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

공익제보 그후 8년 송사… 심평강 전 전북 소방본부장

감사원 제보 이후 소방의 날 기념식장에서 들은 해임 소식
“내가 인정하면 내 자식, 아내마저 낙인 찍힌다 생각에 불복”
2012년 해임 이후 소송만 3개 진행…2개 이기고 하나는 패소 
나 하나 상대로 조직적 왜곡…명백한 사실도 아니라고 우겨
지난 19일 서울고법서 “공익제보자 신분유지 적법” 판결 

심평강 전 전북도 소방본부장이 지난 27일 공생공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공익제보 이후 해직과 소송 등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넣고 있다. 공생공사닷컴 DB
심평강 전 전북도 소방본부장이 지난 27일 공생공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2월 공익제보 이후 해직과 소송 등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공생공사닷컴 DB

어떤 사람이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8년간이나 소송을 이어올 수 있을까 궁금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기사를 보고 시작한 취재다. 개인 간의 소송도 아니고 국가나 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은 아무리 자신이 옳아도 승소가 쉽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개인에게 있어서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가진 그들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공익제보에서 시작해 직장에서 잘리고, 복귀 관련 소송과, 무고 및 명예훼손 소송, 손해배상소송 등 3개의 소송이 8년간 펼쳐졌다.

지난 8월 19일 서울고등법원은 심평강(63) 전 전북소방본부장(이하 본부장)에 대한 ‘직위해제 및 징계처분의 취소 요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방청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심 본부장의 승소다.

전화번호를 입수해 연락을 했다. 전철을 타고 있다던 그는 잠깐 기다리라더니 전철에서 내려 내리 1시간 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묻고 대답하기를 수차례… 그러나 8년여 동안 이어진 소송과 내용은 쉽게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전철을 타고 가다 내려서 한 시간 동안 쏟아낸 이야기

몇 차례 전화가 오가고, 자료도 받았지만,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결국은 만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은 학자풍인데 고집이 슬쩍 비쳐진다. 역시 간단치 않아 보인다.

“억울하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내가 인정하면 나는 물론이고, 자식과 애들 엄마에게까지 실력은 없어서 인사에 물 먹고 남을 무고한 사람의 가족으로 남을 것 아닙니까.”

그의 전쟁은 2012년 2월 감사원에 직속상관인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이하 청장)을 공익제보 하면서 시작됐다. 소방감 승진에서 부당하게 배제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급정년이 1년이 채 못 남았으니 소방감 승진은 안 되니 이해하라’는 얘길 듣고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보니 계급 정년이 나보다 짧게 남은 방재청장의 직속 후배가 떡 하니 승진을 했어요. 이외에도 많은 부당한 인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계급정년이 가까워 안 된다더니 승진 명단엔 나보다 더 짧은 그의 후배가

그는 억울해서 총대를 맸다. 이 청장의 인사 불공정, 편중인사, 출장 중 골프, 각종 비위 등을 모아서 감사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2012년 정부종합청사(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심평강 전 전북도 소방본부장. 심평강 전 본부장 제공
2012년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심평강 전 전북도 소방본부장.

그로부터 몇 달 뒤 심 본부장은 소방의 날인 11월 9일 전북 전주에서 기념식 참석 중 직위해제 통보를 받는다. “심 본부장 소방방재청(소방청의 전신)에서 ‘직위해제’됐다고 통보가 왔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당시 부지사가 사색이 돼서 소식을 전했다.

즉각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에 대한 신분유지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고, 권익위가 이를 인정해 방재청에 이를 통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서울 종합청사(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통해 인사 조치와 이 청장의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것도 이때쯤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조금 지난 12월 13일 중앙징계위원회에서 그의 해임이 의결되고, 그달 27일 해임된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이기환 청장으로부터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다.

그다음 해인 2013년 2월에는 방재청이 권익위가 취한 심 본부장에 대한 신분유지 결정에 대한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한다.

“2013년 2월 감사원이 발표한 이기환 청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공익신고 내용이 대부분 맞다고 나왔지만, 곳곳에 포진한 세력(그는 이를 이기환 청장의 TK 인맥이라고 얘기했다)의 비호를 받아 징계도 흐지부지되고 오히려 제가 공격을 받았습니다.”

퇴직금 7000만원 쏟아붓고, 밑 빠진 독

이렇게 긴 소송전이 시작된다. 당시 퇴직금 7000만원을 받아서 소송에 쏟아부었다. 이후에도 많은 돈이 들어갔다. 다행히 부인이 교사여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 반대했던 부인도 “이렇게 포기하면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끝나고, 자식들에게까지 불명예를 남겨 줄 수 없다”는 얘기에 결국은 응원군으로 돌아섰다.

결론을 얘기하면 심 본부장은 3개의 소송에서 2개는 승소하고, 1개는 패소했다.

이 전 청장이 고소한 무고 및 명예훼손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심 본부장이 이 청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지난해 2월 패소했다.

“심 본부장의 공익제보는 명예훼손도 아니고, 무고도 아니어서 무죄지만, 그렇다고 이 청장의 인사가 불이익 및 보복을 가할 의도에서 행해진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손배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를 대상으로 소방청이 제기한 심 본부장의 신분유지 소송은 지난 8월 19일 심 본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의 조치가 합당하므로 이기환 전 방재청장에게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직위해제 해임 철회와 원상 복직을 명령한 것을 그대로 이행하라고 한 것이다.

소방청은 대법원에 상고를 할 것인지 아니면 판결을 수용할 것인지 망설이고 있다.

아직도 할일 많아 승소 위해 사실 왜곡한 이들 용서 못한다

정부기관의 특성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최종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서 권익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서 이행해야 후환이 없다는 선배들의 경험담(?) 때문이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심 본부장은 복직이 불가능하다. 이미 정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명예회복과 그동안 못 받은 월급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심 본부장의 얘기이다.

그러나 심 본부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생각이다.

“나를 모독하고,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한 조직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 현직에 있는 사람도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건물. 소방방재청의 후신이다. 공생공사닷컴DB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건물. 소방방재청의 후신이다. 공생공사닷컴DB

그는 “자신과의 소송에서 이기려고 없는 사실을 왜곡해서 짜맞추고, 내 인격을 모독한 당사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8년을 고생했는데도 그에게서는 전의가 엿보인다.

“동료가 등을 돌리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나와 가까웠던 후배들이 줄줄이 좌천을 당하고 불이익을 받는 것은 정말로 가슴 아파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증거 없으면 시작하지 마세요. 혼자하는 싸움은 너무 외롭고 힘들어”

“혹시 심 선생처럼 공익제보를 하려는 후배가 있다면 무슨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냉정한 현실을 얘기한다. “먼저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증거가 없으면 조직을 상대할 수가 없어요. 없는 증거도 만들어내는 게 조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는 게 좋아요. 혼자 하는 싸움은 너무 외롭고 힘이 듭니다. 변호사에게도 자신이 모든 것을 조사하고, 준비해서 제공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것은 자신이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수억원이 금방 들어갑니다. 소송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러면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기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든 자식이든 나라든 누구를 위해서든 꼭 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최초로 미국연방소방학교를 졸업했다. 거기서 교포 한 분을 만났다고 했다. “한국의 유명한 분들이 여기를 많이 다녀가는데 귀국해서 배운 대로 해야 하는데, 돌아가서 비위로 신문에 나곤 해서 너무 실망했어요. 미스타 심은 꼭 가서 배운 대로 제대로 하세요.”

심 본부장은 자신이 2012년 힘든 싸움을 결정할 당시 그분의 말을 떠올렸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