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알아보는 적극행정 (2)

정부는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독려 중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적극행정을 하다 수사나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적극행정위원회 등을 거쳐 적극행정을 하면 감사 면제나 법적으로 면책을 해주기로 했다. 또한 인사혁신처는 적극행정 페이지인 ‘적극행정 온’(mpm.go.kr)에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추천하는 ‘2019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자료: 인사혁신처
자료: 인사혁신처

지난 2017년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 4185명 가운데 보행 사망자는 1675명이었다. 이 중에서도 노인 보행 사망자는 906명이며, 37%에 달하는 335명이 무단횡단에 의한 교통사고였다.

남양주경찰서 별내파출소장 유창훈 경감은 왜 어르신들이 무단횡단을 하는지 궁금했다.

어르신들에게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는데도 굳이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러시는 분들은 왜 그런 것 같으세요”라고 여쭤봤다.

답변은 의외로 “나이가 들고 늙으면 보행이 불편하고 다리와 허리가 아파서 오래 서 있지를 못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빨리 가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는 것 같다” 였다.

신호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허리와 다리가 아파 조금이나마 짧게 걷고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간 실버존을 설정하거나 안전홍보 활동 등을 해왔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유 경감은 경찰공무원의 시각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어르신들이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쉬어가는 의자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접이식 장수의자’를 고안했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수의자는 경찰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일을 만들어 한다”는 등의 시선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국민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추진했다.

경찰조직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지도 못했고, 매년 제안제도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경진대회도 있었지만, 이를 기대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장수의자’의 실물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없었다.

몇군데에서 거절당한 끝에 소개를 받아 제작업체를 섭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품개발비가 없어 제작업체 측에 특허권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제작을 의뢰했다.

우여곡절 끝에 장수의자를 발명했지만, 재정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60개를 사비로 제작했다.

제작까지 했지만, 설치는 또 다른 문제였다. 혼자의 노력으로는 17개 교차로에 60개를 설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관할 시청에 협조를 구했지만 ‘설치기준이 없다’, ‘교통안전시설물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하는 수 없이 동료직원들에게 설명을 했고, 동료직원들이 함께하자며 나섰다. 여기에 별내파출소 생활안전협의회 회원들도 나서 ‘장수의자’를 모두 설치할 수 있었다.

시범설치 후 어르신들은 “평소 다리가 아파서 신호등을 못 기다린 경우가 많았는데, 이 의자가 있으니 너무 좋고 편하다”며 “정말 유용해서 파출소장과 경찰관들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호평했다.

며칠후에는 ‘장수의자’가 언론에 보도돼 전국에 홍보됐다. 몇 개월 후에는 서울 구로구,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제주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설치했다.

유 경감은 “규정과 근거가 좀 미비하더라도 시민의 입장에서 해석을 넓혀 조치할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미비한 근거를 늦지 않게 마련하는 것이 적극행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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