전과 비교해 4배나 증가한 숫자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퇴직 의향이 있는 30세 미만 공무원의 대부분이 “장시간 노동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일본 국가공무원 사정에 대해 한국 중앙부처의 간부는 “의원 질의서 받기 위해 기다리는 건 일본과 같다”면서 “거의 밤 12시 되어서 입수하면 새벽까지 각 부서에서 답변을 준비한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의원회관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 간부는 “요즘 의원실에서는 공무원들 방문하는 걸 많이 꺼리며 오더라도 1~2명 소수로 와 달라고 한다”면서 “이전에는 국장이나 주무과장은 국회에 신분증이 등록되어 있어 아무 때나 갔는데 요즘은 그것마저 중단시켰다”고 덧붙였다. 

이 간부는 이어 “재택근무는 일반 직원의 경우 3분의 1씩 돌아가며 실시하고 있고, 간부들은 매일 나온다”면서 “업무 성격에 따라 재택근무가 더 힘든 직원도 있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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