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올해 김장에는 못 갑니다” 코로나 3차 확산 움츠러든 공직사회
상태바
“장모님 올해 김장에는 못 갑니다” 코로나 3차 확산 움츠러든 공직사회
  • 김성곤 선임기자
  • 승인 2020.11.26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자체 가릴 것 없이 코로나19 무서운 확산세
복무지침 2차때와 내용은 같은데 분위기는 더 싸늘
걸리면 끝장…약속 줄줄이 파기, 점심도 구내식당서
방역동원·감찰까지 피로가중… 걸리면 엄벌? “가혹”
“일반과 공무원 다른 복무지침 의미 없다”는 주장도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특별복무지침이 내려진 서울시청 로비 모습.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특별복무지침이 내려진 서울시청 로비 모습.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사례1. “장모님 올해는 김장에 못 갈 것 같습니다.” 청 단위 기관에 근무하는 국가공무원 신모(47)씨가 이번 주말(28일) 김장을 앞둔 시골 장모에게 한 전화다. 20년 가까이 김장 때면 다녀왔지만, 올해는 포기했다. “재수 없게 코로나19에 걸리면…” 싸한 직장내 분위기와 특별복무지침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래도 김치는 먹어야 하니 “용돈은 두둑이 드리라”고 아내에게 얘기했다.

#사례2. 중앙부처 서기관인 박모(54)씨는 지난 25일 재택근무를 하던 중 집에 불을 낼 뻔했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려다가 회사 전화를 받느라 다 태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경보기는 안 울려서 창피는 안 당했지만, 지금도 집에서는 탄내가 난다. “재택근무 하라니까 하지만, 근무효율도 안 오르고, 불편해요. 회사에서는 자리를 비우면서 동료에게 부탁이라도 할 수 있는데…”

#사례3. “도대체 공무원이라고 뭐 몸에 백신 달고 태어났습니까. 코로나19 걸리면 처벌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광역지자체 사무관 송모(45)씨의 얘기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직사회의 피로감도 일반 국민 못지않다고 호소했다. “단속, 엄벌 이제 신물이 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 현실화가 만들어낸 오늘의 공직사회 모습니다.

공무원이라고 백신 달고 태어났나요?

정부세종청사의 경우 평소에도 긴 점심과 출퇴근에 대한 복무감찰이 잦았는데 요즘은 코로나19 감찰이 더 세졌다.

“약속이요? 이미 모두 파기했고요. 문제 될까 봐 아예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해결해요.” 정부 부처 유모(53) 주무관의 얘기이다.

그는 “이번 복무지침은 지난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때와 내용은 다른 게 없는데 분위기는 훨씬 차갑다”고 했다. 걸리면 큰일 나는 분위기란다.

공직사회 무섭게 파고드는 코로나19

정부가 이번 코로나19 확산은 여느 때보다 훨씬 심각하게 보고 특별복무지침을 위반하는 경우 일벌백계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등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나기는 했지만, 대부분 산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세종청사 환경부는 물론 광주청사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고, 지방자치단체에도 확산세가 더 심각하다.

공무원기강잡기가 사회기강잡기?

지난 25일 경남 진주시에서 워크숍 등을 다녀온 공무원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서울 노원구에서는 15명의 공무원이 집단감염됐다. 추후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 중에서 확진자가 자꾸 나오자 이것이 국민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특별히 복무기강을 다잡는 이유다.

여기에다가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지속돼 국민의 피로감이 깊어져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하게 다그치기 힘들다는 점도 작용했다. 역효과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젠 일반과 공무원 거리두기 지침 구분 의미 없어져

그래서 공무원들의 기강을 다잡아 간접효과를 얻고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기강이 좀 풀어졌다 싶을 때 음주운전 단속이나 보행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특별복무지침을 위반해 코로나19에 걸리면 엄벌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공직기강을 빌미 삼은 여론몰이”라고 맹비난했다.

기초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사실 공무원은 코로나19 방역에 동원되고, 또 복무감찰에 시달리는 등 피로도가 심하다”면서 “공무원이라고 코로나19 안 걸리는 게 아닌 만큼 공직사회에만 별도의 복무지침을 적용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한 간부도 “이제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공무원과 일반 국민에게도 같은 기준을 제시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