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0억 손해보고 명예를 택한 A vs 자리 훌훌털고 나가 두 채 집 지킨 B’

'강남 2채' 다주택자였던 청와대 A 수석이 보유한 강남구 도곡동 한신 아파트. 서울신문DB
'강남 2채' 다주택자였던 청와대 A 수석이 보유한 강남구 도곡동 한신 아파트. 서울신문DB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여부가 새로운 인사검증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표한 데 이어 경기도에서는 이재명 도지사가 4급 이상 공직자도 다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 아닌 권고를 한 상태다. 청와대 참모들도 다주택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석들이 일괄사표를 냈다. 하지만, 다주택 공직자들의 처신은 가지각색이다. 바로 집을 매각한 사람도 있고, 값을 올려 내놓은 사람도 있다. 대비되는 사례가 있어 게재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사례1. 최근 정부 부처 장관급 자리로 옮긴 A씨. 서울 서초구 반포에 아파트와 세종시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던 그는 부임 직전 반포의 아파트를 팔았다. 남겨둔 분양권은 세종시로 이전한 모 부처 차관으로 있으면서 분양받은 것이다.

그런데 집을 팔기 전에 먼저 중개업소 몇 곳에서 전화가 왔다. “집을 파실 거면 중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마평을 듣고 알았을까. 아니면 강남권 중개업소에 고위공직자 리스트가 도는 것일 수도 있다. 호가가 30억원이 넘는 아파트인데 20억원대로 가격을 후려친다.

다른 중개업소에 알아봐도 같은 가격대다. 중개업소끼리 담합을 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는 고민한다. “만약 집을 팔지 않고 자리를 고사한다면 세상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평생 명예를 중시하며 공직생활을 해왔는데…아마 세상은 나를 재물 때문에 자리를 고사한 사람으로 분류할 것이다. 결국, 그는 집을 팔고 명예를 택했다. 호가로 치면 10억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가장의 뜻을 따라준 가족들에게는 참으로 고맙고, 미안하다.

#사례2. 청와대 핵심 참모 가운데 한 사람인 B씨. 그는 최근 사표를 던지고, 청와대를 떠났다. 다주택이 이슈가 돼 청와대 참모들이 집을 팔기로 하면서 등 떠밀려 집을 내놨지만, 이것이 또 문제가 됐다. 그는 서울 도곡동과 잠실에 아파트 한 채씩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서울 잠실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높여서 내놔 ‘파는 시늉’만 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미 그의 아파트는 소유주가 누구인지 중개업소에 알려진 상태. 이런 주택은 급매에 속해 가격을 낮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데 가격을 높여서 내놓았으니 팔릴 리 없다. 결국 ‘매각 시늉’만 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는 청와대 수석들이 단체로 사표를 낸 날 미련없이 짐을 꾸려서 청와대를 떠났다. 단체대화방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탈퇴했다.

이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온갖 풍설만 양산했다.

다른 수석들은 “문재인 정권과 함께해서 무한한 영광이었다”는 말과 함께 직원들은 물론 기자들에게도 인사를 했지만, 그는 이런 인사도 없이 훌훌 털고 떠났다.

세상에는 “자리는 유한하고, 부동산은 영원하다”는 말이 회자된다. 그는 어느 쪽일까. 홀가분할까.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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