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했더더니 국민연금보다 2.36대 더 받아”
강병원 의원 등 정치권 개혁·통합론 등 주장
“출발 다르고, 납입액도 다른데 직접 비교라니”
공무원 노동계 “팩트부터 틀린 가짜뉴스” 맹공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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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을 했지만, 아직도 국민연금보다 2.36배 많이 받는다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보건복지위원회) 발표에 공무원 노동계가 벌집을 들쑤신 듯 들끓고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등 노동단체는 앞다퉈 항의 성명을 냈다. 공노총은 강 의원의 보건복지위원 사퇴까지 들고 나왔다. 지난 18일에는 강 의원실로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사실 강 의원의 공무원연금 저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14일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공무원 출신인 김용진 이사장에게 “국민연금은 63세부터 연금을 받는데 공무원 출신이라 54세부터 연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공무원연금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공무원연금 저격수 강병원 의원

공무원노동계는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된 주장에 민감하다. 이들 주장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부싯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기영 공노총 부위원장 등 집행부가 지난 18일 강병원 의원실을 항의방문 공무원 노동계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공노총 제공
최기영(왼쪽) 공노총 부위원장 등 집행부가 지난 18일
강병원 의원실을 항의방문해 공무원 노동계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공노총 제공

먼저 지난 15일 강병원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들여다보자. 강 의원은 공무원연금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 요구해 2020년 각 연금 가입자 예상연금액을 산출해 발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올해 입직한 공무원의 30년 재직기간 평균급여를 국민연금소득상한액인 503만원으로 가정하면 예상연금액은 267만 5600원이다.

동일한 소득(503만원)으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가입자의 예상 연금액은 113만 5000원으로, 공무원연금이 2.36배가량 많으며 그 격차는 154만 600원이다.

해당 기간 공무원·국민연금 가입자가 30년간 납부하는 기여금(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사업주가 내는 보험료는 부담금)은 국민연금 8148만 6000원, 공무원 1억 6297만원으로 둘의 차이는 8148만 4000원이다.

가정이지만, 같은 소득인데 낸 돈이 적으니 받는 것도 적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강 의원은 그 차이에 주목했다.

연금을 65세부터 85세까지 20년 받을 경우 공무원은 6억 4214만원, 국민연금은 2억 7240만원으로 공무원이 3억 6974만원 더 받는다는 것이다.

재직기간 평균소득을 400만원으로 가정하면 국민연금 예상액은 97만 9000원, 공무원연금은 231만 8160원으로 격차는 2.37배에 달한다.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으로 1.9%였던 지급률이 2016년부터 낮아져 2035년에 이르면 1.7%가 된다.

지급률은 자신의 월급에서 매년 연금으로 쌓이는 비율이다. 월급이 100만원이고 지급률이 1%면서 30년간 연금보험료를 낸다면 100만원×1%×30년인 30만원이 연금액이 된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란 개념을 사용하는데, 40년 가입기준 40%다. 지급률로 환산하면 연 1%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지급률을 비교하면 1대 1.7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70% 더 받는다.

공무원 노동계 “정치인의 포퓰리즘”

공무원 노동계는 이런 비교가 가짜뉴스라고 맹공한다. 실제 공무원 가운데 503만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공무원의 보험료율이 국민연금(4.5%)보다 9%로 두 배나 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다가 퇴직금을 제대로 받는 국민연금 가입자와 달리 공무원은 39%에 불과하고,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런 차이들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국민을 현혹시킨다는 것이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이를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였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개인이 4.5%를 내고, 고용주가 4.5%를 낸다. 이에 비해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 9%를 내고, 국가가 9%를 낸다.

퇴직금도 일반 직장인과 달리 공무원은 39%에 불과하다. 게다가 공무원은 노동삼권이 없어서 국가를 상대로 강력한 임금협상 등을 벌일 수 없는 점도 이들이 가진 피해의식 가운데 하나다.

최기영 공노총 부위원장 등이 강병원 의원실을 방문, 항의하는 과정에서 주장한 것들도 이런 것들이다.

