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알아보는 적극행정(4)

정부는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독려 중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적극행정을 하다 수사나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적극행정위원회 등을 거쳐 적극행정을 하면 감사 면제나 법적으로 면책을 해주기로 했다. 또한 인사혁신처는 적극행정 페이지인 ‘적극행정 온’(mpm.go.kr)에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추천하는 ‘2019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자료: 인사혁신처
자료: 인사혁신처

의료계에 종사하는 김○○씨는 진료기록부에 차팅과 서명이 자동으로 등록돼 저장되는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 국가에서 규정하는 전자서명인지 보건복지부에 질의했다.

돌아온 답은 ‘아니다’였다. 복지부는 의료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은 공인전자서명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답변이 의아했던 김○○씨는 법령해석제도를 떠올리고는, 법제처에 전문적인 의견을 요청했다.

전자서명과 관련한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전자서명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진료기록부 등에 사용되는 전사서명은 왜 국가에서 규정하는 전자서명에 해당하지 않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법제처 법령해석국 사회문화법령해석과 송창호 사무관에게 넘어갔다.

송 사무관은 우선 특정 사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닌 법령 자체를 해석하는 법령해석제도 특성상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야 했다.

또한 획일적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안건을 파악해 연구해야했고 한쪽의 주장이 설득력이 부족해보이더라도 법령의 내용을 왜 이렇게 해석했는지, 어떤 관점에서 법령을 바라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했다.

‘전자서명법’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전자서명법’에서는 전자서명의 종류를 2가지로 나누고 있다. ‘공인전자서명’과 ‘공인전자서명 외 전자서명’이다. ‘전자서명법’ 3조에 따르면 ‘공인전자서명’은 기록에 의해 무결성과 진정성을 추정할 수 있으므로 ‘공인전자서명외 전자서명’보다 우월한 효력을 갖는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송 주무관은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대화하며 실무적인 부분이나 우려하는 점들을 파악했다.

‘공인전자서명’만을 인정해야 한다는 측은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의 전자서명을 인정했을 때 진료기록부의 변조 가능성을 우려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가 사후에 진료기록부를 수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인전자서명과 같은 보다 철저한 시스템으로 진료기록부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인전자서명 외 전자서명’도 인정해야 한다는 측은 전자서명 관련 신기술이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공인전자서명만으로 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또한 이는 법문언을 넘어서는 규제강화며, 전자서명과 관련한 신기술이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공인전자서명만으로 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송 주무관은 양측의 이견을 정리해 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했다.

최종심의 결과 법 문언 해석에 따르면 ‘전자서명법’ 2조에서 전자서명(제2호)과 공인전자서명(제3호)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음에도 ‘의료법’ 23조 1항에서는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해당 규정에서 ‘전자서명법에 따른 공인전자서명’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공인전자서명 외 전자서명’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 염려했던 변조가능성도, 전자의무기록 작성시 사용되는 전자서명이 어떤 것이든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법 23조 2항에 따라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경우여야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었다.

송창호 사무관은 “적극행정은 정답 찾기나 범인 찾기처럼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문책하는 문제가 아니라, 당면한 문제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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