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집값 들여다보니(1) 불붙은 집값

지난해 말 1차 상승, 수도이전 이슈에 2차 상승곡선
서울에 주목할 때 세종시 집값은 소리소문없이 치솟아
계약하고 잔금 내는 사이에 3억원 이상 오른 곳도
“호가 부풀린 매물 풀리나했더니 이젠 그마저도 회수”

정부세종청사 옥상공원에서 내려다본 세종시 전경. 공생공사닷컴DB
정부세종청사 옥상공원에서 내려다본 세종시 전경. 공생공사닷컴DB

#사례1.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K(42)씨. 그는 밤잠을 설친지 오래됐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세종시의 집값 때문이다. 그는 몇 해 전에 분양받은 세종시 아름동 푸르지오 전용 101㎡(39평형)를 2017년 4억 2000만원에 팔았다. 집값이 오를 것 같지도 않고, 나중에 무주택 상태에서 특별공급(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그가 살던 집은 이미 8억원을 넘어섰다. 가만히 앉아서 4억원쯤 날린 것이다. 게다가 충남대학병원이 개원하면서 특공대상이 2000여 명이나 늘어나 당첨 확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집에서는 누구도 집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속만 상하기 때문이다.

#사례2. 이달 초 세종시의 한 중개업소. “이럴 수가 있나요. 계약금까지 넣고 내집 장만을 했다고 좋아했는데 매도인이 해약을 통보했어요.”
그는 세종시 새롬동 5단지 전용 59㎡를 5억 800만원에 사기로 계약했다가 해약당했다. 그새 집값이 6억~6억 5000만원으로 뛰면서 매도인이 위약금을 물고라도 해약하겠다고 막무가내였기 때문이다. 세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사례3. “우리도 너무 힘들어요. 호가만 잔뜩 높여서 내놓으니 팔리지는 않고, 품만 들어가고, 그렇다고 안 받아주면 다른 집으로 가버리고…” 세종시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K씨의 얘기이다. 그는 겁이 난다고 했다. 집값 상승세가 무섭다는 것이다. 중개업자뿐 아니라 주민들도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인다.

정부 당국자도 수도 이전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세종의 집값이 이상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신들이 섣불리 나서서 진화할 수도 없고, 우려와 함께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감정원 지수는 그저 지수일뿐 체감지수는 그 두 배

세종시 집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집값 당국의 관심이 서울에 쏠려 있을 때 세종시의 집값은 날아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세종시 아파트 매매지수는 20.4%가 상승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지수일 뿐이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세는 두 배쯤 될 것이다.

지난해 말 집값이 갑자기 뛰기 시작하더니 7월 수도이전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2차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계약금 내고 잔금 내는 사이에 3억원 이상이 오른 곳도 있다. 다들 비정상이라고 말은 하지만, 이게 정상적인 곳이 바로 세종시 주택시장이다.

비정상이 정상인 곳이 세종시 주택시장

원래 세종시 집값은 금강변 대평동과 보람동, 새롬동 가정동 등이 상승을 주도한 ‘핫 플레이스’였다. 여기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많은 나성동도 뜨는 곳이다. 내년 초쯤 입주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역시 핫 플레이스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세종시에서 핫 플레이스가 없어졌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른 이후 지난해 말부터는 그동안 오르지 않은 지역이 오름세를 타면서 가격폭을 줄이는 모양새였으나 요즘은 너도나도 오른다.

어지간한 지역은 분양가의 두 배 수준으로 올라버린 게 세종시의 현주소이다.

한때는 대평동에서 13억원에 거래된 아파트가 나왔다는 게 뉴스였으나 이제는 옛 이야기다. 반곡동 전용 112㎡(45평형)가 17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98㎡는 13억원에 팔렸다. 83㎡는 8억 3000만원이다.

조만간 20억원 깨는 아파트 나온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세종에서 거래가가 20억원이 넘는 아파트 등장은 시간문제다”라며 “나성동 주상복합아파트와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30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한차례 매물이 쑥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가를 잔뜩 부풀린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 매물들마저 거둬들이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에서 국회는 물론 청와대까지 옮겨 명실상부한 수도이전을 들먹이면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서울의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제는 세종이 중부권의 블랙홀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중부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남부권과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서서히 고개를 쳐들고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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