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임시회서 만장일치 통과시켜
공무직 처우개선 등 긍정적 역할 기대
각론은 서공노, 총론은 공무직 勝
노노갈등ㆍ타 지자체 여파 극복 과제

서울시의회는 6일 열린 임시회에서 서울시 공무직 처우개선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의회총회 모습. 시의회 제공
서울시의회는 6일 열린 임시회에서 서울시 공무직 처우개선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의회총회 모습. 시의회 제공

4개월여를 끌어왔던 서울시 공무직 처우개선 조례가 6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당초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가 발의했던 안에 비하면 상당 부분 손질이 이루어졌지만, 시의회는 이날 임시회 본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전체 110석 가운데 102석을 점유하고 있어 애초부터 통과가 유력시됐던 데다가 이미 사전에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와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 공무직 지부(공무직노조), 서울시, 시의회가 협의체를 구성해 6차례에 걸쳐 협의를 벌여 절충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통과에 이견이 있을 리 없었다.

서울시 공무직은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며 서울시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노동계약을 체결한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말한다. 그동안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됐지만, 처우는 그대로여서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각 주체 절충의 산물…만장일치 통과
 
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가 이 조례를 발의한 것도 이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례 통과로 서울시 공무직뿐 아니라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직 처우개선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를 본받아 다른 지지체에서도 속속 유사한 조례 제정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원안에서 후퇴한 내용이 적지 않지만, 공무직 처우개선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렸고, 또 조례를 성문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조례 제정으로 공무직 직원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처우개선을 이끌어 내는데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례에는 차별적 처우 금지 원칙, 공무직 인사위원회 설치, 채용 절차, 보수결정 기준, 복무의무, 해고 등의 제한, 전보와 휴직 기준, 후생복지, 노동조합, 고충처리, 표창과 징계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서공노가 상위법이 없는 상태에서 조례를 개정하는 문제점과 함께 권한은 부여하고, 책임지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점, 직급이 없는 공무직에 명퇴수당을 지급하는 점, 공무원과 노동계약 관계인 공무직과의 차이가 불분명한 점 등을 들어 강력히 반대했다. 지난달 23일에는 500여명이 모여서 시의회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 역시 시장의 인사권에 저촉되는 조항 등이 담겨 있고, 서공노가 강력히 반발하는 조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시의회로서도 조례 제정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져 곳곳에 허점이 적지 않았던 데다가 서공노의 강력한 반발에 한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공무직 인사위원회 위원장도 조례 원안에서는 위원 중에서 호선하게 돼 있었으나 공무직을 총괄하는 국장급 공무원으로 확정, 서울시 안을 받아들였다.
 
다른 지자체 유사 조례 제정 요구 빗발칠 듯
 
‘결원시나 상시적·지속적 업무가 신규 발생된 경우에는 공무직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도 ‘업무의 성격상 공무원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공무직 채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서공노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 경우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직 보수결정 원칙 역시 원안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임금수준과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었지만 이날 통과된 최종안에서는 이 내용이 삭제됐다. 공무직노조로서는 불만스러운 대목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의 불만 가운데 하나였던 공무직의 복무관리도 강화하도록 했다. ‘공무직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기관의 장의 직무상 정당한 지시에 따라야 한다’, ‘공무직은 소속기관의 장의 허가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무지를 이탈해서는 아니 된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원안에는 ‘시장은 공무직으로 2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정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는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은 아예 삭제했다. 서공노와 서울시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시장은 공무직이 6개월 이상 휴직하는 경우에는 휴직일부터 결원을 보충할 수 있다’는 문구가 ‘시장은 제1항에 따라 공무직이 4개월 이상 휴직하는 경우에는 대체인력을 지체 없이 충원한다’로 절충했다. 공무직 직원들의 휴직 기간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크게 이견은 없는 분야다.

결론적으로 보면 각론에서는 서공노와 서울시가 원안에 비해 많은 부분을 얻어냈지만, 총론에서는 시의회와 공무직노조가 더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단체협상, 조례 제정으로 힘 받을 전망
 
공무직 처우개선 문제를 공론화시켰고, 실제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개정 시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번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노노갈등’ 이른바 ‘을과 을의 다툼’으로 생긴 두 구성원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권리만 주장하고, 차이만 주장한다면 상생보다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차이는 인정하고, 열악한 처우는 개선하는 현실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례가 통과됐지만, 행정안전부가 상위법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이 조례를 용인할지도 미지수이다. 행안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공무직노조의 반발은 물론 가뜩이나 삐걱거리는 서울시와 행안부 관계도 더 틀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하나는 다른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대권 주자로 꼽히는 데다가 재정상태가 양호해 조례를 쉽게 받아들였지만, 다른 지자체는 서울시와 재정여건이 다른 만큼 조례 제정 요구가 빗발칠 경우 지자체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조례 제정에 그치지 않고, 공무직은 이 조례를 근거로 단체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재정이 빈약한 지자체에서는 이 때문에 공무직노조와 분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한 고위공무원은 “공무직의 처우개선은 당연하지만, 지자체마다 재정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공무직 조례가 이제 갓 제정된 만큼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할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점진적으로 처우개선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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