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는 것은 틀리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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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것은 틀리다는 게 아니다
  • 노혁진 전문기자
  • 승인 2020.09.04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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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에세이’
노혁진 공생공사닷컴 전문기자
노혁진 공생공사닷컴 전문기자

중국에 작자미상의 ‘호계삼소도’가 있다. 계곡에는 잎이 무성한 고목이 서 있고 계곡 따라 물이 굽이굽이 흐르다가 다리를 지나면서 급하게 밑으로 떨어진다.

물보라가 세차게 일어난 듯 안개가 자욱하고, 다리 바로 건너에는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성인(聖人) 세 명이 마주보며 파안대소, 껄껄껄 웃고 있다. 혜원스님과 유학자 도연명 그리고 도사 육수정이다.

혜원은 여산 호계에 동림정사란 절을 지어 놓고 ‘영불출산 적불립속’(影不出山 跡不入俗·그림자도 산문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며 세속에 발을 들이지 앟겠다)을 다짐하며 수행 중이었다.

어느 날 도연명과 육수정이 찾아왔다. 오랜 시간 동안 고담준론을 논하다 대화삼매 빠진 혜원은 자신도 모르게 호계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문득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셋은 그 자리에서 크게 웃었다는 고사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이들의 나이 차로 볼 때 만들어졌을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유·불·도의 진리가 근본에 있어서 다르지 않고 하나라는 상징적 의미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실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종교화합의 상징을 담고 있는 이 고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삼소회와 길상사의 성모 마리아를 닮은 관음보살상으로 그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삼소회는 종교 간의 화합을 위한 불교 비구니와 천주교 수녀 그리고 원불교의 교무가 참석한 여성 성직자들의 모임이다.

종교 간의 화합과 평화, 갈등의 벽을 허물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실천에 앞장서고,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서로간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아름다운 모임이다. 삼소회의 ‘삼소(三笑)’란 말도 호계삼소(虎溪三笑)‘에서 따온 말이다

길상사는 시인 백석과 김영한, 그리고 법정스님에 의해 탄생한 절이다. 백석과 김영한(나타샤)은 신분의 벽과 남북 분단으로 애틋한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분단 이후 기생 김영한은 고급요정 대원각으로 수천억의 재산을 모은다. 어느 날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동한 김영한은 많은 돈이 백석의 시 한줄보다 못하다며 전 재산을 부처님께 보시하겠다며 법정을 설득한다. 법정은 십년 뒤에도 마음의 변화가 없으면 받아들이겠다 해서 지어진 절이다.

길상사의 백미는 성모 마리아를 닮은 관음보살상이다. 관음보살상은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가 만들어 봉헌했다 한다. 성모 마리아를 닮은 관음보살상이야 말로 종교화합의 최고 상징물인 것이다. 관음보살의 왼손에 든 정병에는 성수(聖水)와 정수(淨水)가 사랑과 자비로 넘쳐난다. 사랑과 자비는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구별과 편견은 분노와 증오로 종종 표출되곤 한다. 다종교 다문화 다양화 시대의 공존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인정하는 것이다. 차이와 다름은 같음과의 구별에서 정리되는 것이지 틀린 게 아니지 않은가. 요즘 국내외에서 편 가르기가 하도 심해 문득 떠오른 호계삼소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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