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인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12)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이서인 시인(여자 정훈장교 1기)

‘다 지나가리라’ 하고 버틴 한 해였다. 퇴직하고 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2년 차였던 2020년, 마지막 세금인 종부세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았다.

전년도 세금의 무려 세 배가 넘는 금액을 보고 나서 ‘이건 정말 잘못된 것일 거야’ 하고 당장 세무서로 가서 따지리라 결심을 했다.

다주택자의 변명 

내가 정부에서 가장 싫어하는 다주택자가 된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지방에 있던 집을 상속하게 되었는데 당시 자식 중에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근무하느라 무주택이었던 내가 상속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집에는 아버지와 함께 동생 가족이 살고 있어서 시쳇말로 명의만 유지하게 된 셈이다. 이후 직장에서 퇴직을 앞두고 있을 즈음 나도 정착을 할 곳이 필요해서 직장에서 가까운 용산에 드디어 내 집을 장만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용산 집이 공시지가가 높지 않아서 두 채를 합쳐도 6억이 넘지 않았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나도 종부세 대상이 되었다.

설상가상 퇴직할 무렵 노후보장책으로 8.5평 정도의 다세대 주택을 구매하며 정부가 권장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했던 것이 발목을 잡게 될 줄이야.

당시 이미 2주택이었던 터라 몇 번이나 부동산에 물어본 결과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막연히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오르겠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종부세 부과 과정을 세무서를 통해 알아본 결과 4년짜리 임대주택은 2018년 3월 31까지 등록한 것만 해당이 되고 6월에 등록한 내 경우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 사이에 세법이 바뀐 것을 부동산도 몰랐던 것이다.

연초에 아버지와 상의하여 지방의 집을 처분하였으나 결국 6. 1일 이후에 거래가 됨으로써 결국 나는 3주택자가 되었고 꼼짝없이 0.9% 세금을 두들겨 맞는 투기꾼으로 전락한 셈이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약은 약사에게, 세금은 부동산 실장이 아니라 전문가인 세무사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소득에 비례하여 내는 것이 세금이 아니던가? 재산세가 증가 되자 건강보험료도 덩달아 올랐다. 내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니고 정부의 방침에 따라서 노후 보장책을 마련했을 뿐인데 현직에 있을 때에 비해 소득은 절반도 안 되는 데 세금은 세 배를 내야 하는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 살게 된 것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2020년을 맞이하여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단독 시집을 내는 것이었다. 시인이 된 지는 7년이지만 현역 군인으로 있던 시절에는 바빠서, 그 이후에는 다리 골절 환자로 2년의 공백이 있었다.

2019년에는 내 나름의 안식년을 맞이하여 출간을 하리라 결심했던 것이 여고 동창회장을 맡으며 행사하랴 경조사 챙기랴 이리저리 신경 쓰다 보니 일 년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드디어 대망의 2020년을 맞이하며 시집 출간을 하려고 했는데 때아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복병으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시집을 출간하는 만큼 살면서 고마운 사람들, 이모저모로 신세를 진 지인들, 그리고 학교 동창과 군 선후배들을 초대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예방조치 1단계에서 2단계를 지나 2.5단계를 맞고 있고 특히 수도권은 5인 이상 집합 금지이다.

요즘 흔한 말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하니 이 와중에 누구를 초대하겠는가? 그래서 나의 첫 시집 출간은 21년도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것도 아직은 장담을 못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언제 멈출 것인지 여전히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선인장의 교훈 
 
최근 집에서 주로 생활하며 유일한 즐거움이 생겼다. 3년 내내 잎만 무성하던 게발선인장 꽃봉오리가 잎끝마다 맺히더니 드디어 한 송이씩 꽃잎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선인장은 크리스마스 즈음 핀다고 해서 크리스마스선인장으로도 부른다.

몇 년 전 친한 동생집에 방문했다가 한겨울에 만개한 선인장 꽃을 보고 얻어온 터라 매년 겨울마다 기대가 컸으나 관리를 열심히 하는데도 어찌 된 셈인지 꽃이 피지 않았다.

뒤늦게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게발선인장은 단일 식물이라 밤 길이가 길어지는 9월부터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베란다에서 키워야 온도 차이로 꽃눈이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그걸 모르고 단순히 선인장이라 따뜻한 거실에 모셔놨으니 꽃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꽃을 자랑하려고 동창 단체 카톡방에 올리니 친구가 자기도 무려 5년이나 정성 들여 키웠는데도 감감무소식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지금이라도 따뜻한 거실에서 베란다로 옮기라고 했는데 올해 꽃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년에는 친구네 크리스마스선인장도 반드시 꽃을 피워 올릴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여 근원적인 환경 변화를 시도할 때이다. 크리스마스선인장이 남겨준 교훈은 먼저 식물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겨울에 예쁜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그것을 알게 된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또 다른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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