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여행자의 천방지축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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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여행자의 천방지축 에피소드
  • 공생공사닷컴
  • 승인 2020.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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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거사 안정훈의 아날로그 세계일주(10) 북유럽과 발트, 발칸 반도 여행(중)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크루즈선 내에 있는 나이트클럽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크루즈선 내에 있는 나이트클럽

담배 밀수로 체포되면 어떻게 하지?

러시아의 상트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의 헬싱키로 가려면 비행기, 페리, 기차, 버스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나는 요금이 저렴하고 밤 12시에 출발하여 새벽 7시에 헬싱키에 도착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교통비와 하루치 숙소비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버스는 에코라인과 룩스 익스프레스가 있는데 가장 늦게 자정에 출발하는 룩스 익스프레스를 골랐다. 요금은 25유로다. 물가가 저렴한 러시아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꽤 비싸다고 생각됐지만, 좌석도 넓고 차내에 화장실도 있고 간식과 음료수도 주어서 만족스러웠다.

중간에 양국의 검문소에서 버스가 정차하는 순간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나는 팽팽하게 긴장했다. 모든 짐을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시켜 검사를 한다.

북유럽은 담배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담뱃값이 싸도 너무 싼(10분의 1 가격) 러시아에서 무려 10보루 넘게 사재기를 해서 가방 구석구석에 담았다. 만약에 걸려서 뺏긴다 해도 아깝지 않은 금액이기에 시도했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양심에 찔렸다.

“혹시 담배 밀수범으로 체포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내내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통과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긴 했지만,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고두고 민망스럽다.

오슬로의 지하철과 엘리베이터에서 어리바리

노르웨이 오슬로의 지하철은 개찰구나 출찰구가 따로 없다. 그냥 스윽 들어가서 그냥 스윽 나오면 된다. 오슬로 패스를 구입하면 24시간에 670 노르웨이크로네(NOK·약 8만 7000원)다. 이 패스 하나면 박물관, 미술관, 트램, 지하철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싱글 티켓은 1시간 내에 사용해야 하는데 33NOK(약 4300원)이고 기사에게 사면 55NOK다. 24시간 사용권은 90NOK(약 1만 2000원)다. 특이한 것은 티켓을 구입한 후에 꼭 기기에 접촉해서 인증(validate)을 받아야 하는데 이건 티켓 머신과 별도로 위치해 있어서 처음에는 헷갈린다.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크루즈선 내의 쇼핑몰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크루즈선 내의 쇼핑몰

나는 돈을 아껴 볼 심산으로 1일권을 구입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서 보니 표 검사를 전혀 하지 않아서 괜히 나 혼자만 순진하게 돈을 내고 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4시간 티켓이 만료되면 나도 공짜로 타기를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잉 그런데 시내 역에서 내리는데 직원들이 모든 출찰구 앞에 서서 불시 검사를 하는 게 아닌가? 티켓 불시 검사에서 걸리면 벌금이 750NOK라는데 간이 철렁했다. 한참 서서 구경하니 제법 많이 걸려들었다. 에구머니나 착하게 살자. 법대로 살자고 다짐했다.

지하철을 타면서도 어벙이 짓을 했다. 지하철이 도착해서 타려고 하니 문이 열리지 않는다. 양쪽 옆을 보니 문이 열려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이건 뭐지? 왜 이 문은 열리지 않는 거야? 하면서 어리바리하고 있는데 열차가 떠나 버렸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여럿 기다리는 쪽에 줄을 섰다. 뒤에서 자세히 관찰해 보니 지하철이 도착하면 탈 사람이 문 앞에 부착돼 있는 동그란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구조였다. 아하 알고 나니 별거 아니구만!

그런데 호스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똑같은 경우를 당했다. 엘리베이터가 서면 우리나라처럼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렸다. 처음에 혼자 탔을 때 문이 열리지 않아 이상해서 살펴보니 버튼이 보였다.

이거 완전 구식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최근에 지은 건물도 똑같다고 했다. 안전을 위해 일부러 자동이 아니라 수동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성비 최고의 짧지만 강렬한 쿠르즈 경험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갈 때는 페리를 이용했다. 바이킹 라인과 실야 라인 두 회사가 있다. 가격과 시간을 비교하다가 마침 실야 라인에 아주 저렴한 티켓이 있어서 예매했다.

티켓은 갑판 상부의 창문이 있는 방은 최하 가격이 50유로 이상으로 비쌌다. 싼 방이 없냐고 물었더니 차량을 싣는 아랫칸보다 한 층 더 아래에 있는 창문이 없는 2인실 방이 8유로라고 했다. 이게 웬 횡재? 망설이지 않고 바로 질렀다. 어차피 배를 타면 갑판 위로 올라가서 시간을 보낼 텐데 굳이 비싼 방을 고를 필요가 없다.

저녁 뷔페는 35유로, 아침 뷔페는 11유로라고 해서 구입하지 않았다. 표를 예매하자마자 식품점으로 달려가 햄버거, 요거트, 물 등을 구입해서 선실 안에서 해결했다.

선실은 화장실 하나와 침대 두 개가 있어서 러시아인 승객 한 명과 같이 사용했는데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식사할 때만 빼고는 갑판 위로 올라가서 시간을 보냈다.

배는 크기도 했지만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록 15시간에 불과했지만 평생 처음 크루즈를 탄 것이다.

음식 해먹다가 경보기가 울려 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출동하다.

나는 면세점, 레스토랑, 클럽&바, 일반 식당가, 쇼핑몰, 게임장, 공연장 등을 구경하면서 크루즈 기분을 만끽했다. 선내 전망 엘리베이터도 타보고 무료 공연을 감상하고 갑판 위에 있는 수영장 구경도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입출항하는 항구의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고 바람이 강하기는 했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도 낭만적이어서 좋았다. 수평선 너머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가장 싼 선실이었지만 비싼 티켓을 산 사람들 보다 더 많이 누리고 즐겼다. 가성비 최고의 짧지만 강렬한 체험이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밖에서 사먹지 않고 식품점에서 재료를 사다가 숙소에서 해먹었다. 쌀과 고기와 채소를 사다가 직접해서 먹으니 경비도 절약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음식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 처음에는 고생을 좀 했다. 전기 레인지 사용하는 법도 모르고 쌀에 물을 얼마나 앉혀야 하는지, 밥 할 때 뜸을 얼마 동안 들여야 하는지도 몰라서 헤맸다.

결국, 밥 짓고 고기 굽다가 태우는 바람에 연기가 발생해서 화재 감지기의 경보음이 울려서 호스텔 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두 번이나 달려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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