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집값 들여다보니(2) 집값전망 변수는

호재 풍성 상승지속 vs 단기 급등해 거품 엇갈려
고점이라는 인식은 공유…조정 가능성 점치기도
퇴직 앞둔 공무원 차익실현 매물 출회 증가 전망
“세종집 팔아 양도세 중과 피하고, 서울로 가자”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이전 기관 부처 공무원들의 주택 매도가 세종시 집값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생공사닷컴DB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이전 기관 부처 공무원들의 주택 매도가 세종시 집값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생공사닷컴DB

지난해 말부터 치솟기 시작한 세종시 집값을 두고 거품론과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세종시 분양 초기 전용면적 85㎡ 아파트 분양가는 3억원 안팎이었지만, 현재 가격은 5억원대에서부터 입지가 좋은 곳은 10억원을 넘어선 곳도 있다.

서울의 강남권에는 못 미치지만, 서울의 웬만한 자치구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것이다. 세종시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연초 한 차례 오른 데 이어 지난 7월부터 다시 급등세로 변했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초기보다 높아진데다가 대전이나 청주 등지의 수요자들이 입지여건이 좋은 세종시로 속속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4월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이 서울의 집값이 오르자 이를 기화로 수도권 집중 완화의 수단으로 세종시로 명실상부한 수도이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 항상 나오는 거품론이 세종시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수도이전·수요 유입 등 호재 풍부…당분간 상승”

여당은 현재 세종시 국회 분원은 물론 청와대와 서울대까지 이전해 수도이전을 완성한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남부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역차별론’이 나오는 등 역풍이 우려되자 다소 주춤해졌지만, 이 기세라면 최소한 국회 분원쯤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점도 상승세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세종시의 주택공급은 당초 20만 가구로 설계됐다. 2015년까지 이미 6만 가구가 1차 공급됐고, 2020년까지 추가로 6만 가구를 공급키로 했다. 이후 2030년까지는 모두 8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세종시의 면적은 서울의 4분의 3쯤 된다. 목표 인구는 80만명. 이 가운데 핵심 구역인 행복도시권은 50만명이다. 인구 1000만명인 서울시의 주택이 370만 가구쯤 된다. 인구 80만을 가정한 세종시의 주택이 20만 가구라면 산술적으로는 주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서울은 인구 1인당 주택 수가 0.37인데 반해 세종시는 0.25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종시의 인구는 35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문제는 주민이 느끼는 체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분양이 이뤄진 이후 올 들어 분양이 뚝 끊긴 상태다. 연말 분양을 시작해 내년부터 계획상으로는 8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집값은 오르고, 분양이 뜸해지면서 조바심을 느낀 주민들이 적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종시는 올해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이라고 할 만큼 제일 많이 오른 지역이다”며 “과잉 공급 우려가 해소된데다가 여당발 수도이전 추진 호재 등으로 수요자 관심이 많아 적어도 연내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단기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크고, 내년엔 입주량이 좀 늘어날 전망이어서 상승 추세가 숨을 고를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수도이전이 현실화된다면 수요 유입과 함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냄부동산 양숙자 대표도 “현재의 상승세가 과하기는 하지만, 수요가 뒷받침되고, 젊은층의 유입이 많다는 점에서 가격상승은 지속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은퇴 공무원 등 매물 나오면 거품 꺼질 것” 

반면 세종시 집값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세종시 집값이 거품이고,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대략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한때는 공급 과잉을 논할 정도였으나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주변 수요와 수도 이전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세종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무리 수요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집값에는 거품이 끼어 있는 게 분명하다”면서 “외생변수가 생기면 가격은 약세로 돌아설 것이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차익실현 매물이 적잖게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2014년 7월부터 세종시로 부처가 이전하기 시작한 이후 7년여가 되면서 입주한 공무원 가운데 매년 퇴직자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2주택인 경우가 많아서 양도소득세 중과(내년 6월부터 시행)를 피하기 위해 한 주택을 팔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차피 자녀는 이미 서울 등지에서 자리를 잡은 만큼 자신만 연고도 없는 세종에 살 이유가 없는 퇴직 공무원들이 집값이 오른 시점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오른 호가의 매물 중에는 이런 매물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들뿐 아니라 대전 등 주변 지역에서 분양을 받은 주민들도 가격이 급등한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양도세가 오르기 전에 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급이다. 지난해 분양 이후 올해는 분양이 거의 없지만, 연말부터 내년까지는 제법 많은 양의 아파트 분양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향후 5년간 8만 가구가 넘는다.

이들 아파트가 분양을 시작하고,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 단기간에 급등한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가격이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대세상승과 약세론이 갈리지만, 지금 세종의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다. 여기에 약세론은 먹혀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쉽게 달궈진 쇠는 쉽게 식는 만큼 신중한 자세를 권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세종시 한 부처의 공무원은 “은퇴를 앞둔 공무원은 세종에 연고가 없는데다가 양도세 문제도 있고, 다주택자 스트레스 때문에 집을 팔려는 생각들이 많다”면서 “이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면 세종 집값이 계속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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