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 공무원에서 공무직으로 전직한 K씨 스토리

중공업 기술자에서 불황 여파 구조조정에 실직
1년여 준비 끝에 교육청 공무원 9급 시험 합격
‘철밥통’에 안정된 직장이라고 생각했던 공무원
‘나홀로 행정실장’ 과중한 업무에 막중한 책임
몰래 시험 준비해 공무직에 합격 9월부터 출근
부푼 꿈은 실망으로 변하고 “벗어나고 싶었다”

 

경남교육청 9급 공무원 K씨는 9월 1일부터 같은 교육청 공무직으로 출근한다. 몰래 시험 준비를 해서 합격했다. 바깥에서 본 것과 달리 지방공무원은 일과 책임이 너무 막중해 벗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공생공사닷컴DB
경남교육청 9급 공무원 K씨는 9월 1일부터 같은 교육청 공무직으로 출근한다. 몰래 시험 준비를 해서 합격했다. 바깥에서 본 것과 달리 지방공무원은 일과 책임이 너무 막중해 벗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공생공사닷컴DB

경남교육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K(53)씨. 그는 다음 달 1일부터 경남교육청 공무직으로 출근을 시작한다. 공무원에서 공무직으로 전직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누구나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어느 직장보다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 공무원의 길을 포기했다. 지금도 교육청공무원 공채 시험은 낮게는 8대 1, 높은 경우 3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일자리인데 그는 왜 내팽개치고 공무직의 길로 갈아탔을까. 경남교육청공무원 사회는 물론 공무원 노동계에서도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취재를 한사코 사양했다. 간접 취재를 통해 그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봤다.

그는 창원시 두산중공업에서 잘 나가는 기술자였다. 하지만, 플랜트 업계에 드리운 짙은 불황의 그림자를 그 역시 피해갈 수는 없었다. 회사에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쳤고, 그도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후 공무원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 철밥통이라는 데 공무원이 되면 구조조정은 당하지 않겠지.” 1년여를 시험 준비를 했다. 그리고 경남교육청공무원 9급 시험에 합격했다. 2019년 1월부터 출근을 했다.

이제 고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행정실장으로 일했는데 말이 실장이지, 1인 실장이었다. 일은 많았고, 책임은 일보다 더 막중했다. 부푼 꿈은 걱정으로 변했다.

급여는 민간기업에 비해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안정된 철밥통이라며 기대를 키웠는데…

행정실장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공무직 시험 준비를 했다. 4명을 뽑는 데 100여 명이 몰렸다. 그래도 합격을 했다.

출근날이 정해지고, 그는 동료에게 얘기를 했다. 다들 깜짝 놀란다. “공무원이 공무직으로?” 공무원들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월급은 비슷한데 일은 많고, 거기에 책임까지 막중하니 “실수라도 하게 되면…”하는 생각에 전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는 몸집이 가볍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니 공무원연금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과중한 업무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체면은 쉽게 벗어던질 수 있었다고 한다.

경남교육청공무원노조는 “이런데도 교육감은 ‘어려운 시기에 유독 지방직 공무원만 많은 요구를 한다’며 교육청공무원노조를 집단 이기주의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영민 경남교육노조 위원장은 “경남교육청 공직 내부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인력부족에 따른 업무과중, 열악한 처우, 나홀로 행정실장의 무거운 책무까지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면서 교육감은 지방공무원이 더 이상 소외받는 일이 없도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즉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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