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

여성 소방관 첫 ‘소방사다리차 운용사’ 영등포서 유지연 소방관
119구급차에서 시작, 큰 차로 옮겨 가 이젠 가장 큰 차 운전원
“‘여직원이 운전을 하려고 하느냐’는 선입견이 가장 힘들었어요”

여성 첫 소방사다리차 운용사인 유지연 소방관이 사다리차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소방서 제공.
여성 첫 소방사다리차 운용사인 유지연 소방관이 사다리차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소방서 제공.

지난 6월 중순, 한 여성 소방관의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 소방관으로는 처음으로 ‘소방사다리차 운용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소방서 유지연(43) 소방관.

여성 소방공무원으로서 운전원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유지연 소방관을 전화로 만났다.

“처음에는 선입견 때문에 주저하기도 했어요. 사례도 없었고요.”

여성 소방공무원으로 운전을 하려고 했을 때의 얘기다.

같은 소방관인 남편을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아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복귀하니 2016년. ‘나도 보직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구급차 운전원 보직이 비었다. 퇴직자가 생기면서 생긴 자리였다.

시작은 쉽지는 않았다. “여직원이 운전을 하려고 하느냐”는 선입견이 있었다고 한다.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래도 하면 재밌었고요. 차 정비나 기계를 만지는 데는 관심이 있었거든요.”

남편도 처음엔 반대를 많이 했다.

“‘밤에 출동을 나가는 부분도 있어서 남자들도 힘들어한다’며 반대했어요. 하지만, ‘꼭 하고싶다’고 하니 격려를 해줬어요.”

그렇게 구급차 운전원으로 시작한 유 소방관은 점점 큰 차를 타기 시작했고, 화학소방차나 굴절차 같은 특수차량을 몰기도 했다. 그리고 소방사다리차에 도전하게 된다.

소방사다리차는 1종 대형면허만 있으면 운전할 수 있지만, 인명구조라는 특수분야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한 소방청의 방침에 따라 지난 2018년부터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위탁해 소방사다리차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

유 소방관은 지난 6월, 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원리 같은 것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구조 같은 것들을 꽤 오랜시간 들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소방사다리차 전문 교육과정 덕분에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했다.

“교육기간이 너무 짧았어요. 모두 5일을 하는데, 4일은 교육을 받고, 마지막 날에 시험을 봤거든요. 조금 더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마침 자리가 비어 있어 소방사다리차를 운전하고 있다. 사다리차를 타고 나간 첫 출동이 구조가 잘돼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운전하는 여성 소방관이 드물다 보니 동료는 신기해한단다.

“운전을 하는 여성 소방관도 없었고, 큰 차를 운전하는 여성 소방관은 더더욱 처음이었어요.”

이렇게 운전하는 여성 소방관의 길을 개척한 유 소방관이다 보니 다른 여직원들의 문의도 들어온다고 했다.

“주변에 운전에 관심 있는 여성 소방관들이 개인적으로 전화도 하고 이것저것도 묻더라고요. 시작은 구급차 같은 작은 차부터 시작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구급차가 출동이 많은 것은 단점이지만, 저의 경우에는 작은 차부터 적응해서 차츰 큰 차로 옮겨가서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었어요. 차가 처음부터 크다 보면 부담이 될 수 있거든요.”

운전원을 지향하는 여성 소방관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로 소박하지만, 야무진 꿈을 풀어놓았다.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더 하기보다는 지금 내실을 다지고 싶어요. 누가 물어봐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싶어요.”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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