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의원 “공무원 급여 삭감 재난지원금 조성”…반발 확산
“고통분담 공감하지만, 공무원 만만하게 보고 쉬운 길만 선택”
“의원들 세비 먼저 전액 반납하라” 댓글 폭주…국회로 화살

“주말도 휴가도 반납했더니 특별수당도 안 주면서 월급 20% 삭감하라고요? 공무원과 의료진이 없었으면 코로나 대응이 가능했겠습니까. 주말도 반납하고 휴가도 반납했더니 특별수당도 못 주면서 휴가비도 뺏어가고 초과근무 수당도 줄이더니 이제는 하반기 월급을 20% 줄이자고 합니다. 코로나19만 대응하면 될 줄 알았더니 전국에 계속된 집중호우 발생에 재난대응 비상근무까지 하면 공무원들은 언제 잠을 자고 쉬어야 하는가요. 오는 26일에는 태풍루사급인 ‘바비’가 들이 닥칠 것이라고 합니다.”

시대공감 조정훈 의원 페이스북 홈페이지. 조 의원은 제2차 재난지원금 확보를 위해 공무원 4개월간 공무원 급여 20%를 삭감하자고 주장,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캡처 화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제2차 재난지원금 확보를 위해 4개월간 공무원 급여 20%를 삭감하자고 주장,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화면

주말인 22일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50대 사무관으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온 글이다. 올해는 코로나19에다가 재난현장까지 몸 사리지 않고 달려갔다. 그래도 열심히 일했다. 공무원이니까. 그런데 급여를 깎자는 말에 힘이 쭉 빠진다고 했다. 고통분담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들이 너무 공무원을 쉽게 보고, 쉬운 길만 택한다고 씁쓸해 했다.

“공무원 등의 월급을 20% 깎아 2차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대표)의 주장이 일파만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물론 하위직 공무원들의 반발과 함께 “조 의원 먼저 솔선수범하라” 댓글도 쏟아지고 있다.

조정훈 의원의 페이스북 홈페이지 글
조정훈 의원의 페이스북 홈페이지 글

특히 공무원 월급에 앞서 국회의원들이 세비부터 삭감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국회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지난 21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 승부’에서 공무원 급여를 삭감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린 ‘고통분담의 시간: 2차 재난기본소득을 위해 공무원 월급을 삭감합시다’라는 글을 통해서도 재차 공무원 급여 삭감을 주장했다.

조 의원은 “지난 5월 제1차 재난 지원금 예산은 약 14조 3000억원이었다”면서 “비슷한 규모의 2차 재난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선 공무원 임금 삭감하자”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국회와 정부의 공무원, 공공기관 근로자의 월급은 그야말로 ‘1’도 줄지 않았다”면서 “저를 포함해서 공무원들의 9월~12월 4개월간 20%의 임금 삭감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를 통해 “약 2조 6천억 원의 재원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조정훈 의원의 공무원 급여 20% 삭감 주장한 글에 달린 댓글 중 일부.
조정훈 의원의 공무원 급여 20% 삭감 주장한 글에 달린 댓글 중 일부.

조 의원의 이런 주장에 대해 공무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의원 세비부터 반납하라는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의원들 세비부터 반납하면 공무원이나 국민이 공감하지 않겠느냐”면서 “의원들은 후원금이라도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하더라도 국회의원부터 세비를 반납하고, 3~4급 이상 고위직부터 삭감하라”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한 공무원은 “여의도에 계시니 국가공무원 연가보상비 전액 삭감한 것 등은 모르는 모양이다”면서 “자신들은 먹고 살만하니 20% 삭감하면 괜찮겠지만, 하위직 공무원은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지자 조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앞서 언급한 20%는 정부와 공공부문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세부적인 계획을 만듦에 있어서 고위직과 박봉인 하위직 공무원들의 분담 정도에 차이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하지만, 공직사회에서는 “만만한 공무원의 월급을 수단으로 한 정치인의 ‘표(票)플리즘’이다”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단톡방에서는 “코로나19 대응에다가 각종 재난 때문에 과로를 호소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덧난 상처에 조정훈 의원이 소금을 뿌렸다”는 공무원도 있었다.

이와 관련 공무원 노동계에서도 성명을 준비하는 등 반발은 이어질 전망이어서 여파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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