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쁜 때 회의 줄이고 정례화 해주세요”…행안부 ‘소곤소곤’이 와글와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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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쁜 때 회의 줄이고 정례화 해주세요”…행안부 ‘소곤소곤’이 와글와글해졌다
  • 김성곤 선임기자
  • 승인 2020.09.1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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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소통방에 한 직원이 문제제기…직원들 댓글로 공감

신속성·실효성이 생명인 재난안전 담당 부서 등은 불만 더 커

“언택트·행정간소화 선도하는 부처의 모습은 아니다” 지적도

“전쟁 중에 서류잡고 있으니… 장·차관보다 실·국장이 더해”

 행안부, “대안 마련위해 고심 중이지만 묘안이…”  ‘묵묵부답’

최근 행정안전부 직원 소통방인 ‘소곤소곤’에 한 직원이 시도때도 없이 내려오는 회의 자료 요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아 화제다.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최근 행정안전부 직원 소통방인 ‘소곤소곤’에 한 직원이 시도때도 없이 내려오는 회의 자료 요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아 화제다. 그래픽 이미지 픽사베이

“코로나19에다가 국회일정으로 이 바쁜 때에 하지도 않는 회의자료 만들라니요.” “일주일새 간부회의 한다고 네 번이나 자료 만들라고 시키더니 실제로 회의는 한번 밖에 없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직원들의 소통방인 ‘소곤소곤’이 이름답지 않게 최근 소란스럽다.

다름 아닌 회의자료 때문이다. “회의도 안 하면서 정례 회의 자료 만들라고 하고, 실컷 만들어서 제출하고 나면 서면대체해서 김 빠지게 하고…이럴 거라면 무엇 하러 자료는 만들라고 했느냐”는 내용의 글 때문이다.

작성자는 “하루 전날 갑자기 회의자료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지기도 한다”며 사례까지 곁들여서 지적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회의는 정례화해서 직원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소곤소곤 소통방에 이런 글이 올라온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는 강도가 센 편이다.

그만큼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호응도 높아 댓글이 줄을 잇는다.

그 배경을 찾는다면 코로나19 대응업무에다가 국회개원 등으로 일은 늘었는데 자료 제출 관행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의자료 제출 요구가 더 많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전에는 장·차관 회의 때만 자료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회의 자료 작성지시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장·차관보다 실·국장이 회의를 더 좋아한다”면서 “전쟁 중에 서류 만지작거리고 있는 꼴이다”며 소곤소곤 방의 지적에 공감을 표했다.

언택트(untact) 시대와 행정간소화를 선도하는 부처의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다른 한 직원은 “회의문화는 행안부뿐 아니라 전 부처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언택트 문화와 행정의 신속성과 실효성을 담당하는 행안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아픈 지적이다”고 말했다.

여기에다가 또 하나의 이유를 찾는다면 통합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 지붕 두 가족인 행정분야와 안전분야의 문화 차이도 한몫한다.

재난안전분야는 신속성이 생명인 만큼 회의나 자료 제출보다 대응 우선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

상대적으로 행정 분야는 시스템의 문화이다. 자료 제출과 회의 등은 기본이다.

누가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바쁜 때에는 신축적으로 해야 하는데 자료 한 장으로 될 것을 보고서로 만들라고 하고, 글자 수와 서식이 틀렸다고 지적할 때도 있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이다.

직원들의 글이 올라오고 행안부 내부에서 문제가 되면서 회의 정례화와 절차 간소화 등에 대한 검토가 있었지만, 행안부의 공식적인 대응은 아직 없는 상태다.

한 간부 공무원은 “직원들의 지적에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회의라는 게 불시에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또 서류작업이나 절차 등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방안을 찾아볼 사안이다”고 밝혔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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