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경험 살릴 수 있게 폐지보단 개선이 답”
“당초 취지 변질돼…폐지하는 게 당연” 주장도
내실 있게 국내외 교육 콘텐츠 보완 쪽이 우세

자료:행정안전부 및 각 지자체
자료:행정안전부 및 각 지자체

 

“신설 부서의 장으로 갔습니다. 막 자리를 잡아가는 조직인데 6개월 만에 그만두려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6개월만 더해 신설조직의 기반을 다져놓은 뒤 공로연수를 가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60대 초반의 수도권 지자체 전직 공무원 A씨의 씁쓸한 경험담이다. 그는 공로연수 폐지론자다. 당초 의도와 달리 변질됐다는 것이다.

“공로연수 명칭부터 바꿔야 합니다. 공로연수라고 하니까. 마치 노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런 부분도 있잖아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제도인데 이름도 바꾸고, 실질적으로 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보탬이 되도록 보완하는 게 맞습니다.”

“6개월만 더 하고 싶었는데…정말 아쉬웠어요”

퇴직을 1년가량 앞둔 중앙부처 중간 간부의 얘기이다.

공로연수는 이를 관장하는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물론 공직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말 충남도공무원노동조합은 도가 지난해 말 공로연수제도를 변경·폐지하는 내용의 선별적 공로연수제를 도입키로 한 이후 빚어진 인사 파행 등에 책임을 물어 “인사과장, 자치행정국장, 행정부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 지난해 말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공로연수를 점차 폐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노조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우본공무원노조도 공로연수의 문제점을 알지만, 이를 논의나 개선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하게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반대한 것이다.

역시 행정안전부도 공로연수를 폐지하기로 했다가 지방 공무원의 반발 등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불거지자 잠정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놀면서 세금만 투입한다” 국회·언론 폐지 주장

그만큼 공로연수는 없애기도, 그렇다고 존치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인 셈이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을 6개월~1년 앞둔 공무원에게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1993년 도입됐다.

5급 이하 공무원은 퇴직 6개월, 4급 이상은 퇴직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간다. 이 기간에는 협업 수당을 뺀 보수를 전액 지급한다.

대부분의 중앙부처에서는 거의 유명무실화했지만, 지자체와 일부 부처에서는 사실상 의무적인 관행으로 굳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자체에서 모두 5340명이 공로연수를 갔으니 그 수가 적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 때마다 공로연수 폐지는 단골 메뉴다. 언론으로부터도 무수히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공로연수 대신 남아서 근무를 일하고 싶어도 후배들 눈치가 보여 공로연수를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배가 버티면 승진 늦어지니 후배들은 눈총

정년이 다 된 선배가 공로연수를 가야만 승진하거나 보직을 물려받는데 선배가 연수를 가지 않으면 그만큼 인사적체가 생기기 때문이다.

중·하위직은 공로연수를 가면 수당도 받지 못하고, 특별히 그 기간에 퇴직준비할 거리도 없어서 선호하지 않지만, 등 떠밀려서 가는 게 현실이다.

폐지론이 나오는 배경이지만,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차피 공로연수가 없어지더라도 퇴직 공무원을 위한 전직 교육 등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이 나가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그것도 사회적으로 손실이다.

또 공직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민간의 경험과 공직의 경험은 차이가 있고, 공직에서 쌓은 경험은 우리 사회에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공로연수를 개선해 장기근속자들에게 글로벌 트렌드를 흡수할 수 있게 봉사와 연수를 연계한 종합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을 사회에 환원시켜야 한다”면서 “이렇게 해서 공직경험을 살리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적체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되며, 꼭 필요하다면 순차적으로 해소해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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