문제는 국민이 공무원연금과 비교한다는 것

1988년 도입한 국민연금과 1960년 도입한 공무원연금은 평균 가입기간에서 10년 넘게 차이가 난다.

자료:서울시공무원노조
자료:서울시공무원노조

그러니 공무원연금은 200만원 넘게 받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50만원 안팎에 그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단면만 보면 공무원연금은 목돈을 받고, 국민연금은 푼돈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연금에 매년 2조원 안팎(2020년 기준 2조 1000억원)의 국고가 지원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군인연금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3조 8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은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에 세금이 들어가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따지고 보면 공무원의 고용주는 국가이니, 연금이 적자가 나면 국가가 세금으로 보전하는 게 맞다. 그런데 국민은 국민연금과 비교한다.

국민연금은 적자가 나도 국가가 보장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이 규정을 법안에 삽입하려고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공무원 노동계, 2015년의 악몽…미연에 막자

반대로 공무원들은 연금 개혁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세종정부청사나 지자체 공무원들을 만나면 한 번쯤 듣는 얘기가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한 부처의 부이사관은 연금개혁으로 자신은 최소한 2억원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곤 했다.

2015년 당시 국민대타협 기구에서 공무원 기여율을 7%에서 2020년까지 9%로 높이고,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낮추고, 납부기간은 33년에서 36년으로 늘렸다. 또 개시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조정했다.

공무원 정년은 60세인데 연금은 65세에 지급하니 공백이 생긴다. 정년을 연장해야 하지만, 정부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태에서 이를 꺼냈다가는 역풍이 불 것이 두려워 말도 못 꺼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또다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 하게 되면… 공무원에게는 악몽이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연금 개혁 얘기만 나오면 공무원노조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반발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불이면 국민연금은 미래의 화약고

공무원 단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혜 수준을 공무원연금으로 맞추는 게 답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노동자와 사용자 기여율이 1대 1인데 선진국처럼 사용자 기여율을 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후 보장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망설인다. 사용자 비율을 높이면 재계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아가 국민도 어느정도 부담증가는 감수해야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다.

현재 2018년 논의했던 국민연금 개혁안은 국회에 제출된 뒤 멈춰버렸다.

당시 정부는 4개의 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의 현행 유지 ▲현행 유지 상태에서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45%로 상향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보험료율 13%로 인상 등이 그것이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2057년 국민연금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지만, 개혁시계는 멈춰버렸다.

국민·공무원연금 통합? 먼 훗날이나 논의 가능한 얘기

혹자는 통합을 주장한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주장하고, 유승민 국민의 힘 의원이 쌍수를 들어서 환영한 안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다. 국민연금은 현재 지급 대상자가 많지 않아 흑자다. 기금운용 수익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만약 통합하면 공무원연금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국민연금 수익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국민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국가가 엄청난 재원을 통합 기금에 지원해서 목돈을 만들어줘야 한다. 공무원 퇴직금도 100%로 맞춰야 한다. 그런데 그런 돈 마련하기가 쉬운 일인가.

일본이 연금을 통합했지만, 이는 둘 사이의 재정규모나 상태가 비슷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통합까지는 지난한 길이다.

공무원들도 반대한다. 지급률을 국민연금 수준인 1%로 수렴할 수 있고, 균등급여 개념이 도입되면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에 맞추는 상향평준화가 아닌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맞추는 하향평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과 국회 모두 머리를 맞대야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든 이 상태로 지속할 수는 없다. 적자폭이 쌓이면 무한정 정부가 세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

지금도 젊은 공무원들은 많이 내고 적게 받느니 차라리 국민연금에 드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선배들이 누리던 공무원연금의 혜택은 사라지고, 국민연금 수준의 연금을 받느니 아예 적게 내고, 적게 받겠다는 것이다.

정년 문제도 마냥 미뤄둘 수는 없다. 정년 연장과 공무원연금의 문제는 따로 분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답이 안 보이더라도 사회 각 주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러나 밀어붙이기식으로는 곤란하다. 국민이든 공무원이든 각 주체의 동의를 충분히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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