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밀림의 아름드리 원목을 엮은 뗏목의 행렬…두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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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밀림의 아름드리 원목을 엮은 뗏목의 행렬…두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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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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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온 고향 남겨진 이야기’(5) 회령군편(하)
노경달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사무국장
노경달 행안부 이북5도위원회 사무국장
노경달 행안부 이북5도위원회 사무국장

“용의 형상에 비유되었던 수려한 회령의 지세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천혜의 자연이 만났으니 역사적 전통과 뿌리마저도 찬란한 고장입니다.” 갈 수 없는 땅이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체념보다는 새로운 감회를 느끼고 싶다는 회령 출신 이북도민 얘기이다.

또 다른 회령인의 아련한 눈빛을 본다. “저는 함경북도 회령군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맑은 물이 흐르는 회령천이 있었습니다. 오빠, 언니, 친구들과 함께 깔깔깔 웃고 떠들면서 물놀이를 하던 곳이었습니다.”

인심이 후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갖춘 두만강변의 국경고도(國境古都) 회령에는 기와집이 평양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고 한다. 한반도 동북방에 위치한 회령은 웅장한 산세와 두만강이 조화를 이루며 빚어낸 고장이다. 특히 두만강은 온통 백두밀림에서 겨우내 벌목했던 아름드리 원목을 엮은 뗏목이 흘러 내려오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영산골 송이버섯 바구니

회령에서 30리쯤 떨어져 있는 영산골에는 송이버섯이 유명했다. 가을에 접어들면 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바구니를 메고 영산골로 송이를 따러 갔는데 그 맛이 독특하고 향기가 일품이어서 일본사람들도 그 맛을 찾아 회령으로 올 정도였다.

회령에 가을이 오면 강은 은색을 띠며 반짝거리고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운두산(雲頭山)의 단풍은 회령 8경의 하나로서 보는 이의 탄성을 저절로 울리게 하는 절경이다.

뜨끈뜨끈한 아랫목과 이가 시린 냉면

회령의 겨울은 춥지만 풍부한 땔나무와 석탄으로 춥지 않게 보냈다. 겨울에 접어들면 마을의 어른들은 동네 사람이나 친구들 집에 모여, 군불을 지펴 온돌방을 뜨뜻하게 덥혀 놓고는 화투나 놀이로 냉면 내기를 하여 이가 시리도록 찬 냉면을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먹으면서 긴긴 겨울밤을 훈훈하고 즐겁게 보냈다.

야산 서쪽 너머에 흐르는 보을천 그리고 넉넉함

보을 평야와 두만강 강변에 제방을 쌓아 만든 화풍평야가 비옥하여 소작농이 없고 기와집이 제일 많은 고장이다. 야산 서쪽 너머에 흐르는 보을천은 삶이 풍요로운 고장을 상징하기도 했다.

마을의 집집 마당에 흉년이 들면 이웃과 친척들과 서로 나누어 먹기 위해 따로 곡식을 뒤주에 챙겨 두었으며, 풍년에는 이 뒤주에 햇곡식을 넣어 두기도 했다고 한다.

회령과 중국 삼합을 잇는 도선장
회령과 중국 삼합을 잇는 도선장 모습.이북5도위원회 제공

그리고 앞마당에서 타작한 곡초는 사료로, 콩대와 수수대 등은 군불거리로, 북데기는 비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마을에는 서당이 몇 군데씩 있어서 유교사상에 기초한 도덕교육을 했다고 한다.

대륙의 관문, 무역의 거점

국경에 자리 잡고 있는 회령군은 대륙의 관문으로서 함경·함북선 철도와 만주 철도가 연결됨에 따라 만주와의 무역의 거점을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육상교통의 중심지인 회령은 임산물의 집산과 석탄광의 급진적인 개발로 인하여 일약 상공도시로 발전하였다.

임산물과 석탄 이외에 축우·두류 등 각종 농산물과 포목·일용잡화 등이 있으며 회령읍내는 상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상공업의 발전을 위하여 1922년 공영회가 발족하였으며, 그 후 1928년 이것이 상공회의소로 승격하였다.

태어난 곳의 물 냄새 기억

두만강 회령 강변에서 태어난 연어는 석 달이 넘기 전에 북해로 찾아간다. 그리고 어미가 된 연어는 태어난 고향에서 알을 낳기 위해 회령 강변을 다시 찾는다. 어릴 적 자신이 태어난 곳의 물 냄새를 기억하면서 찾아온다. ‘모천회귀(母川回歸)’ 현상이다.

이 현상은 연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철새들이 하늘의 별자리나 태양의 위치 등을 보면서 이동을 하는 것도 고향을 찾아간다는 의미로 본다면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회령의 '조선미인' 사진
회령의 '조선미인' 사진. 이북5도위원회 제공

한때 연두색 새싹으로 태어나 노랑, 빨강 등 형형색색(形形色色) 색깔과 화려한 잎으로 한껏 뽐내었던 초목(草木)도 예외는 아니다.

가을이 되면 다시 뿌리 근처로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나뒹구는 낙엽이 되면서 결국에는 자기의 뿌리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듯 귀근(歸根)의 이치도 연어의 삶과 연관시켜 볼 수 있다.

태어난 강을 찾아가는 연어처럼 

그렇다면, 실향민들의 마음속은 어떨까. 잊혀져가는 옛 노랫가락은 더듬겠으나, 회령인 머릿속에는 아직까지도 하루도 잊지 않고 그리움으로 가득한 두만강 추억만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강산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릴 적 소꿉놀이 두만강 강변은 언제든지 통일만 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모천회귀’ 의미를 의인법으로 비교해 보면 이북도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속마음도 조심스럽게 연상되기도 한다. 사력을 다해 강바닥을 파고 수천 개의 살굿빛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는 연어는 고향 산천에 분신을 남기는 것이기에 민족의 비극으로 가보지 못한 고향 회령을 생각하는 그 심경이 그렇다는 것이다.

유튜브
이명우 행안부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이 유튜브를 통해 두고온 고향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북5도위원회 제공

한라에서 백두까지 유튜브(한백 스튜디오) 방영

행정안전부 이북5도에서는 Post 코로나19 시대 흐름에 따라 향토문화 계승을 위해서 아직까지 수복되지 아니한 ‘그리운 산하, 두고 온 고향’ 이야기를 구담(口談)으로도 엮어 나가기로 했다.

가족과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아픔을 보다 입체적으로 남겨놓기 위해서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의미를 새긴 유튜브, 한백 스튜디오’를 통해서 통일의 염원을 이루는 그 날까지 지난 7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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