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속 불이행…허울뿐인 보수위·정책협의체”
임금인상·출장여비·시간외 수당 등 무성의 일관
행안부·인사처 앞에서 9일부터 무기한 농성키로
코로나19여파 정부도 입지 좁아…대치 길어질듯

9일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왼쪽)과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이 농성천막 앞에서 정부의 불성실 교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노총 제공
9일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왼쪽)과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이 농성천막 앞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노총 제공

공무원노동계가 또 다시 정부세종청사에 천막을 쳤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연말 천막농성’이다.

연말은 노정 정책협의체가 근무조건 개선 등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데다가 공무원 관련 각종 수당 등도 확정되는 시기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기싸움은 치열하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공무원노동계의 천막농성이 연례행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농후하다. 돈과 근무조건 등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는 양측으로서는 양보가 쉬울 리 없다.

더욱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가 있어서 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다.

노동계도 물러설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인사혁신처 등이 참여한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내년도 임금인상폭을 1.3~1.5%로 합의했는데, 기획재정부가 고통분담을 빌미로 0.9%로 깎았다.

노동계는 대신 각종 수당이나 근무여건 등의 개선이라도 얻어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먹히지 않으면서 화가 단단히 났다.

공주석 시군구연맹 위원장 등이 천막 앞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노총 제공
공주석(왼쪽부터 네 번째) 시군구연맹 위원장 등이
천막 앞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노총 제공

지난해부터 시간외 근무수당과 출장 여비의 현실화 및 제도개선을 요구했는데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장여비의 경우 2006년 한번 손질을 한 뒤 그대로이다. 4시간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2만원, 미만이면 1만원이다.

해마다 이 출장여비와 시간외 근무수당 때문에 많은 공무원이 감옥에 가고, 징계를 받는다.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이야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제도상 맹점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시간외 수당 등을 부당하게 청구할 경우 5배까지 징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제도를 개선하는 도중에 뒤통수를 쳤다는 게 공무원노동계의 시각이다.

단체행동권이 없는 노조는 파업 등으로 맞설 수가 없다 보니 천막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31일(2019년 11월 12일~12월 11일) 만에 노정이 합의를 해 천막을 걷었는데 올해는 언제 끝날지 미지수이다.

굳이 천막을 쳐야만 합의점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노조는 물론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도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공무원노조)는 9일 세종시 어진동 인사혁신처 앞에서 ‘보수위원회 불성실 교섭! 지방자치 역행!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촛불 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는데 입으로는 노동존중을 외치면서 앞에서는 대화를 하는 척 손을 내밀고 뒤에서는 존중이 아니라 노동자, 노동조합을 업신여긴다”면서 “허울뿐인 보수위원회와 우리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정책협의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행안부와 인사처를 규탄한다”면서 “많이 늦었지만 비정상적인 행태를 정상적으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110만 공무원을 대표해 양대노조는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교섭에 임했지만, 정부는 매년 보수위원회를 비롯해 대정부교섭의 기본적인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는다”면서 “노정교섭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9일부터 양대 노조의 총력투쟁을 결의하고자 행안부와 인사처 앞에서 노숙천막농성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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