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역으로 지도하기’(리버스 멘토링) 도입
90년대생 공무원이 거꾸로 ‘국장님’ 전담 강사
최신 앱, 생활방식 등 배우고, 고충은 들어주고

90년대 이후 출생한 공무원이 간부 공무원에게 새천년 세대의 사고방식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대해 교육하는 인사혁신처의 '역으로 지도하기'의 한 장면. 인사혁신처 제공
90년대 이후 출생한 공무원이 간부 공무원에게 새천년 세대의 사고방식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대해 교육하는 인사혁신처의 '역으로 지도하기'의 한 장면. 인사혁신처 제공

‘세상을,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뀌는 것은 어떨까.’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고, 방법과 시각의 문제라면 바꾸는 게 가능할 것 같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게 바로 이 방식인 것도 사실이다.

공직사회에 ‘밀레니얼 세대’(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통계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중 1990년대생 이하 20대가 11.5%, 1980년~1989년 사이에 태어난 30대가 29.4%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인사처만 떼어서 보면 전체 직원 중 20대는 7.9%, 30대는 34.3%에 달한다. 전체 공무원 가운데 42.2%가 20·30대인 셈이다.

자료:인사혁신처
자료:인사혁신처

이들의 특징은 상사 앞에서도 자기 말을 당당히 할 뿐 아니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체대화방에서는 거침없이 자기의견을 제시하고, 상사의 문제점도 공유한다. “매번 과장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해서 불편해요” 등등.

행여 “무슨 보고서가 이따위냐”고 서류라도 내팽개치면 ‘갑질’로 신고된다. 예전에는 볼 수 있었던 행위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속으로 끙끙 앓던 모습은 이젠 회고록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두고 “요즘 후배들은…” 하면 ‘꼰대’다. 이들을 대상으로 ‘과거에는’, ‘옛날 선배들은’ 하면 딴 나라 공무원 취급을 받는다. 세대가 바뀐 것이다. 이런 땐 굳이 후배를 바꾸기보다는 내가 변해버리면 어떨까. 쉽진 않지만 이게 훨씬 편하고, 맞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인사혁신처
자료:인사혁신처

인사처가 수평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90년대생 공무원과 국장급 공무원이 함께하는 ‘역으로 지도하기(리버스 멘토링)’를 시행 중이다고 22일 밝혔다.

‘역으로 지도하기’는 선배 직원이 후배 직원을 가르치는 일반적 경우와 반대로 후배 직원이 상담자(멘토)가 되어 선배 직원에게 조언하고 상담하는 것이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많은 기업이 젊은 직원들에게 최신 시장 흐름이나 정보기기 활용법 등을 배우기 위해 역으로 지도하기를 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역으로 지도하기에는 최근 임용된 만 31세 이하의 젊은 공무원 18명이 상담자로, 인사처 본부 국장 가운데 6명이 상담을 구하는 역할(멘티)로 각각 참여한다.

젊은 직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상담자 3명당 국장 1명씩으로 팀을 이룬다.

상담 주제도 다양하다. SNS, 문서공유 프로그램 등 최신 애플리케이션 사용법부터 새천년 세대의 여가·소비 등 그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주제들로 구성돼 있다.

또한, 새천년 세대가 공직생활에서 느끼는 고충, 부당한 지시, 일과 삶의 균형 등을 듣고, “아 이것은 개선해야 겠구나” 하는 공직문화 개선 효과도 교육을 실시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상담자로 참여하고 있는 적극행정지원단 정현아 사무관은 “국장님들이 의외로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많이 궁금해하고 적극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최재용 기획조정관은 “역으로 지도하기가 젊은 직원들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배운 내용들을 실제 업무와 조직문화 개선에 활용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처는 참여한 직원을 대상으로 소감 및 개선사항 등 의견을 수렴해 내년에는 더욱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어차피 앞으로는 밀레니얼세대나 Y세대(2000년 이후 주류로 부상하는 젊은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업무 효율은 물론이고, 자칫 꼰대로 찍힐 수도 있다.

대세가 그렇다면 내가 변하는 게 답이다. 하지만, 간부들이 SNS 활용법 등은 쉽게 배우겠지만,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다. “아 어렵네. 직장생활 얼마나 한다고 이대로 살다가 퇴직하지…” 할 수도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