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임금성 기업복지 제도의 일환” 원심 파기

임금 포함시 수당 등 늘어나지만, 그동안 판결 엇갈려

계류 중인 20여건의 유사 소송에 영향 미칠 전망 

대법원 청사에 나부끼는 법원기. 서울신문 자료 사진
대법원 청사에 나부끼는 법원기. 서울신문 자료 사진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을 낳았던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대해 대법원이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복지포인트와 관련 대법원의 첫 판결이어서 앞으로 복지포인트를 둘러싼 혼선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하급심 판단도 엇갈리게 나왔으나 이번 판단으로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관련 사건 20여건과 하급심에 계류된 사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혼선은 줄었지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는 부분적으로는 불리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 등이 올라갈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서울시 서울의료원 근로자 강모씨 등 54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의 전제가 되는 선택적 복지제도는 임금성을 가진 복지수당 위주에서 벗어나 비임금성 기업복지 제도의 실질을 갖추기 위해 형식과 내용을 변화시킨 것”이라며 “복지포인트를 근로 제공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복지포인트가 용도가 제한돼 있는데다가 양도할 수도 없고, 통상 1년 내 쓰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되는 점이나 근로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초 일괄배정되는 점, 개별사업장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서 보수나 임금으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점 등을 보면 임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료원은 2008년부터 전 직원에게 온라인이나 가맹업체에서 1점당 1000원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지급했다. 다만, 단체협약에 따라 통상임금에선 복지포인트를 제외하고 각종 수당을 계산해 지급했다. 복지포인트는 용도가 제한된 복지혜택일 뿐 근로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강씨 등은 복지포인트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2010년 11월~2013년 10월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다시 계산한 수당을 달라고 2013년 10월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 측은 “복지포인트는 호의적·은혜적으로 주는 것이라 근로 대가가 아니다”라고 맞서왔다.

하지만, 1심은 “매년 모든 직원에게 균등하게 일정한 복지포인트를 배정해 자유롭게 쓰도록 한 것은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라고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2심도 “명목상 복리후생적 금품이라도 현실적 근로 대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고, 통화로 지급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어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라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복지포인트 중 근로자가 실제 쓴 금액만큼만 사용자의 임금지급이 최종적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며 “미사용액 고려 없이 연 단위 배정액 전부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이었다.

박상옥·박정화·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계속적·정기적으로 배정되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사용자의 배정의무가 지워져 있는 복지포인트는 근로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반대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려온 복지포인트의 임금성과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논란을 정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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