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들어가려면 어렵고, 담 넘으면 쉽게 뚫리는 정부세종청사 방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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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들어가려면 어렵고, 담 넘으면 쉽게 뚫리는 정부세종청사 방호 미스터리
  • 김성곤 선임기자
  • 승인 2021.01.05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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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담 넘어 복지부 건물 내부서 3시간 배회
출입증 없이 지하주차장 통해 잠입… 경찰 조사 중
“방역 때문에 지하에서도 1층 통해야 하는데 어떻게?”
절차 밟으면 이중삼중… 무단침입엔 속수무책 비난
지난해 12월 31일 20대 남성에 무단 침입해 3시간가량 휘젖고 다닌 보건복지부 건물.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지난해 12월 31일 20대 남성이 무단 침입해 3시간가량 휘젓고 다닌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건물 울타리와 정문.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늦은 밤에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 칩입해 건물 내부를 활보하다가 3시간여 만에 유유히 빠져나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과 방호가 철저한 정부청사가 이처럼 쉽게 뚫린 것을 두고, “절차 밟아서 들어가면 어렵지만, 담 넘으면 쉽게 뚫리는 게 정부청사”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5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세종청사 복지부 건물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A씨를 지난 1일 저녁 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 50분쯤 2m 높이의 복지부 청사 울타리를 넘은 뒤 복지부 건물에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마약을 투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울타리를 넘은 A씨는 복지부 지하주차장을 통해 건물 내부에 진입, 돌아다니다가 권덕철 장관의 집무실 앞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울타리. 지난달 31일 자정 무렵 20대 남성은 2m높이의 이 울타리를 넘어 복지부 건물 내부로 잠입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울타리. 지난달 31일 자정 무렵
20대 남성은 2m높이의 이 울타리를 넘어 복지부 건물내부로
잠입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A씨는 약 3시간가량 복지부 내부를 배회하다가 약 3시간 만인 지난 1일 새벽 3시쯤 복지부 건물에서 나와 서울로 돌아왔다가 이날 저녁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A씨가 청사 울타리를 넘어 침입한 뒤 지하주차장을 통해 복지부 건물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약 3시간가량 머무른 것 같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무단 침입에 의한 피해 여부에 대해 따로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A씨의 침입 후 행적과 배경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세종청사는 어느 기관보다 출입이 까다롭다. 일반인은 입구에서 청원경찰에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건물에 들어서면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 사유를 밝힌 뒤 방문증을 받거나 직원이 나와서 동행해야 들어갈 수 있다.

출입증이 있는 경우도 짐이 있으면 엑스레이 검색대를 거쳐야 하고, 안면인식기를 통과해야 한다. 들어가는 것만 쉬운 것도 아니다. 나올 때도 출입증을 태그해야 한다.

그렇다면, A씨는 출입증도 발급받지 않고 어떻게 복지부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정부청사는 지하주차장에서도 건물로 들어가려면 문 앞에서 신분증을 태그해야 한다. 이후에도 모두 1층을 거쳐서 발열체크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1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정부청사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세종청사 지하주차장에는 별도의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A씨가 건물 2, 3층 등을 무단배회한 것은 미스터리하다.

정부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밤이라서 1층 검색대 등은 운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거나 “또 계단을 통하는 문이 잠겨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 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는 부처의 직원은 “울타리에도 폐쇄회로TV 등이 설치돼 있는 데 이건 사후조사용인지 장식물인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청사 보안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고 비판했다.

어떻든 제대로 방호조치가 작동했더라면 A씨가 복지부 청사에 잠입해 활보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이번 사건 발생 후 계단 틈새의 사각지대 등 보안 취약시설에 대한 보강 조치를 했다.

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시설 및 방호인력 운영에 관한 종합대책을 강구하기로 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정부청사의 보안이 뚫린 것은 2010년 이후 이번까지 세 번째다.

2012년 정부서울청사 18층에서 60대 남성이 불을 지른 후 화분으로 창문을 깨뜨려 투신자살했고, 2016년에는 공무원 시험 응시생인 20대 남성이 훔친 공무원 신분증으로 두 차례 서울청사에 침입해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한 일도 발생했다.

이후 행안부는  대대적으로 청사출입시스템 보안을 강화한 바 있지만, 또다시 정부청사가 뚫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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